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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뒷이야기

2등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 < 조성준/ 스포츠서울 체육팀 기자 > when@seoul.co.kr

2등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2등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풍경 하나 : 지난 8월13일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막을 내린 제8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가장 흥미진진한 볼거리는 여자 100m였다. 귀여운 외모와 세련된 매너로 전 세계 남자 육상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미녀스타’ 매리언 존스(25, 미국)의 우승을 레이스 시작 전까지 점쳤으나 정작 금메달은 29세의 노장(?) 잔나 핀투셰비치 블로크(우크라이나)에게 돌아갔기 때문. 내리막길에 서 있는 황혼의 선수가 지난해 시드니올림픽 3관왕(100m 200m 1600m계주)을 멋지게 잡은 것이다.

불꽃 튀는 대결도 흥미진진했지만 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훈훈하게 만든 것은 레이스가 끝난 뒤 존스와 핀투셰비치가 보여준 행동이었다. 아슬아슬하게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존스는 트랙 위에 쓰러진 핀투셰비치에게 지체 없이 다가가 축하 인사를 건네며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시상식에서도 마찬가지. 한 번쯤은 인상을 구길 만도 한데 존스는 웃음을 잃지 않고 1, 3위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기에 바빴다.

풍경 둘 : 존스 못지않게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스포츠 스타는 사격 공기소총의 강초현이다. 시드니올림픽 직후 고참 체육기자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은메달을 따고도 뜬 선수는 강초현이 유일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할 정도로 그의 인기는 열풍 그 자체였다. 인기의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밝은 웃음이었다.

풍경 셋 : “국민 여러분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고 말하는 ‘봉달이’ 이봉주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 거의 죽어가는 표정이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에서 부상으로 레이스를 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국민 마라토너’의 얼굴은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지난 4월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뒤 크고 작은 부상이 미처 낫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출전은 사실 무리수였다. 선수 보호를 위해 한 시즌 2개 대회 이상 출전해선 안 된다는 마라톤계의 정설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봉주의 부진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도 ‘봉달이’는 큰죄라도 진 것처럼, 안 그래도 작은 목소리가 거의 기어 들어가는 가운데 인터뷰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누가 그를 이렇게까지 만들었는가.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우리 나라 국민은 2등의 웃는 모습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물론 스포츠 세계만큼 1등과 2등이 극명하게 갈리는 곳도 없다. 하는 이들과 보는 이들은 모두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스포츠에 빠져든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스포츠에 접근해야 할 것 같다. 다소 파격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선수와 관중이 부담 없이 노는 것처럼 경기에 임하고 구경하는 자세 말이다. 이같은 자세로 스포츠를 대하다 보면 ‘패인은 말이 없다’ ‘진 ×이 뭐가 좋다고 웃어’ 등의 건조함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주간동아 2001.08.23 298호 (p86~86)

< 조성준/ 스포츠서울 체육팀 기자 > wh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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