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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티켓|매너는 애매모호함을 참는 것

의사표현 어눌해도 끝까지 듣는 것이 미덕

의사표현 어눌해도 끝까지 듣는 것이 미덕

어느 기업의 회의 장면이다. 각 팀원이 팀의 목표 달성 방안에 대해 돌아가며 발표하고 질의 응답을 한다. 한 팀원이 말이 느리고 두서가 없자 다른 팀원들은 수군거리며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버린다. 회의를 이끌던 팀장은 이 발표를 위해 무슨 준비를 했느냐고 몰아세운다.

미국학생들과의 그룹미팅 시간이다. 5명이 다음 주에 있을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던 중 내 차례가 되어 발표를 하는데 도대체 어순도 맞지 않고 단어도 생각이 나지 않아 손짓발짓해가며 어린아이 수준의 의사전달을 했다. 처음에는 황색 동양인에게 관심을 갖고 주시하던 학생들이 알아듣기 힘든 애매한 상황이 계속되자 서서히 눈의 초점이 흐려지며 자기들끼리 눈치를 주고받더니 빨리 끝나기만 기다렸다.

매너는 개인이 갖고 있는 독특한 방법이나 방식이다. 그러기에 나라나 인종이나 개인별로 차이가 심하며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구촌의 사람들과 잘 어울리려면 동일 문화권에서만 살아온 우리나, 인종의 버스인 다문화권 미국에 살고 있는 흑인 백인 할 것 없이 기본적으로 동양적인 인내가 필요하다.

어른과 어린아이의 대화에서 필요한 것이 ‘인내’ 그 자체인 것처럼 ‘애매모호함’이란 다분히 상대적이다. 한국인이 미국에 가서 청량음료인 ‘게토레이’를 한국식으로 발음하면 미국인들은 애매하게 느끼고, 프랑스인이 한국에 와서 포크를 사용하며 헤어질 때 포옹을 나누려 하면 반대로 한국인들은 모호함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애매모호함은 다른 문화로 들어가는 사람보다 이미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즉 주도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느끼고 더 잘 표현한다. 따라서 매너는 자신이 우위의 위치에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진가가 나타나는 것이다.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은 매너의 기본이요, 애매모호함을 참는 것은 매너의 왕도다.



주간동아 2000.10.05 253호 (p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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