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1

2002.02.07

승부사는 두 번 울지 않는다

이창호 9단(흑):목진석 6단(백)

  • < 정용진 / 월간 바둑 편집장 >

    입력2004-11-12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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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부사는 두 번 울지 않는다
    병아리 적 쫓기던 닭 장닭 돼서도 쫓긴다’는 속담이 있다. 승부에서 ‘자신감’은 이토록 중요하다. ‘반상의 괴동(怪童)’ 목진석 6단은 그동안 다섯 살 선배인 이창호 9단에게 도무지 판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KBS 바둑왕 결승3번기에서 2대 1로 이기면서 비로소 자신감을 찾았고, 급기야 올해 첫 도전대국인 기성전 도전1국(1월4일)에서 이창호의 대마를 잡으며 선승, 파란을 일으켰다. 99년 첫번째 기성전 도전기에선 맥없이 영패(2대 0)를 당했는데, 이제는 ‘신 이창호 킬러’로 떠오를 만큼 무척 재미있는 승부가 되었다.

    그러나 이창호를 상대로 두 번 연거푸 이기는 일은 역시 하늘의 별 따기였다. 흑1은 아주 평범한 수 같아 보이나 이런 데서 이 9단의 형세판단의 힘을 본다. 유리한 바둑을 쉽게 닦아나가는 힘!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흑1에 정상적으로 응수한다면 백2로 받는 것. 그러면 흑9까지, 하나 이건 탐탁지 않다. 그래서 백2로 변화를 꾀했는데 흑3이 냉정하고도 정확한 카운터펀치. 흑21까지 격차는 더 벌어지고 말았다.

    승부사는 두 번 울지 않는다
    백2에 대해 흑이 16으로 응하는 것은, 즉 백A에 흑B가 교환돼 있다고 가정하면 흑7 때 백은 8을 생략하고 좌변을 지킬 여유가 있다. 흑이 좌하귀를 추궁하더라도 백C로 막고 사는 숨통이 있기 때문이다. 145수 끝, 흑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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