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7

2000.11.02

질문-대답은 문장의 구성 원리

  • 입력2005-05-17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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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대답은 문장의 구성 원리
    지난 시간에 설명한 ‘기자회견식 어순감각’에 대해 “너무 쉽고 재미있다. 조금만 더 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많았다. 그래서 영자신문 기사 한 토막을 가지고 한번 더 설명하도록 하겠다.

    다음과 같은 문장을 영자신문에서 보았다고 하자. ‘The United States and Japan agreed’(미국과 일본은 합의했다)까지 읽으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당연히 ‘무엇에 합의했을까?’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다음을 보자. ‘to conduct joint research.’(공동 연구를 행하기로) 그 다음 무슨 말이 나올 것 같은가? 그렇다. ‘무엇에 관한 연구인지’를 말하게 되어 있다. ‘on a missile defense system.’(미사일 방어 체계에 관한) 그 다음은 무슨 말이 나올 것 같은가. 당연히 ‘무엇을 방어하는 것인지’에 대한 추가 설명이 붙게 되어 있다. ‘that could protect the island nation.’(섬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무엇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말인가. ‘from attack.’(공격으로부터)

    이렇게 일단 ‘누가 무엇을 했다’는 말이 나오고 나면, 그것에 대한 보충개념이 마치 기자회견에서 ‘질문-대답’하는 식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져 나간다. 이것이 바로 영어문장의 구성 원리다. 이 개념이 익숙해지기만 하면 그렇게 복잡하게만 느껴지던 영어가 의외로 술술 풀려 나간다. 그러면 방금 배운 사고방식으로 문장을 죽 이어서 읽어 보라.

    The United States and Japan agreed / to conduct joint research / on a missile defense system / that could protect the island nation / from attack.

    어떤가. 아주 쉽게 풀려 나가지 않는가. 이번에는 그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큰 소리로 몇 번 읽어보자. 익숙해진 것 같으면, 이번에는 이 내용을 보지 않고 말해보라.



    어떤가. 일부러 외우려 하지 않았는데도, 거의 그대로 말할 수 있지 않은가. 영어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교 과정에서 이 ‘큰 문법’ 개념을 무시하고, 자질구레한 작은 문법만 따지는 연습을 했기 때문에 영어가 안 되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려면 이 느낌이 완전히 몸에 배어야 한다. 옛날 하던 식으로 되돌아보고 따지고 번역하고 싶어도 꾹 참고, 묶음단위로 이렇게 성큼성큼 읽어 나가는 연습을 계속하면, 머릿속 영어엔진의 속도가 서서히 빨라지면서 속독이 되기 시작한다. 윗 문장만 하더라도 1초에 한 묶음씩 읽고 이해한다면, 1분당 250단어의 속도로 읽는 셈이다. 미국사람들의 평균 말하기 속도가 1분당 160단어니까, 꽤 빠른 속도다. 이 정도 독해속도에 소리감각과 어휘력 훈련만 곁들이면 얼마 안 가서 꽤 쓸 만한 청취실력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거저 되지는 않는다. 이 개념이 완전히 자동화될 때까지 독하게 연습해야 한다. 다음 시간까지 각자 수준에 맞는 영어문장들을 가지고 틈틈이 연습해 보라. 새로운 영어 세계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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