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5

2001.03.15

“공부하는데 정년이 있나요”

  • < 이지은 기자 smily@donga.com >

    입력2005-02-17 1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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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하는데 정년이 있나요”
    “돈 많이 버는 것보다 배우는 게 더 좋아. 돈 있으면 뭐해? 죽을 때 갖고 가나? 하지만 하나하나 배울 때마다 느껴지는 기쁨은 말로 다 표현 못하지.”

    2월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양원주부학교 졸업식. 이날 최고령 졸업생은 올해 73세의 김맹금 할머니. 학사모를 쓴 김씨는 20, 30년쯤 어린 수많은 다른 졸업생들보다 훨씬 더 생기가 넘쳐 보였다. 경남 거제도 출신인 김씨는 1945년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갔다. 농사일, 사업하는 남편의 뒷바라지에 8남매나 되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공부와는 인연을 끊어야 했던 김씨가 양원주부학교를 찾은 것은 지난 97년. 아현동에 사는 친구가 이 학교에서 한자나 영어 등을 공부하는 것이 그렇게 부러워 보일 수 없어 무작정 따라나섰다. 그러길 4년여, 김씨는 이 학교의 네번째 과정인 교양부를 이번에 졸업하게 됐다.

    “내가 늙어서 그런지 솔직히 영어는 잘 모르겠어. 알파벳은 알지만 겨우 ‘헬로’라고 인사할 정도지. 그러나 역사나 정치를 공부하는 동안에는 뉴스나 드라마 ‘태조 왕건’이 더 쉽게 이해되고 재미있더구먼. 그래도 나는 한자가 가장 좋아. 그 어려워 보이던 한자를 한자씩 알아갈 때마다 얼마나 기쁜지 몰라.”

    사실 김씨는 지난해 한자능력검정시험 특2급에 합격하는 작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일반 대학생들이 이 시험에서 가장 많이 응시하는 급수가 3급인 것을 감안하면 김씨의 한자실력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내친김에 일어와 한자, 서예 등을 더 공부하고 싶단다.

    “젊었을 때 못한 게 후회도 되지만 지금이라도 공부하게 된 것이 어디야. 젊은 사람들이랑 어울리다 보니 점점 젊어지는 느낌이 들어”라고 말하는 김씨의 눈빛은 공부에 대한 샘솟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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