주간동아 330

2002.04.18

연기력 탄탄해야 진정한 ‘대중 예술인’

  • < 김대오/ 스포츠투데이 연예부 기자 > nomoretears@sportstoday.co.kr

    입력2004-10-29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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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력 탄탄해야 진정한 ‘대중 예술인’
    우리나라의 과거 소리꾼들은 폭포수에서 소리를 내질러 득음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해서 피를 세 번쯤은 토해야 명창이 된다는 것. 화가들은 제대로 된 세상을 보기 위해 붓으로 자신의 눈을 찌르기도 했고 문인들은 세상과 등진 채, 혹은 저자거리의 부랑아 같은 인생을 살기도 했다. 반드시 기인처럼 행동해야 진정한 예술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예술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기꺼이 희생한 정신만큼은 높이 평가해야 할 듯싶다.

    그런데 요즘 이른바 ‘대중예술인’들은 어떠한가? 성형수술로 판에 박은 듯 정형화된 얼굴에, 연기학원도 몇 개월 안 다닌 일천한 연기 경험으로 스타 반열에 우뚝 서곤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스턴트 스타’가 우리 연예계의 주류를 이루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SBS 주말극장 ‘화려한 시절’에서 차분한 연기로 주목받고 있는 지성(사진)은 연기에 대한 감을 살리기 위해 공동묘지에서 극기훈련을 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연기에 대한 감’이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지성은 자신에게 연기를 가르쳐준 스승에게 자진해서 허벅지를 50대 때려 달라고 했단다. 그 후에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꼈는지 지성은 한밤중에 소주 한 병을 들고 용인에 있는 한 공동묘지에서 밤을 새웠다. 바람 소리에 깜짝 놀라 소리지르기도 하고, 이름 모를 주인의 봉분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술자리에서 지성을 만났는데 그는 “예전엔 무대에 서는 것이 공포에 가까웠는데 공동묘지를 다녀온 후 연기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다시 한번 그럴 일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이 없다. 들고 간 소주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당시의 공포스런 분위기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겨울연가’를 통해 재기에 성공한 배용준 역시 과거 데뷔 시절 설악산의 한 암자에 머물며 연기공부를 했고, 지금도 연기가 풀리지 않으면 가족이나 매니저도 모르게 홀연히 사라졌다가 자신감 어린 미소를 머금고 다시 나타나곤 한다. 요즘 ‘인스턴트 스타’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대로 깊은 맛을 내는 이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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