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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들만 수요일에 모여!

민주당 최고위원들 주1회 별도 모임 가져…여권 향후 권력구도 변화 주목

최고위원들만 수요일에 모여!

최고위원들만 수요일에 모여!
민주당 최고위원 12명이 매주 수요일 아침에 최고위원들만의 별도 모임인 ‘수요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이 11월1일 아침 서울 여의도 63빌딩 ‘거버너스 챔버’(양식당)에서 첫 모임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모임에는 12명의 최고위원 중 외국을 방문중이거나 불가피한 약속이 있던 이인제 김중권 박상천 장태완 최고위원을 제외한 8명의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최고위원들이 당4역(사무총장 원내총무 정책위의장 대변인)을 제외하고 별도 모임을 갖기로 함에 따라 향후 민주당, 나아가 여권의 권력운용 구도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한 최고위원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의해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마음껏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논의의 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최고위원들이 당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첫 모임에서 내각제와 관련한 자민련과의 관계설정 문제, 경제위기 대처방안 등을 놓고 집중적인 논의를 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지난 8·30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민주당의 최고위원은 모두 12명(선출직 7명, 지명직 5명)이다. 이들은 그동안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당사에서 당 4역도 참석하는 최고위원회의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이들이 당사에서의 회의와 별도로 ‘수요모임’을 갖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형식 탈피 … 심도 깊은 토론의 장” 취지



‘수요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끈 정동영 최고위원은 “형식적인 논의에 그치는 당무회의나 당직자 회의와 달리 심도 깊은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데 최고위원들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정치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기본 배경을 설명했다. 최고위원회의 위상을 집행기구나 의결기구보다는 정치적인 역할을 하는 쪽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르게 보면 이 말은 마담형 대표에 실세 사무총장이 당을 이끄는 민주당의 현 체제로는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풀어갈 수 없다는 최고위원들의 인식을 시사한다.

물론 최고위원들의 이런 행보 자체가 위기감의 반영이기도 하다. △‘한빛게이트’ ‘정현준게이트’ 등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대형사건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킨 ‘윤철상 발언’이나 최근 이정빈 외무부장관의 폭탄주 발언으로 상징되는 여권 인사들의 잇단 실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의약분업 사태 △경제위기설의 증폭 등이 이들로 하여금 나름의 역할을 강제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대철 최고위원이 “지금은 어떤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해답을 찾을 길이 없는, 정권이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 정국을 규정한 것에서 이런 인식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최고위원들의 새로운 시도는 일차적으로 민주당의 역동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당내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충성파들에 의해 당의 언로가 막혔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최고위원은 “수요모임에서 터놓고 한 얘기들을 필요하면 대통령께도 보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듣기 껄끄러운 얘기라도 생생한 민심의 흐름을 그대로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제 최고위원들이 당의 구심력으로서 명실상부한 핵심그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모임’은 200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권내 차기 각축전을 치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고위원 대부분이 예비대권주자인 탓에 정국 현안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내놓고 나름의 역할을 모색할 경우 필연적으로 대선 행보와 관련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김성호 의원은 “당원들에 의해 직접 선출된 최고위원들에게 일정한 힘이 가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것”이라며 “이제 계보에 의한 당 운영이 어려운 시대인 만큼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8·30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에서는 최고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확대간부회의 수준 아니냐” “복덕방식 간담회” 등의 비판 여론이 많았다. 청와대와의 언로를 트는 데도 당 체질을 바꾸는 데도 최고위원들이 별다른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고위원회의가 의결기구도 집행기구도 아닌 애매모호한 위상을 갖고 있고, 최고위원들도 나름의 역할을 찾기보다는 현실 유지에 급급했던 점 등이 이런 비판론을 낳은 이유로 꼽힌다.

최고위원회의가 제 위상을 찾지 못한 까닭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 김대통령이 ‘자기 사람’ 위주로 정국을 운영하다보니 최고위원회가 힘을 갖기 어렵다는 것. 또한 전당대회 이후 당직개편을 하지 않은 것도 김대통령이 일사불란한 체계를 좋아하는 보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그치지 않았다. 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최고위원들은 그동안 강박관념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며 “주변에서 정치적인 역할을 하라는 얘기는 많은데 마땅한 통로는 안 보이니 답답해했다”고 말한다.

‘대선 정국 오면 제 갈 길 갈 것’ 한계 내포

실제로 8·30 전당대회 직후 워크숍을 갖고 난상 토론을 벌이는 등 “강한 여당을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였던 최고위원들은 10월 초순부터 밖으로 돌기 바빴다. 거의 모든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대학이나 모임을 돌며 강연 정치를 벌였던 것. 일주일에 두번씩 최고위원회의는 열렸지만 다분히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모임’에 정가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모임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직도 모호하다. 정대철 최고위원이 11월2일 공주대 산업과학대학원 특강에서 한 말이 시사적이다. 그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우리 국민들은 수평적 사고보다 수직적 사고에 익숙하다. 때문에 정당에 있어서도 총재-부총재-사무총장 식의 수직구조는 오래가고 협의체 성격인 최고위원회는 오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정위원의 말에 대해 “최고위원으로서 의지가 약하다”는 비판과 “정치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을 은근하게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수요모임도 일전(대선후보 확정)을 겨루기 직전 ‘오월동주’의 모습이라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현 정부와 민주당의 인기가 바닥을 치는 양상 앞에서 정권의 위기가 곧 정권재창출의 위기로 직결되는 것을 막고자 일시적인 단합의 모양새를 취했지만, 막상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닥치면 최고위원들도 각기 제 갈 길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0.11.16 259호 (p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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