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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북한 지적 재산권 ‘사적 소유’ 인정

‘저작권법’ 단독 입수 … 남한 출간 ‘동의보감’ 저작권 분쟁 등 적극 ‘개입’

  • < 김 당 기자 > dangk@donga.com

북한 지적 재산권 ‘사적 소유’ 인정

북한 지적 재산권 ‘사적 소유’ 인정
그동안 북한은 공식적으로 지적 재산권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주간동아’가 단독 입수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저작권법’(이하 북한 저작권법)에 따르면, 북한은 저작권뿐만 아니라 개인 저작권자의 재산권도 법으로 보호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주목된다. 게다가 이 법은 저작권자의 재산권에 대한 양도나 상속까지도 보장하는 획기적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헌법과 형법 일부에 “저작권과 발명권은 법적으로 보호한다”고 규정해 왔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하부규정이 없어 북한에서 실질적인 저작권 보호가 이뤄지는지는 회의적이었다.

북한 당국이 저작권법을 제정한 사실이 외부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4월5일 개최한 제10기 최고인민회의4차회의 직후였다. 당시 이 회의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해 중대한 대외 개방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남한의 의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는 이 회의에서 올해 예산과 가공무역법·갑문법·저작권법 등 경제 관련 법률 3건을 승인하는 데 그쳤다. 다만 세 법안 모두 대외 개방정책과 관련한 것이어서 대외개방 확대에 대비한 조처라는 관측을 불러왔다.

대외 개방 확대 대비한 사전 조치

6장48조항으로 된 북한 저작권법에서 우선 주목할 대목은 “저작권자는 저작물에 대한 인격적 권리와 재산적 권리를 가진다”(제13조)고 규정해 저작권에 인격권과 지적 재산권을 포함한 것. 또 “개인의 이름으로 창작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그것을 창작한 자가 가진다”(제16조)고 규정해 개인의 지적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저작권자의 재산적 권리는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하거나 상속할 수 있으며(제21조) 저작물에 대한 재산적 권리는 저작물이 발표된 때부터 그것을 창작한 자가 사망한 후 50년까지 보호한다(제23조). 게다가 “저작권자의 재산적 권리는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하거나 상속할 수 있다”(제21조)고까지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지적재산권의 사적 소유를 법으로 인정한 것은 개인의 창발성을 강조한 정보통신(IT) 산업 진흥정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 저작권법은 ‘저작 린접권’, 즉 2차적 저작물도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저작물을 리용하는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은 저작권자에게 해당한 료금을 지불하여야 한다”(제31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저작권 또는 저작 린접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해당한 손해를 보상시키며(제46조), 이 법을 어겨 저작권사업에 엄중한 결과를 일으킨 기관, 기업소, 단체의 책임 있는 일군과 개별적 공민에게는 정상에 따라 행정적 또는 형사적 책임을 지운다(제47조)고 되어 있다.

이번에 북한이 제정한 저작권법은 자국의 저작권 보호가 1차적 목적이지만 다른 나라의 저작권도 보호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대외개방 확대에 대비한 사전조치로 풀이된다. 이 법은 “우리 나라가 체결한 조약에 가입한 다른 나라의 법인 또는 개인의 저작권은 그 조약에 따라 보호한다”(제5조)며 “국가는 저작권 분야에서 다른 나라, 국제기구들과의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킨다”(제7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북한 지적 재산권 ‘사적 소유’ 인정
북한이 저작권 보호에 발벗고 나선다는 또 다른 중요한 증표는 북한이 수년 전부터 어순대로 펴내고 있는 ‘조선대백과사전’의 저작권 항목에서 찾을 수 있다(북한의 우리말 어순은 남한과 달리 ‘ㅇ’이 맨 끝인데 2001년 7월 현재 ‘ㅇ’ 항목을 제외한 20여 권을 출간했다). 2000년 8월 평양 백과사전출판사가 발행한 ‘조선대백과사전’(제16권)은 543쪽에서 ‘저작권’을 이렇게 설명하였다.

