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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김정남, 베이징에서 근신중

정보기관 관계자 밝혀 … 김정일에게 보낸 편지 입수, 귀국 허가 아직 못 받은 듯

  • < 김 당 기자 >dangk@donga.com

‘황태자’ 김정남, 베이징에서 근신중

‘황태자’ 김정남, 베이징에서 근신중
지난 5월1일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체포된 지 사흘 만에 중국으로 강제 추방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金正男, 30)이 귀국했다는 일부 보도와는 달리 아직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주간동아’는 이와 같은 사실을 최근 한 정보기관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확인했다. 김씨가 북한으로 귀국했을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이 관계자는 “김정남은 현재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김정일과 그 가족의 행적은 우리 정보기관이 면밀하게 추적하고 있다”면서 “김정남에 대해서도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베이징 등지의 출입국 행적을 다 파악하였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발언은 김정남 체포 소식이 맨 처음 전해진 지난 5월3일 이후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간헐적으로 나오는 김정남의 행적과 관련한 온갖 추측 보도를 일축하는 것이다.

먼저 이런 종류의 사건이 터질 때면 늘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미 CIA(중앙정보국) 개입설. 이번에도 미국이 김정일 위원장의 평판을 훼손하기 위해 일본측에 김정남의 밀입국 첩보를 제공했다는 CIA 공작설이 제기되었다.

공교롭게도 김정남이 공항에서 체포되어 이바라키현(茨城縣)의 ‘동일본 입국관리센터’에 수감되어 조사를 받는 동안 김위원장은 서방 국가원수로서는 처음 평양을 방문한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스웨덴의 페르손 총리 등 EU 대표단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김위원장은 장거리미사일 문제에 대해 ‘2003년까지 시험발사 동결’ 방침을 밝힘으로써 부시 미 대통령의 허를 찔렀다. 따라서 EU의 한반도 문제 개입이 달갑지 않은 미국으로서는 김정남 밀입국 사건으로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 CIA 개입설의 그럴 듯한 근거다.

그러나 앞서의 관계자는 CIA의 사전 인지 및 개입설을 부정했다. 이 관계자는 그 근거를 이렇게 설명했다.



“CIA는 사전에 (김정남의 일본 밀입국을) 몰랐던 모양이다. CIA가 김정일을 망신주기 위해 미리 일본에 밀입국 첩보를 제공했다는 가설은 근거가 없다. 왜냐하면 사건 발생 직후 CIA측으로부터 우리측에 (일본에서 체포된 남자가) 김정남인지 신원을 확인해 달라는 정보 협조요청이 왔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보면 CIA 첩보 제공설은 근거가 희박하다.”

‘황태자’ 김정남, 베이징에서 근신중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김정남의 밀입국 사실을 사전에 알고 체포한 것일까.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본 방위청은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방위청이 출입국 관리 당국에 입국 첩보를 제공하지는 않은 듯하다”면서 “따라서 체포와 추방이 (일본 정부의) 사전 공작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현장에서 우연히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출입국 관리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그때그때 상황(출입국 인원 수, 시간대 등)에 따라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김정남과 동행한 여성 2명과 어린이 1명은 누구이며 이들이 일본에 간 목적은 무엇일까. 일본 언론에서 공개한 여권 기재사항에 따르면 그와 동행한 두 여성은 신정희(1971년 9월7일생)와 리경희(1968년 7월2일생)이고, 사내아이는 김솔(4세)이다. 이에 대해 앞서의 관계자는 “통통한 여자는 김정남의 처(신정희)가 맞고 선글라스 낀 여자는 일본어 통역 겸 안내원이다”고 밝혔다. 이는 “신과 리는 모두 김정남의 애인이며 최근에는 리가 가장 총애를 받고 있다”는 일부 보도를 일축하는 것이다. 또 “아이는 신과의 사이에 난 김정남의 아들이다”고 밝혀 ‘김정일의 늦둥이’라는 항간의 보도를 부인했다.

이와 같은 발언은 지난 5월15일 마키오 다쿠미 일본 입국관리국장이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밝힌 동반자들의 신원사항과 일치한다. 다쿠미 국장은 “김정남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함께 입국한 사람은 신정희와 리경희이며, 이 중 신정희는 김정남과 부부관계로 들었다”면서 “신정희는 나리타 공항에서 추방될 당시 4세 난 어린이의 손을 잡고 있던 사람이며, 선글라스를 낀 여성은 신정희와 친척관계인 리경희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들의 입국 목적과 관련해 “김정남이 조사 받는 중에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의 첫 보도가 정확하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일본 정보기술(IT) 업계 시찰설 △미사일 등 무기수출대금 수금설 △일본 유력 정치인과의 비밀 거래설 △한국 고위인사와 김정일 서울 답방 논의를 위한 접촉설 등을 모두 일축하는 것이다. 특히 일부 언론은 지난 97년 대선 직전 당시 안기부의 사주로 김대중 후보의 대북 연계의혹 폭로 기자회견을 한 재미교포 윤홍준씨의 주장을 인용해 이런 설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모두 사실 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 제기한 김정남의 서울 밀입국 의혹에 대해서는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잖아도 (김정남이 쓴) 팡시옹이라는 명의의 여권을 가진 인물의 출입국 기록을 조사했는데 도미니카 출신의 팡시옹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 한국에 드나든 출입국 기록이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나이도 50대고 지금도 한국에 머물고 있다. 그밖에 김정남이 제주도에 다녀갔다는 첩보도 있었지만 우리 나라에는 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에서 공개한 김정남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소지한 위조여권은 ‘팡시옹’(PANG XIONG) 명의로 되어 있고, 출생지는 ‘KOREA’, 생년월일은 ‘1971년 5월10일’로 기재되어 있다.

