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0

2002.04.18

이웃집 옮겨간 ‘대안론 공습’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돌입… 이회창 “대세 어디 가나”, 최병렬 “대안론 돌풍 분다”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10-28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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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집 옮겨간 ‘대안론 공습’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4월2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얼굴에서는 덕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접한 이 전 총재측은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였다. 한 측근 인사는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사람의 얼굴을 가지고 그렇게 공개 비판할 수 있느냐. 얼마 전 ‘주간동아’의 ‘대선주자 관상’ 기사를 보니 이 전 총재 얼굴은 ‘재상의 상’이라고 쓰여 있더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측은 김총재 발언에 공식 대응하지는 않았다.

    이회창 전 총재는 한나라당 안팎에서 다가오는 ‘시련’을 묵묵히 감수하는 처지다. 그러나 이회창 대세론이 한풀 꺾인 이후 상황은 한 단계 더 악화됐다. 민주당 ‘노풍’(盧風)에 자극받은 한나라당에서도 ‘이회창 필패론’ ‘이회창 대안론’이 공론화되고 있는 것.

    4월13일부터 시작되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안론’은 여론의 시험대에 오른다. 최병렬 의원은 “내가 결국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측은 내심 다른 경선주자들은 적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경선에서도 민주당처럼 대안론이 뜰 수 있을까.

    우선 한나라당에서는 대안론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부터 살펴보자. 4월1일 부활절, 이 전 총재가 지하철 노숙자들과 기도하는 모습이 신문에 실렸다. 한 측근이 귀족 이미지를 탈색시키자며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당내에선 평가가 좋았다. “단타로 끝내지 말고 장기 프로그램으로 가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이 전 총재측은 실제로 그렇게 할 계획이다.

    이웃집 옮겨간 ‘대안론 공습’
    “인천 호프집 화재 참사 때 이 전 총재가 빈소 마련 전에 현장을 방문하느냐, 아니면 빈소 마련 뒤에 방문하느냐를 놓고 격론이 있었다. 안정감을 주기 위해 빈소를 마련한 뒤에 가자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결국 한 참모가 밀어붙여 빈소 마련 전에 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손에 검은 재를 가득 묻혀가며 이 전 총재가 화재 현장에서 유족들을 위로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한 참모)



    이 전 총재가 비리나 불법행위가 아닌 귀족 이미지 때문에 인기가 떨어진 것이라면 이미지 개선 전략으로 조금씩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이 전 총재는 경선을 통해 ‘주변 문제’를 차분히 해명하겠다고 한다.

    조직 면에선 이 전 총재를 따라올 후보가 없다. 원내외 지구당 위원장들은 거의 이 전 총재 편이다. 선거인단으로 선출된 ‘국민’ 중엔 옛 당원들도 많다. 대구·경북의 차세대 주자인 강재섭 의원은 이 전 총재에게 변함없는 ‘의리’를 보이고 있다. 이부영-최병렬 의원의 색깔이 워낙 달라 반창(反昌) 세력의 연합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전 총재측은 “한나라당 대의원들의 바닥 민심이 아직 이회창이라는 사실이 경선에서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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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대안론이 반드시 뜰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최병렬 의원은 “한나라당 경선을 국민에게 홍보할 수 있는데도 TV토론 확대에 소극적”이라며 이 전 총재를 ‘선제공격’했다. 이 전 총재가 TV토론을 두려워한다고 보는 것. 최병렬 의원측 최구식 특보는 “최의원은 TV토론에 거의 본능적 감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최의원의 경선전략은 ‘이회창 필패론’으로 이총재를 집중 공격한다는 것. ‘특종’은 없지만 ‘맹공’을 펴겠다고 한다. “주변 관리 못하고 통합능력이 부족한 이총재로는 대선 필패가 자명하다. 대쪽 이미지는 사라진 지 오래고, 온통 상처투성이인데 무엇으로 국민에게 어필할 것이냐. 민주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선 최의원만이 대안’이라는 점을 당원들에게 홍보할 계획이다.”(최특보)

    조직에선 승부가 안 되니 여론에 호소해 한나라당에서도 ‘최풍’(崔風)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으로 들린다. 최근 당내에서는 최의원을 즐겁게 하는 일들이 잇따랐다. 최의원이 ‘자민련과 연대하겠다’고 하자 “이총재는 JP와 원수지간이 되고 박근혜도 못 붙잡았지만 최의원이라면 보수연합을 이끌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당내 일부에서 나온 것. 최의원이 4월5일 경선참여를 선언할 때 김만제 의원은 최의원 옆에 서 있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김의원은 약속이 있는 듯 급히 나갔다. 김의원은 최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그림을 연출해 준 것으로 해석됐다. 포스코 회장 출신 김만제 의원과 대검 중수부장 출신 최병국 의원을 설득해 곁에 둔 것은 최의원에게 안정감을 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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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 성향을 대표하는 이부영 의원도 ‘이회창 협공’에 기꺼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타 후보들의 집중공세로 이회창 대세론이 완전 무너질 경우 반사이익은 최병렬 의원이 가장 클 것이라는 게 최의원측 계산이다.

    이회창 전 총재가 대통령후보로 확정된다 해도 ‘필패론’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본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전 총재측 관계자들은 “경선승리+경선을 통한 개인 지지율 높이기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전 총재가 타 후보의 집중포화를 맞을수록 한나라당 경선은 흥행에 성공한다. 여론을 업어야 되는 입장인 타 후보들이 신사적으로 적당히 공격 수위를 지켜주겠는가.”(한나라당 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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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고위 당직자는 “이 전 총재가 경선을 거치면서 지금보다 더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후보 확정 뒤 후보교체론이 뜬다면 이는 분당으로 이어질 만한 사태다. 분당이 안 되더라도 대통령선거 투표 당일까지 후보교체론으로 당 조직이 지리멸렬하게 되어 97년의 재판이 될지 모른다. 그게 가장 우려스럽다.”

    4월5일 영국에서 귀국한 박근혜 의원측은 한나라당 복당 가능성은 일축했지만 미래연대 소속 20여명이 박의원 복당을 촉구하는 서명을 한 사실에 고무되었다고 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경선 이후를 기대하는 듯한 중량감 있는 정치 세력들은 점점 늘고 있다. 이인제 박근혜 정몽준 의원이 본인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총재가 대선후보로 확정될 경우 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 후보측은 “이 전 총재에 대한 의리보다는 정권교체가 상위 개념”이라고 답했다. 이 전 총재는 경선 이전부터 경선 이후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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