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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장관업무추진비

“쫀쫀하게 돈 써야 국민이 믿는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 힘있는 기관 자료제출 소극적, 윗물 맑아지려면 반드시 공개해야

“쫀쫀하게 돈 써야 국민이 믿는다”

“쫀쫀하게 돈 써야 국민이 믿는다”
장관들의 업무추진비가 일부나마 밝혀진 데는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그는 평소 “공공 예산은 국민의 돈인데 꼼꼼히 써야 할 곳에서 오히려 낭비가 많다”고 말해왔다.

장관들의 업무추진비를 밝혀내기로 마음먹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도무지 밥 먹는 것 하나도 (예산을) 아끼려는 마음이 없다. 예산결산위원회 할 때도 총리 주최 오찬, 재경부장관 주최 만찬 등 오찬 만찬이 잇따라 열린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구내 식당에서 먹어도 되는데…. 국민들의 혈세인 공공 예산 가운데는 드러나지 않은 영역에서 낭비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판공비로 불리는 업무추진비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장관들의 업무추진비는 공개된 적이 없다. 그래서 한번 밝혀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각 부처에서 자료 받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협조는 잘 했나.

“구두로는 일곱번 정도, 서면으로 두번 더 요청했다. 그런데도 나름대로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한 부처는 18개 부처 중 8개에 불과하다. 행정자치부 재정경제부 법무부 등 이른바 힘있는 기관일수록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다.



장관들 판공비 사용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0이 하나 더 붙은 경우가 많았다. 개인 돈이라면 이렇게 안 썼을 것이다. 공금이니 헤프게 쓴 것이다. 현금으로 쓸 경우는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이것을 초과한 경우도 많았다. 고정적으로 현금을 가져다 쓰는 장관도 있었다. 누가 어느 곳에 어떻게 쓰는지 투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기획예산처의 명확한 지침이 있어도 지키는 부처가 없다. 정부가 돈을 쫀쫀하게 써야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공직자들이 선물은 얼마 이상은 받으면 안 되고 밥은 얼마 이상 먹으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데 공직자들이 이를 잘 지킨다. 우리보다 부자인데도 쫀쫀하다. 이 정도는 돼야 국민이 믿을 수 있다.”

일종의 ‘쫀쫀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특히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공금을 쫀쫀하게 써야 처신이 바르게 되고 하위직원들과 위화감도 없어진다. 그러면 예산이 절약되고 다른 예산 집행시 엄격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업무추진비 공개는 고위직, 특히 장관직에 있는 사람들의 처신 등에 제약을 가하는 한 방안이고 윗물을 맑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 아닌가. 장관들부터 업무추진비를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

현재의 업무추진비 제도에 대한 개선책이 있다면?

“공개만 하면 정화될 것이다. 우선 장관들이 업무추진비 공개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된다면 자치단체장들도 모두 공개할 것이고 국민들의 혈세가 어떻게 쓰이는지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기본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의 고질병을 고칠 수 없다. 적당적당히 넘어가서는 영원히 고칠 수 없다. 국민의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꼼꼼히 따지는 것을 오히려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따져 나갈 것이다.”

업무추진비를 공개한 것에 대한 주변 반응은?

“잘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국회의원이 뭐 그런 것 갖고 그러느냐’ ‘장래가 창창한 사람이…’ ‘얼마 안 되는 것 갖고 따지지 말고 좀 대범하게 나가라’ 등등 비판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동료 의원 가운데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따지지 않는 것이 마치 대범한 정치인으로 비치는 풍토가 있다.

결국 예산 심사에 엄격해야 할 정치권이 낭비를 조장하고 있는 셈인데….

“국정감사권과 결산심사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정부 부처의 업무추진비 공개 압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장관들이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런 힘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업무추진비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국회의원들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00.12.14 263호 (p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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