한국 정보기관의 입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그가 김정일 위원장의 대를 이을 후계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지를 다니며 노는 친구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우리측 정보기관이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김정남은 마카오 등지에서 ‘빠찡꼬 게임이나 하며 노는 친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인물에게 컴퓨터위원장이나 미사일 수출책 같은 중책을 맡길 리는 없다는 것이다. 한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지난 5월24일 ‘김정남의 4일간 검증’이라는 2개면 특집기사에서 “김정남이 베이징으로 추방당할 때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의 일본 외무성 직원에게 ‘전에 일본의 한국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도중 누군가 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크게 웃었다. 나는 정보기술(IT)위원장이니 어쩌니 하지만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정보를 어떻게 파악한 것일까. 국가정보원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일 일가의 행적은 국정원 3국(북한정보국)에서 추적한다. 전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 담당관이 별도로 있었으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후에는 김정일 담당관만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김정남이 후계자의 반열에 올라 있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김정일처럼 비중 있게 추적하지는 않으나 김정남을 포함한 ‘로열 패밀리’의 행적은 평양 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우리측 정보기관의 핵심 정보목표 중 하나다. 이는 김위원장의 이복동생들로 폴란드 대사로 나가 있는 김평일이나 오스트리아에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경진(김광섭 대사의 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거기에는 통신·영상첩보뿐만 아니라 공작원을 활용한 공작 첩보도 활용된다.

그렇다면 우리 정보기관은 김정남의 소재를 비롯한 이런 정보를 어떻게 파악했을까. 앞서의 관계자는 “김정남은 ‘사고’(일본에서의 체포 및 추방)가 난 뒤 베이징에서 김정일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 내용을 우리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김정남이 베이징에서 보낸 ‘편지’로 보건대 김정남은 아직 평양에 가지 못하고 베이징에서 ‘근신’중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제3국(중국)에서 평양으로 보낸 ‘편지’를 어떻게 파악했으며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황태자’ 김정남, 베이징에서 근신중
그러나 대북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총풍(銃風)사건을 연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총풍사건은 지난 97년 대선 전에 한성기·오정은·장석중 3인이 베이징에서 북한측 인사를 만나 북한측에 ‘대선 직전 판문점에서 총격을 가해줄 것을 요청’한 사건이다. 그런데 당시 우리 정보기관이 이 사건을 인지하게 된 데는 총격 요청을 받은 북한측 인사들이 접촉 결과를 보고하느라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평양으로 보낸 ‘전문’을 입수한 것이 결정적인 단서였다.

그렇다면 김정남은 왜 베이징으로 추방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평양으로 돌아가지 않고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거기에 대한 해답은 앞서의 ‘편지’ 속에 담겨 있다. 앞서의 대북 소식통은 김씨가 베이징에 체류하는 까닭을 “김정일의 용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서신의 핵심 내용은 김정남이 이번 사건에 대해 김정일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 정황으로 보건대, 용서했으니 그만 들어오라는 김정일의 ‘OK 사인’이 아직 나지 않은 듯하다. 이번 사건으로 창피를 당한 김정일이 주변의 이목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아직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정남은 어디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앞서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현재 가족과 함께 베이징 교외 동북쪽의 서우두(首都) 국제공항 근처 샹춘(鄕村)의 호화 빌라촌인 ‘드래곤 밸리’의 안가(安家)에 체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안가는 김정남의 처이자 북한의 국영항공사인 고려항공 사장의 딸로 알려진 신정희씨가 지난 96년 무렵 2년간 체류했으며, 한때는 이 집이 김정일 위원장의 전처 성혜림씨의 집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언론을 추적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북한 당국은 드래곤 밸리에 안가를 갖고 있다”며 “그곳에 김정남이 한때 장기 거주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국 특파원들도 “그동안 소문은 무성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북한이 베이징에 안가를 갖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북한 정부는 이밖에도 베이징 시내에 유경식당 등을 직영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민간인이 아닌 정부가 직영하는 식당을 가진 나라는 북한뿐이다. 일본 정부가 중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 신속하게 김정남 일행을 베이징으로 추방한 것이나(불법 입국자의 경우 출발지인 싱가포르로 추방하는 것이 관행이다), 김씨의 베이징 입국 이후 행적을 철저히 보안에 붙인 것은 그만큼 북·중 관계의 밀접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김정남 체포·추방 사건이 나자 국정원은 “우리는 모른다” 또는 “답변할 수 없다”거나 “외교통상부에 알아보라”는 식으로 피해갔다. 그러나 국정원은 북한의 로열 패밀리에 대한 해외 정보활동으로 김정남의 일본 입국에 앞선 해외(싱가포르) 체류 일정은 물론 일본 입국 때의 이상징후까지도 거의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앞서의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여운’을 남겼다.

“우리가 그의 행적을 소상히 파악하였다고 말하면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 반대로 우리가 그의 행적을 전혀 몰랐다고 하면 정보기관의 활동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후자 쪽이 더 낫다.”



주간동아 2001.06.21 289호 (p10~12)

< 김 당 기자 >da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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