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이 외계인 DNA 복제인간”](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2/21/200412210500012_1.jpg)
그의 이번 한국여행은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인간복제 전도’를 위한 세계 투어의 일환이었다. 라엘씨는 “시차 적응이 안 되어 피곤하다”며 언론접촉 이외 공식 일정은 잡지 않았다. 이를 두고 “겨우 지구 한바퀴 돌고 뭘 그러냐”는 농담도 나왔다. “79년 외계인의 초청으로 지구에서 1광년이나 떨어진 행성까지 여행하고 돌아왔다”는 그의 주장을 빗댄 말이다.
그는 결과적으로 한국 매스컴을 유효 적절하게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그의 인간복제 이론에 적대적 보도들까지도 라엘의 영향력 증대에 도움을 주었다고 ‘라엘리안’들은 보고 있다. 서울 체류 9일 만에 라엘씨는 이른바 ‘라엘쇼크’를 일으켰으며 ‘인간복제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이다. 이는 인간복제는 고사하고 인간배아세포의 복제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보수적 한국에서 지금까지 어떤 과학자나 사상가도 감히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지난 9월6일 기자는 라엘리안 무브먼트 한국지부를 찾았다. 라엘처럼 흰색 상의에 은색 목걸이를 착용한 최상렬 지부장은 반갑게 기자의 손을 잡았다. ‘주간동아’가 2001년 3월1일자 273호에서 “한국인 8명이 라엘이 관여한 클로나이드사에 자신을 복제해 달라고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특종 보도한 것이 지난 6개월 동안 라엘리안 활동을 한국에 알리는 데 영향을 주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인이 복제신청을 했고 그 중 일부를 대상으로 복제실험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 점이 알려지면서 라엘에 대한 한국 매스컴의 관심이 증폭했다는 것이다.
![“지구인이 외계인 DNA 복제인간”](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2/21/200412210500012_2.jpg)
라엘리안 사상의 ‘독창성’은 바로 4단계를 외계인과 연결시킨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시간을 역순으로 돌려 현재의 인간은 바로 4단계의 기술을 가진 외계인이 자신을 복제해 만든 존재라는 것이다. 이 가설에서 인간은 창조된 존재가 아닌 복제한 존재기 때문에 다른 인간을 복제해도 괜찮은 윤리적 정당성을 갖는다.
3, 4단계가 정말 실현된다면 현 인류의 정치·사회·의식체제로는 삶의 안정성을 보장할 방법이 없어진다. 이때의 혼란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라엘은 ‘외계인의 강림과 지원’을 제시한다. 라엘 사상이 종교적 색채를 띠는 순간이다. 그러나 곽기화씨는 “전체 구도로 봤을 때 라엘사상은 과학을 신앙의 대상으로 보는 쪽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기자와 접촉한 다른 2명의 라엘리안(유대훈씨, 이타놀씨)도 믿음의 무게중심을 신비주의(외계인)가 아닌 현실주의(생명공학)에 두고 있었다. 이들은 인간복제를 포함한 생명공학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일로 전제했다. “인간이 복제되는 현상을 감당하고 컨트롤할 만한 새로운 가치체계를 능동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어차피 다가올 부작용을 줄이면서 나이와 질병에서 해방된 진보된 생명체로 나가는 최선의 길이다”는 믿음이었다.
라엘리안들은 한국에서의 인간복제실험이 아직 계획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가능성은 계속 열어두었다. ‘생명윤리기본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인간복제를 법으로 막기는 힘든 상황이다. 라엘의 활동을 심상치 않다고 본 참여연대는 발 빠르게 법안 제정을 보건복지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인간복제가 왜 나쁘냐고요? 인간은 실험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인간의 존엄성은 고유성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인간복제를 터부시해 온 ‘방어막’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