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2

2001.09.20

일본 신문에는 왜 박찬호가 안 나올까

  • < 조성준/ 스포츠서울 체육팀 기자 > when@seoul.co.kr

    입력2004-12-22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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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신문에는 왜 박찬호가 안 나올까
    얼마 전 일본 슈쿠도쿠 대학 여자 탁구팀의 코칭스태프와 만난 적이 있다. 이 팀의 감독은 6년 전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 오광헌씨(31). 지난달 열린 전일본대학탁구선수권대회 우승 기념으로 총감독인 시라이 쓰네요시씨(60)와 함께 고국에 나들이를 온 것이다. 다소 껄끄러운 요즘 한-일관계를 의식한 탓인지 대화는 민감한 부분을 피해가며 조심스럽게 흘러갔다. 그러나 술잔이 몇 순배 돌자 어쩔 수 없이 직업근성이 발동한 기자는 시라이 총감독에게 질문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제37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취재차 일본 오사카에서 보름 이상을 머무를 때 느낀 ‘왜 일본 언론은 박찬호, 박세리, 김병현 등 세계적 한국스타 플레이어들의 소식을 기사화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점에 대해서였다. 이 같은 질문을 던진 속마음에는 ‘우리 언론은 너희들의 이치로, 나카타 등을 가끔 써주는데 너무 하는 거 아니냐’는 섭섭한 감정이 깔려 있었다.

    거의 아들뻘 되는 한국 기자의 당돌한 물음에 시라이 총감독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옳은 지적이다. 일본 언론이 맹목적으로 이들에게 매달리는 반면 이웃 나라인 한국의 유명 선수들을 거의 다루지 않는 보도 행태는 무척 잘못된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일본인은 ‘글로바루(Global)화’가 대체적으로 덜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지면과 방송을 자국 출신의 스타플레이어들로 메우는 것이다. 이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노감독이 이처럼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나오자 더욱 우쭐한(?) 기자는 마치 대단한 사람이나 되는 양 “가까이 등을 맞대고 살면서, 격려할 때는 격려하고 비판할 때는 비판하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아시아 스포츠가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 뒤 건배를 제의했다. 이후의 술자리가 무척 화기애애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역사 교과서 문제로 냉랭한 분위기는 한-일 스포츠 교류에도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탁구의 경우, 해마다 열리는 실업팀 친선 경기가 갑작스럽게 취소되었고, 9월15일 개최 예정인 코리아오픈탁구대회에 일본이 출전하느냐 마느냐로 한동안 말이 많았다. 일본탁구협회는 혹시라도 경기장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불상사를 매우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를 이해하는 지름길은 많이 아는 것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 언론들이 자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서로 잘 하는 부분을 인정해 주고 칭찬해야 한다. 이 같은 풍토가 조성되면 적어도 스포츠에서만큼은 구원을 풀고 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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