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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영화 ‘붐’의 허실

“장르 편식 절대 말아야죠”

제작자 심재명·김동주씨가 본 한국영화 … 다양성 차원에서 발전적 방향으로 성장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장르 편식 절대 말아야죠”

“장르 편식 절대 말아야죠”
공동경비구역 JSA’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실력을 인정받은 영화제작자 심재명씨(38). ‘접속’ ‘해피엔드’에서 ‘…JSA’로 이어지는 이들 영화의 잇따른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심씨의 철저한 기획 결과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획영화의 전성시대를 우려하는 사람도 많지만 심대표는 “90년대 육성된 프로듀서들이 철저한 기획,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 유능한 감독 발굴로 예술성도 상업성도 모두 어정쩡하던 80년대 한국영화의 함정을 돌파했다”고 말한다.

“최근 유행하는 조폭영화도 우리 영화사에서는 면면이 이어져 온 흥행 장르입니다. 갑작스런 이상기류는 아니지요. 걱정스러운 것은 영화계의 편식현상입니다.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소재를 써 스타를 내세우고, 막대한 마케팅비를 쏟아붓는 영화만 흥행한다면 저예산 영화나 작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겠죠.” ‘조폭 마누라’가 평정해 버린 극장가에서 임순례 감독의 신작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개봉(27일)을 앞둔 그는 “관객이 얼마나 들지 전혀 감을 못 잡겠다. 극단적으로 표현해 요즘엔 1만 명 아니면 백만 명이니까…”라며 제작자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좋은 영화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하고 주제를 제대로 담아내면서도, 재미있는 영화 아닐까요. ‘…JSA’도 결국 재미있으니까 많은 사람이 봤겠죠. 성공한 영화의 뒤를 좇는 비슷비슷한 영화가 나와도 결국엔 관객의 외면을 받을 겁니다. 저는 한국영화 관객의 수준이 높다고 봐요. 남다른 시도를 하고 완성도 높은 영화가 결국엔 살아남을 겁니다.”

‘…JSA’가 개봉한 지 겨우 1년이 지났지만 그동안에도 관객의 성향은 빠르게 변했다고 심대표는 진단한다.

“영화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배급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작가영화, 예술영화마저 ‘한꺼번에 걸어놓고 안 되면 죄다 내려버리는 식’으로 가서는 우리 영화의 토대가 튼튼해질 수 없습니다.”



“장르 편식 절대 말아야죠”
‘조폭 마누라’로 돈을 번 건 서세원씨만은 아니다. 순제작비 외에 마케팅과 배급비용을 투자한 코리아픽쳐스 역시 현재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김동주 대표(36)는 축하전화를 별로 받지 못했다고 전한다.

“누가 그러데요. ‘조폭 마누라’는 영화계의 빈 라덴이라고(웃음). ‘조폭 마누라’와 같은날 개봉한 ‘봄날은 간다’를 놓고 선과 악의 대결처럼 보는 시선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대표는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은 ‘친구’의 투자 제작을 결정해 흥행 신기록을 세우면서 영화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파워맨’으로 급성장한 인물. ‘거짓말’ ‘춘향뎐’ ‘세기말’ ‘아나키스트’ 등을 제작한 뒤 미래에셋에서 분사한 코리아픽쳐스 대표를 맡았다.

“상품을 많이 팔리게 하는 광고가 좋은 광고이듯, 전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가 곧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인 ‘춘향뎐’ 같은 영화는 명분을 위해 투자했지만, ‘조폭 마누라’는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한 영화죠.”

김대표가 투자를 결정하는 원칙은 ‘확실하게 의미가 있거나’ 아니면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

“관객과 시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봐요. ‘조폭 마누라’가 잘 됐다고 또 그런 영화 만들면 누가 보겠어요? ‘잉글리쉬 페이션트’ 같은 영화를 만든 미국의 미라맥스사가 ‘조폭 마누라’의 미국 내 판권을 사갔어요. 여자가 조폭이라는 설정, 할리우드에서도 볼 수 없던 참신한 아이디어와 재미있는 설정이 그 나름의 가치를 발산한 겁니다.”

그는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다양성’을 꼽는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한국영화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줄리아 로버츠(‘아메리칸 스윗하트’)가 신은경한테 패한 것처럼 이제 외국영화가 우리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은 끝난 것 아닐까요. 정서적으로 잘 맞고, 새로운 시도로 앞서가는 한국영화가 우리 관객에게 더 큰 사랑을 받을 겁니다.”



주간동아 2001.10.25 306호 (p32~32)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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