“우리 나라에서 저작권은 법적으로 튼튼히 보호되며 그것을 침해한 데 대하여서는 해당한 제재가 가해진다. 한 나라에서 창작한 작품은 다른 여러 나라들에 배포되거나 보급될 수 있으며 저작권은 ‘세계저작권보호동맹조약’에 의하여 국제적으로도 보호된다. 우리 나라도 이 조약에 가입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나라도 이 조약에 가입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북한에서 ‘∼하고 있다’의 의미는 ‘∼하는 중이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약에 가입하고 있다’는 것은 ‘가입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이 가입한 국제조약은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 하나뿐이다. 따라서 북한의 저작권법 제정은 앞으로 베른조약과 세계저작권협약(UCC) 등 남한이 가입한 다자간 조약체계에 편입해 저작권 보호를 받겠다는 자세 전환을 뜻한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중국 선양(瀋陽)의 한 소식통은 “북한 당국은 저작권법을 공포한 후 이를 뒷받침할 시행규칙도 이미 제정했다”고 귀띔했다.

저작권법 제정에 앞서 북한의 적극적 자세 전환을 예고한 또 다른 증거는 북한 당국이 남한에서 벌어지는 북한 저작물 판권 분쟁에 전례 없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남한에서의 저작권 침해 사례를 거론하며 처음으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지난 99년. 북한의 조선음악가동맹 중앙위원회(위원장 성동춘)는 같은 해 7월5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해 북한 작사가·작곡가·가수들이 지었거나 부른 가요 1000여 곡(曲)을 남한 당국이 왜곡·도용하였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엄포’ 수준을 떠나 저작권 관련 기관이 직접 저작권자임을 담보하는 관련 자료를 남한측 대리인에게 제공하는 등 적극 개입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동의보감’ 저작권 분쟁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94년 북한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와 정식 판권계약을 맺고 북한판 ‘동의보감’을 국내에서 출간한 여강출판사(전 대표 이순동)가 지난해 5월 같은 제목의 책을 펴낸 법인문화사(대표 김근중)를 저작권법 위반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씨는 자신이 남한 내 판권을 가진 책을 무단으로 베낀 혐의가 있는 출판사 대표 외에도 이 책의 ‘국역위원’으로 참여한 한의대 교수 21명을 무더기로 고소했다. 누가 보기에도 베낀 것이 분명했고 피고소인 일부도 검찰 조사에서 베낀 사실을 시인했다. 이씨가 형사 고소와 함께 제기한 본안소송(손해배상청구)에 앞서 제기한 채권(임금) 가압류 신청에 대해서는 법원의 가압류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해 12월 “여강출판사가 북한과 정식계약을 체결했음을 뒷받침하는 직접 증거가 없어 고소 적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현재 이씨는 이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한 상황이다.

결국 법원과 달리 검찰이 보는 이 사건의 쟁점은 고소인 이씨가 북측에게서 판권을 위임 받은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해 주목할 대목은 지난해 9월25일 북한의 평양시 공증소가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의 계약 확인서를 공증해 준 것. 이 공증 확인서는 북한이 남한과의 계약사실을 확인해 준 공증문서로서는 광복 이후 최초다. 북한의 ‘민사법 사전’에 따르면, 북한의 공증은 국가공증기관에서 중앙재판소의 지도를 받아 이뤄지며, 남한과 달리 북한의 국가공증기관은 공증 신청내용이 사실에 맞고 그 증거가 있을 경우에 공증문건을 만들어 준다.

이 사건에 대한 북한의 ‘각별한 관심’을 입증하는 또 다른 중요한 문건은 북한 내각 산하 출판지도국이 지난해 10월31일 작성한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가 판권 양도계약에 관한 권한을 위임한 사실 확인서’다. 앞서의 공증문서도 전례 없는 일이지만 북한의 출판사업을 지도하는 정부 중앙기관에서 이러한 확인문서를 작성해 준 것도 남북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사건’이다. 북한 당국과 언론 매체들이 북한 저작권을 침해한 남한 출판사들에 대해 비난한 적은 있지만, 남한 출판사와 맺은 저작권 계약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는 문건을 작성해 준 것은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북한법 전문가인 심재환 변호사는 “그만큼 북한 당국이 ‘동의보감’ 저작권 분쟁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북한 저작권이 침해받는 사례가 계속될 경우 북한 당국이 직접 남한 변호사를 선임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2001.07.26 294호 (p18~19)

< 김 당 기자 > da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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