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3

2000.10.05

귀 뚫는 열쇠는 독해능력

  • 입력2005-06-23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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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 뚫는 열쇠는 독해능력
    “도대체 안 들려요!” 얼마 전 정부 부처의 꽤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이 연구실로 찾아왔다(편의상 김국장이라 부르기로 하자). 김국장의 고민은 ‘영어 청취력’이었다. “IMF 사태 이후로 외국인들과의 면담과 회의가 많아졌는데 도대체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하니까, 어떤 때는 동문서답을 하기도 하고, 해외 세미나 같은 데 가면 그냥 멍청히 앉아 있다가 배포자료만 챙겨오기 일쑤다. 벌써 1년 이상 아침마다 직원들과 함께 미국인 선생을 초빙해 ‘미인회화’를 하고 있는데도 간단한 회화는 좀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본격적인 청취력은 별로 느는 것 같지 않아 큰일이다”는 말이었다.

    진단테스트를 해보았더니, 역시 짐작대로 ‘기초력 부족’. 그 중에서도 독해속도가 무척 느렸다. 중학교 3학년 수준의 문장을 읽는데 1분에 70단어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미국인들 말하기 속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속도다. 이런 상태로는 간단한 토막말 정도는 알아들을지 몰라도, 좀 내용이 있는 긴 대화를 듣거나, 세미나 같은 데서 본격적인 발표를 듣게 되면 몇 문장 따라가지 못하고 놓칠 수밖에 없다.

    영어청취력을 높이려면 기본적으로 독해력이 튼튼해야 연습을 해도 효과가 있다. 그것도 이것저것 분석하고 따지면서 한참씩 걸려 해석하는 느림보 독해력으로는 안 된다. 영어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속도가 미국인이 말하는 속도를 능가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AFKN 뉴스를 예로 들면, 1분에 160 단어 정도의 속도로 뉴스가 흘러나온다. 따라서 놓치지 않고 따라가려면, 독해속도가 아무리 느려도 그 정도는 돼야 한다.

    게다가 써있는 것을 읽을 때는 그 내용이 활자로 또박또박 인쇄되어 있어서 글자 자체를 알아보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듣는 경우는 다르다. 말하는 사람마다 목소리 억양 말투가 제각각인 데다, 빠른 속도로 말할 때 일어나는 각종 음운 현상 때문에 소리 자체를 알아듣는 것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영어뉴스를 제대로 알아들으려면 독해속도가 최소한 1분당 200단어 정도는 돼야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들을 수 있다. 그러면 김국장은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면 될까. 다음 회에 계속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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