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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세운 勞·使 ‘정면 충돌’ 위기

勞 “임단협-정권 퇴진 병행 총력투쟁” … 使 “사업현장 볼모 잡는 행위, 강경대응”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각 세운 勞·使 ‘정면 충돌’ 위기

각 세운 勞·使 ‘정면 충돌’ 위기
오는 6월 12일부터 임단협 교섭이 결렬된 노조의 파업시기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총력투쟁에 돌입하겠다”(지난 5월31일 민주노총 6월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

“노동계는 명분 없는 6월 총파업을 즉각 중단하라. 정부는 엄정하고 신속한 법 집행을 통해 불법 총파업의 확산을 사전 차단하라”(6월4일 현 시국에 대한 경제계 성명). 올 여름이 초입부터 유난히 뜨겁다. 6월을 기점으로 본격화한 노동계의 임단협 투쟁에 대해 경제5단체 등 재계가 “정치투쟁 성격이 짙다”며 정부의 적극 개입을 강도 높게 촉구하고, 노동계와의 ‘일전 불사’를 선언한 것. 노·사의 이런 팽팽한 대치는 전례 없이 ‘강 대(對) 강’ 구도의 극한상태로 치닫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5월25일부터 파업중인 ㈜효성 울산공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분규 해결을 노·사 자율에 맡기겠다”며 차일피일 미뤄온 정부가 재계의 성명 발표 직후인 6월5일 이른바 ‘울산만 작전’을 전격 단행, 노·사 전면전에 기름을 끼얹음으로써 노·정 정면대결마저 빚어지는 양상이다. 6월8일 현재 울산에서는 현대자동차 노조원 등 1만여 명이 ‘효성파업 경찰투입 규탄대회’를 여는 등 나흘째 노동자들의 격렬한 항의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위원장 단병호)의 이번 ‘하투’(夏鬪)는 어디에 지향점을 둔 것일까. 민주노총의 전략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정규직화 △주5일근무제 도입 △모성보호법 등 민생개혁법안의 국회통과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 중단 등 일련의 대정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정권퇴진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총력투쟁’에 돌입한다는 게 그 골자. 이런 전략은 일단 임단협 투쟁에 주력하면서도 총력투쟁을 통한 연대파업의 힘을 바탕으로 노동관련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이루겠다는 양면작전으로 풀이된다.

특이한 것은 민주노총이 언론 등을 통해 유독 ‘총력투쟁’이란 용어를 강조하는 점. 임단협 시즌을 맞아 교섭이 결렬된 개별 사업장들이 같은 시기에 집중적인 연대파업을 벌일 총력투쟁에는 노사 교섭과정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노조측의 ‘실속’을 챙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총력투쟁은 다수 단위노조가 같은 요구조건을 내걸고 파업의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하는 총파업과는 개념이 다르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지난해만 해도 두 용어를 혼용했으나 ‘연례행사’로 뿌리내린 임단협 투쟁에 굳이 강성 이미지를 띤 ‘총파업’을 갖다 붙일 필요가 있느냐”며 “사실 이번 총력투쟁 또한 예년의 임단협 투쟁과 별 차이가 없다”고 답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과는 무관하게 총력투쟁의 강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말 현재 파업의 전 단계인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낸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은 전체 1300여 곳 중 금속·공공·보건의료·화학섬유연맹 중심의 사업장 200여 곳. 수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아시아나항공 노조의 파업 가결(6월7일)에 이어 공공연맹 산하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파업을 결의(6월8일)함으로써 민주노총은 투쟁의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더욱이 조종사노조 파업은 ‘항공대란’으로 직결될 경우 국민 불편은 물론 국가의 대외신인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어 이번 총력투쟁에서 갖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민주노총측은 “총력투쟁에서의 임단협 교섭 흐름과 6월 임시국회 추이를 종합 검토한 뒤 임단협 교섭 개시일이 비교적 늦은 노조들의 쟁의가 몰리는 시기를 골라 2차 총력투쟁에 돌입할 수도 있다”며 총력투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내비친다.

그러나 이런 투쟁방침에 대한 재계의 대응은 평행선을 긋는다. ‘총력투쟁 선언=망국론’까지 제기하는 재계 주장의 핵심은 한마디로 민주노총의 총력투쟁은 뚜렷한 명분이 없다는 것. “민주노총은 사업장의 근로조건 개선이 아니라 노동관련 제도개선 투쟁을 위해 산업현장을 볼모로 삼으려 한다. 이는 민주노총의 위상 강화를 위한 정치적 노림수일 뿐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김영배 전무는 “총파업이 산업현장의 근로 분위기를 최악으로 만들고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쳐 그간의 경제회생 노력이 물거품이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재계는 정부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낸다. 정부가 노사관계 원칙을 세워 모든 불법파업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고, ‘물러터진’ 노동부 역시 ‘민주노총 달래기’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재계는 심지어 정부가 미온적 태도로 불법파업을 방치하다 파업 사업장이 100개 이상 넘을 경우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반발한 전국 규모 총파업을 불러 ‘레임덕’을 앞당긴 96년 말 YS정권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 경고한다.

