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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한국대사관 “교민은 사고뭉치”

억울한 사정 들어주기커녕 문전박대 … 경찰에 잡혀가고 피해 보아도 ‘나 몰라라’

  • < 홍순도/ 문화일보 베이징 특파원 >mhhong3@hotmail.com

주중 한국대사관 “교민은 사고뭉치”

주중 한국대사관 “교민은 사고뭉치”
주중 한국대사관이 최근 교민 보호 사각지대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존재의 이유’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9월25일 마약사범으로 사형이 집행된 신모씨(41)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데다 이 같은 일들이 공관이 세워진 지난 10여년 동안 다반사로 벌어진 것으로 밝혀져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교민 사회는 이 같은 충격적 사실을 접하고도 별로 놀라워하지 않는 기색이다. 아예 일부에서는 “예견된 상황이 너무 늦게 현실로 나타났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주중대사관 직원들은 행운아다”고 자조 섞인 말을 할 정도다. 대사관이 그동안 교민 보호에 얼마나 소홀했는지 단적으로 시사해 주고 있다.

사례를 살펴보면 주중대사관이 얼마나 교민 보호와 거리가 멀었는지 좀더 확연해진다. 먼저 현재 베이징대 법대 4학년에 재학중인 김모씨의 경우다. 여고 때부터 베이징에서 학교를 다닌 김씨는 지난 1999년 봄 역시 중국 유학생인 여동생과 함께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도중 택시 강도를 당했다. 그나마 여성으로서 ‘더 큰 일’을 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 김씨는 일단 놀란 가슴을 달래고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답은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는, 다소 귀찮아하는 투의 대답뿐이었다. 김씨는 하는 수 없이 신고한 지 정확히 10분 만에 7대의 차량을 출동시킨 중국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당시 대사관의 무성의에 한 번, 중국 경찰의 책임감에 한 번, 모두 두 번 울었다고 한다.

주중 한국대사관 “교민은 사고뭉치”
지난 97년 7월 중국인 거주 지역인 베이징 우다커우(五道口) 일대에 집단 거주하다 거리로 쫓겨난 유학생들의 경우 역시 기가 막히기는 마찬가지. 원래 베이징에서 외국인들은 정해진 외국인 거주지역에 살아야 한다. 그러나 그곳은 집값이 비싸 결혼한 학생들은 임대료가 저렴한 중국인 아파트에 입주해 사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다. 도리 없이 법을 어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베이징 경찰은 중국인 거주지에 사는 외국인들에 대한 일제 단속을 벌였다. 다급해진 40∼50명의 기혼 유학생들은 당연히 공관을 찾았다. 가정이 있어 당장 이사 가기 어려운 사정을 베이징 경찰에 전달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들은 다음날 모두 경찰에 의해 강제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했다. 총영사가 이들의 명단과 주소를 베이징 경찰에 건네주면서 성의 없는 협조요청을 하는 통에 그 자료가 엉뚱하게도 한꺼번에 쫓겨나는 데 활용되고 만 것이다.

현재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40대 초반의 김모씨 사례도 교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는 4년 전 중국 고위층 자제가 소유한 최고급 승용차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다. 괘씸죄까지 더해진 그에 대한 처벌은 구속 수사 후 3년 징역. 그가 이 과정에서 대사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것은 물어보나마나 한 일이다. 김씨의 아내가 당시 “공관원들이 면회 한번 와달라는 요청까지 거절했다”면서 울고 다닌 일화는 지금도 교민 사회에서 잊히지 않고 있다.

이 밖에 대사관 본연의 업무라 해도 좋을 교민 보호와 무관한 피해 사례는 수없이 많다. 요즘도 하루 최소 3∼4명 정도의 교민이 베이징 싼리툰(三里屯)의 대사관이나 영사부 정문 앞에서 외교관이나 영사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수위와 실랑이 벌이는 광경이 목격되는 것은 바로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교민들은 말썽 많은 ‘트러블 메이커’이므로 만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공관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어 억울한 사정이 있어도 보호받기 위한 첫번째 조건인 접근조차 아예 안 된다는 것이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교민들이 최근 한결같이 “대사관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나아야 하지만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대사관 무용론까지 주장하는 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다.



주간동아 2001.11.15 309호 (p14~14)

< 홍순도/ 문화일보 베이징 특파원 >mhhong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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