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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여성도 외면하는 독일 ‘매춘부 보호법’

실행 어렵거나 현실 무시한 내용 가득… 전 세계 매춘여성 독일로 몰릴 가능성도

  • < 강여규/ 하이델베르크 통신원 > ykyukang@hotmail.com

매춘여성도 외면하는 독일 ‘매춘부 보호법’

매춘여성도 외면하는 독일 ‘매춘부 보호법’
독일연방이 매춘부들의 사회적 권익을 찾아주기 위해 제정한 ‘매춘부의 법적 관계 규정법’이 그 의도와는 달리 실행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말 연방의회를 통과해 올해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 이 법안의 핵심은 ‘매춘을 조장하는 모든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매춘부와 매춘업주(포주) 사이에 정상적 고용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지금까지 사회의무보험 제도에서 제외돼 온 매춘부들에게 의료ㆍ실업ㆍ연금보험 가입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법은 매춘부가 매춘 행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고객이나 매춘업주의 일방적 의무를 규정했다. 즉 매춘부는 고용관계를 종결하기 위해 해약 통지 기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없는 반면 매춘업주에겐 그 의무가 있다. 매춘부는 단순한 성행위 강요나 ‘만족스럽지 않은 서비스’란 이유로 행해지는 성행위의 강요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매춘부는 장소와 시간의 규정을 벗어나면 매춘업주의 어떤 지휘권에도 예속되지 않는다. 또 이 법에 따르면 이미 합의된 지불금(화대)의 대가로 성행위가 이루어질 경우 이 합의는 법적 효력을 갖는다.

매춘을 명백히 직업으로 규정한 이 법안은 독일에서 큰 논란 없이 통과했는데, 이를 이해하려면 한국과 다른 독일의 사회현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매춘은 독일 사회에서 이미 합법화되어 있다. 매춘부와 고객 간 거래행위를 풍기문란으로 규정한 법적 판단은 오늘의 현실에 맞지 않았고,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1999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질문받은 대다수 사회조직과 기관들이 매춘을 풍기문란으로 보지 않았으며, 개별 응답자의 68%가 매춘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에 찬성했다. 법조계에서도 매춘이 풍기문란 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 확산되고 있으며, 실제 베를린의 한 행정재판소는 풍기문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매춘여성도 외면하는 독일 ‘매춘부 보호법’
현재 독일에는 약 40만명의 매춘부가 존재한다. 이들은 매춘업소나 클럽, 그리고 거리나 개인 주거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매일 100만명 이상의 남성이 이들로부터 ‘서비스’를 받는다. 연간 매상액은 6조원대를 상회하며, 국가는 매춘부들의 수입에서 세금을 징수한다. 그럼에도 매춘부들은 아무런 사회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그들의 행위 때문에 차별대우를 받았다. 그들은 윤락가 여성으로 낙인찍혀 이중적 삶을 강요당했고, 이것은 그들이 매춘활동을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하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했다.

매춘을 합법화하기 위한 법제정 이유서는 시대적으로 이미 타당성을 상실한, 매춘에 풍기문란죄를 적용하는 조항을 삭제해 처벌 압력을 없애고, 매춘 현실을 인정하면서 일차적으로는 매춘부를 보호하기 위해 법을 제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매춘부의 권익과 노후의 연금수혜 등 광범위하게 사회적 권익을 보장한 이 매춘법이 매춘업주는 물론 실제 혜택을 받는 매춘부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법시행 현실에 대한 가정부 장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매춘업주와 노동계약을 맺으려는 매춘부의 숫자는 미미하며 이것은 당분간 별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매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현상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이 법안의 문제점은 실행이 어렵거나 현실을 무시한 원론적 법이라는 것이다.

우선 고객이 지불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다수 매춘부들은 코웃음을 친다. 그들에 따르면 선불을 요구하지 않을 정도로 어리석은 매춘부는 이런 영업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

매춘부들은 매춘업주와 노동계약을 맺으면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나게 될 것을 염려한다. 이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비밀리에 활동하고 싶어한다. 또 사회보험 가입의 가능성도 매춘부의 반을 차지하는 불법체류 외국 여성들에겐 관심 밖의 일이다.

고용계약에 서명할 경우 생겨날 세무징수국과의 마찰도 염려되는 점이다. 상당수 매춘부들이 세금을 소급 징수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염려를 덜기 위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시행령 시기 규정이 필요하다.

매춘이 직업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다른 직업과 같거나 비슷한 조건을 갖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독일연방의 대형 노동조합연합인 베르디는 향후 가입할 조합원을 위해 표본적 노동계약서를 마련하고 있으나, 매춘부들의 최소한의 작업성과를 어디에 두고 계약 범위를 설정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실토한다.

그 밖에도 전례없는 노동계약이기 때문에 새로 규정해야 할 항목이 많다. 예들 들면, 노동계약이 성립하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작업수행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매춘부는 특정한 수행 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가? 매춘업주는 요금을 결정할 수 있는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구체적 규정이 마련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요구될 것이므로, 실제로는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에 법정 투쟁이 벌어져야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매춘업주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상당히 불리한 노동계약을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을 뿐더러 매춘법이 부당하다는 저항마저 생겨나고 있다. 또 매춘부들이 약속한 작업을 수행하지 않거나 계속 문제를 일으킬 때, 또는 손님에게 약속한 서비스를 실행하지 않았을 때는 해약 통지 기간 내라도 해고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그 밖에도 매춘업주에겐 재정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매춘부들과 노동계약을 맺으면 사용자로서 고용주는 사회의무보험금의 절반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연방법이 매춘을 직업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지역의 행정부에서는 여전히 직업적 행위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며, 현재는 실행과정의 어려움 때문에 서로 눈치만 살피면서 어디서 어떤 대응책이 나올지 관망하는 상태다. 매춘이 직업이라면 노동국은 매춘부들에게 직업 알선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고, 실업자로 등록하면 실업보조금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매춘업소가 과연 업체인가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 모든 것을 논의하기 위해 연방과 주 행정부는 오는 6월에 모여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매춘법과 관련해 대두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전 세계 매춘 여성들이 독일로 몰려올 가능성이다. 특히 유럽연합 가입 신청국에 속하는 폴란드, 헝가리, 체코 그리고 발트해 연안 국가 매춘 여성들이 독일에 체류 허가를 신청할 경우, 이를 거부할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 유럽연합 밖의 나라에서도 이미 이 매춘법 소식이 알려지면서 독일대사관에 매춘에 대한 노동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여성들이 생겨나고 있다.

독일의 매춘부 보호법은 매춘여성의 권익이란 개념이 생소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의 예가 보여주듯,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법제정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330호 (p54~55)

< 강여규/ 하이델베르크 통신원 > ykyuk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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