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6

2001.08.09

동양 最古의 사전 편역 ‘한학의 대가’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5-01-17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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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 最古의 사전 편역 ‘한학의 대가’
    ‘이아’(爾雅)는 중국 13경(주역 서경 논어 효경 맹자 등) 중 하나로 중국 고대의 경전에 나오는 낱말들을 주해한 책이다. 즉 당시 천문, 지리, 음악, 각종 기구, 동식물 등의 낱말 뜻을 총정리한 일종의 잡학백과사전.

    예를 들어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初 哉 首 基 肇 祖 元 胎 叔 落 權與 의 공통점은 모두 ‘처음’을 의미하는 말이라는 것. 그러나 쓰임새는 조금씩 다른데 이 책이 바로 그 차이를 설명해 준다. 중국 한나라 이전에 만들어 동진시대 곽박이 주석을 달고 송나라 형병이 설명을 첨가해 만들었다는 고전 ‘이아’가, 한의사이며 한학자인 최형주 원장(66, 명성한의원)이 동양 최초로 완역했다. 고전 번역이라면 단연 앞서가는 일본에서조차 ‘이아’의 건축이나 동식물 부분만 발췌 번역한 책은 있어도 이처럼 완역출판한 적이 없을 정도로 난해한 작업이었다.

    “번역하고 새로운 해설을 추가하는 데 6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가장 곤혹스러운 점은 옥편에도 나오지 않는 글자가 많다는 것이었죠(출판사는 이 책을 위해 9000자 가량의 한자 활자를 새로 만들었다).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해 숨은 그림 찾듯 인터넷에서 글자 하나하나를 찾아냈습니다. 특히 일본과 대만의 사전 사이트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최원장은 어렸을 때 서당과 근대적 의미의 학교를 동시에 다니며 고전과 서양학문을 두루 섭렵했다. 덕분에 한학에 능통해 ‘주역 참동계’ ‘법언’ ‘산해경’ 등 대학교수들도 하기 어려운 고전 번역작업을 아무런 대가 없이 수십 년 동안 꾸준히 해왔다. ‘이아’는 바로 이런 경전들을 읽는 데 필수적인 사전 역할을 한다. “이아에서 ‘이’(爾)는 가깝다, ‘아’(雅)는 바르다는 뜻으로 가까이 하여 바른 것을 취한다는 의미인데, 좀더 쉽게 말하면 진리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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