민주노총의 총력투쟁을 총파업으로 규정하는 재계의 이런 시각은 총파업과 총력투쟁을 애써 구분짓는 민주노총의 그것과는 판이하다. 재계는 이미 지난 5월30일 결정한 ‘총파업에 대한 경영계 지침’으로 총력투쟁에 맞서 가처분제도 및 대체근로 활용, 무노동무임금 원칙 적용, 징계 및 민·형사상 책임 추궁, 직장폐쇄 등의 조치로 강경 대응키로 한 바 있다. 민주노총과 재계 모두 표면적으론 ‘대화’를 노사협상의 전제조건으로 꼽으면서도 그 속내가 확연히 다른 이런 시각차는 긴장감에 휩싸인 6월을 예고하는 근본요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총력투쟁의 파장이 예년보다 크지 않으며 극단적인 총파업으로 이어지지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노·사 대립은 올해 임단협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노·사 간 ‘기 싸움’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각 세운 勞·使 ‘정면 충돌’ 위기
노동부 노사조정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총력투쟁은 지방선거와 월드컵 등 굵직한 사회적 현안이 산재한 내년보다는 올해가 노동계 요구를 관철시키기 수월하다는 자체 판단 때문일 것”이라며 “올 하반기 본격적인 제도개선 투쟁을 위한 전초전의 성격도 짙다”고 분석한다.

사실 수치상으로만 따지면 아직까지 노사문제가 그리 심각한 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임단협 대상 사업장(100인 이상) 5218개소 중 교섭이 타결된 곳은 1262개소(5월 말 기준). 타결률은 24.2%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보다 다소 낮지만, 2001년 6월5일 현재 쟁의조정신청을 낸 사업장은 486곳으로 지난해 동기의 497곳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노사분규는 55건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97건보다 훨씬 적은 편이다.

노동부의 낙관적 분석은 한국노총(위원장 이남순)의 동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노총은 오는 6월24일 서울에서 ‘임투 승리 및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불법적 형태로 전개될 조짐이 없는데다 ‘하투’ 자체를 민주노총과 연대할 가능성 역시 희박하기 때문. 한국노총 강익구 홍보국장은 “한국노총의 ‘하투’는 노총 소속 제조업 사업장의 ‘춘투’를 올 하반기로 잡은 공공부문 구조조정 중단 투쟁으로 잇기 위한 연결고리의 성격을 띤다”며 민주노총과의 연대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낙관적 분석과 관계없이 총력투쟁 과정에서 의외의 변수가 개입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변수의 정점엔 공권력 투입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비록 김호진 노동부 장관이 지난 6월1일 경제5단체장과의 긴급회동에서 “(노사분규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정부는 지난 4월 대우차 과잉진압 당시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해 공권력 투입에 대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앞뒤 재지 않은 공권력 투입이 노사관계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노사 대립 해법 찾기 골머리

특히 노동부는 지난 5월16일부터 파업중인 여천NCC㈜에 대한 공권력 투입 여부를 놓고 자못 조심스런 분위기다. 핵심산업기지인 여수산단에 위치한 여천NCC㈜는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업체. 회사측이 이미 공권력 투입을 수차례 요청한 상태지만, 노조측은 경찰이 투입되면 모든 장치와 기계를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실제 경찰력 투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6월8일 경찰청의 한 간부도 “여천NCC㈜의 파업은 적법한 것으로 안다. 따라서 공권력 투입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총력투쟁의 또 다른 변수는 파업현장의 분위기. 상급 노동단체인 민주노총 지도부의 생각과 분규로 한껏 격앙된 일선 노조원의 정서는 공권력 투입 등 돌발상황에 따라 언제든 표변할 수 있다. 6월6일부터 이달 말까지 노동부와 전국 지방노동관서가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가 분규 예방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 임기 말 불거진 첨예한 노·사 대립구도의 해법 찾기에 골머리를 앓는 정부로선 내년 선거를 의식해서라도 번번이 노동계와 재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한가닥 지푸라기가 한껏 팽팽해진 말의 허리를 부러뜨릴 수 없다고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는가.” 한 노동단체 간부의 이 말은 예측 불가능한 6월의 노동현장을 그대로 대변한다. 지난 1일 민주노총의 ‘상근 노조간부 집중 상경투쟁’으로 시작한 올 6월은 활화산처럼 타오를 것인가. ‘정면 충돌 위기’를 앞두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노·사·정 공히 힘겨운 여름나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주간동아 2001.06.21 289호 (p44~46)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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