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4

2002.03.07

견인차가 고급 승용차 피하는 까닭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입력2004-10-18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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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인차가 고급 승용차 피하는 까닭
    불법 주차로 견인당해 본 사람이라면 견인사업소 주차장에 이상하리만치 고급 승용차가 적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업소측은 “3000cc 이상 고급 승용차를 운행하는 사람은 유료주차장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불법 주차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이 거리에서 목격하는 장면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 2월20일과 21일 서울 여의도 견인사업소와 홍은동 견인사업소에서 눈에 가장 많이 띄는 차량은 역시 경승용차와 1500cc급 소형 승용차. 다음으로 2000cc급 중형차가 주를 이루었다. 배기량이 늘어가는 것과 정확히 반비례해 해당 차종이 차지하는 빈도는 갈수록 줄어든다. 물론 화물차도 마찬가지다. 1.5톤 소형 화물차 외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도로변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승용차 5대가 나란히 불법 주차했는데, 맨 앞과 뒤에 있는 고급 승용차와 지프는 놓아두고 중간에 끼여 빼내기도 힘든 소형 차량을 일부러 골라 견인해 간다. 견인업소 직원들은 “이게 더 편하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현재 서울 시내 각 견인 대행 위탁업체가 보유한 견인차량은 대부분 1.5톤이나 2.5톤으로, 고급 대형 승용차와 지프를 잘못 견인했다가는 이들 차량의 쇼크 애브소버(일명 쇼바·30만~100만원) 등 하체 부품을 망가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 현행 불법주차 차량 견인에 관한 서울시 조례는 견인 과정에서 일어난 차량 손상은 모두 견인 위탁업체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견인사업소 직원들은 이런 위험 부담 때문에 고급 대형 차량 견인을 꺼리는 것.

    특히 이들 견인업체는 대형 승용차와 지프까지 안전하게 견인할 수 있는 특수 래커차가 국내에 출시됐는데도 가격이 운행중인 차량보다 2배가 비싸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견인사업소 소장은 “고급 승용차나 지프를 견인한다고 견인료를 더 주는 것도 아닌데 누가 5000만원이나 주고 특수차량을 구입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이와 관련, 지난 2월19일 서울 시내 각 견인사업소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전날 모 방송국이 ‘불법주차 견인 소형차만 봉’이란 방송을 내보내자 이들 사업소가 갑자기 고급 승용차와 지프에 대한 집중 견인에 나선 것. 하지만 이도 잠깐, 여론이 잠잠해지자 22일 오후부터 이들 견인사업소 주차장은 경승용차와 소형 승용차로 다시 메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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