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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다시 부는 ‘멜로’ 바람

경기가 나쁘면 멜로가 뜬다

경기가 나쁘면 멜로가 뜬다

경기가 나쁘면 멜로가 뜬다
멜로영화는 힘이 세다? 요즘 충무로에 한동안 주춤했던 멜로영화 붐이 다시 일고 있다.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는 가을 초입에 가장 먼저 개봉돼 서울 관객 동원 30만명을 기록하며 ‘공동경비구역 JSA’의 틈새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10월14일에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추억을 그린 중견 곽지균 감독의 ‘청춘’이 개봉됐고, 일주일 후 파멸로 치닫는 한 여인의 사랑을 그린 이미연 주연의 ‘물고기자리’가 개봉됐다.

또한 최근 제작중인 영화의 절반 가량이 멜로성 짙은 영화로, 올 겨울부터 내년 봄까지 각양각색의 멜로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질 전망. 올 상반기까지 남성 배우 중심의 굵직한 영화들이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던 것과는 정반대되는 현상이다.

영화가 담아내는 사랑의 사연도 다양하다. 전도연 설경구 주연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우노필름)는 은행원과 학원강사가 등장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사랑을 그린다. 이정재 이영애의 ‘선물’(좋은영화)은 개그맨 남편과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내와의 애절한 사랑을, 박중훈 송윤아의 ‘불후의 명작’(시네마 서비스)은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사랑을 담는다.

한국의 동사무소 직원과 죽음을 꿈꾸는 일본 소녀와의 연애담을 그린 이재용 감독의 ‘순애보’가 최근 촬영을 마쳤고, ‘멜로영화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이병헌 이은주의 ‘번지점프를 하다’가 촬영에 들어갔다. ‘인디안 썸머’(박신양 이미연 주연)는 외과의사인 남편을 살해한 여자와 변호사의 기막힌 만남을, 고소영 이성재의 ‘하루’(쿠앤필름)는 한쌍의 젊은 부부가 간절한 바람 끝에 아이를 얻게 되지만 그 아이가 단 하루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겪는 슬픔을 다뤄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예정이다.



이렇게 많은 멜로영화가 한꺼번에 제작에 들어간 데는 초여름 개봉했던 ‘동감’(유지태 김하늘 주연)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틈바구니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것이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탄탄한 멜로영화는 언제든지 환영받는다’는 금언을 영화인들이 새삼 확인했다고나 할까. 이들은 “멜로영화는 붐을 타는 속성이 있어 경쟁작이 많다는 것이 오히려 흥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97년 ‘접속’으로 일기 시작한 멜로 붐은 그 다음해까지 이어져 ‘편지’ ‘약속’ ‘8월의 크리스마스’까지 연속 히트하는 기염을 토했다.

90년대의 멜로영화는 이야기 구조나 카메라 워크, 영상처리, 음악 등에서 이전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모습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어냈다. 더구나 제작비 10억원 안팎으로 대형 세트나 특수효과보다는 스토리 텔링과 배우들의 연기에 의존하기 때문에 영화사들로서도 구미가 당기는 메뉴일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여러 편의 멜로영화가 한꺼번에 제작되고 있는 건, 재작년부터 불어닥친 블록버스터 열풍에 대한 반대 급부로 볼 수 있다. 이런 ‘큰 영화’들이 영화계의 외형을 확대하고 자본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우리 삶의 얘기를 충실하게 담아내지는 못한다는 한계에 부닥치면서, 드라마로 승부하고자 하는 영화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노필름 기획실의 노은희 팀장은 “요즘의 멜로영화가 과거와 다른 것은 신파류나 억지스러운 전개를 배제하고 일상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국 영화의 역사는 사실 멜로영화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영화의 시발이라 할 수 있는 ‘의리적 구토’ ‘월하의 맹서’에서 시작된 멜로영화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꾸준히 자기변천을 해가며 오늘에 이르렀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한(恨)의 정서가 느껴지는 애조 띤 멜로는 우리 관객들에게 친숙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는 코미디가 유행하고, 그렇지 않을 때 멜로가 유행한다는 말도 있듯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려주는 영화가 바로 멜로다. 또한 현실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영화가 멜로라는 점에서 대중과 감성적으로 가장 가까운 장르”라고 말한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최근의 멜로영화 제작 붐이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추운 겨울을 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간동아 2000.11.02 257호 (p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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