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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체 게바라 '전기' 잇달아 발간

그들은 왜 ‘영웅’ 인가

그들은 왜 ‘영웅’ 인가

그들은 왜 ‘영웅’ 인가
역사에 ‘만일’이란 가정이 가능하다면 마틴 루터 킹과 체 게바라가 서로 뒤바뀐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상상해보자. 킹 목사가 혁명 전야의 쿠바에서 활동했다면, 그리고 체 게바라가 흑백 차별이 심각한 미국사회에 처해 있었다면? 그랬다 해도 킹 목사는 비폭력 항쟁을 벌이고, 체 게바라는 게릴라 투쟁을 선택했을 것인가. 또다시 생각해본다. 만일 킹 목사가 흑인 무장봉기를 도모했다면 그는 성공했을 것인지, 체 게바라 역시 평화적인 시민운동을 통해 미 제국주의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인지를. 폭력과 비폭력, 게릴라 투쟁과 평화적 대중운동은 어느 쪽이 무조건 옳고 어느 쪽은 그른 방법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다. 역사적인 배경과 세계 강국들과의 역학관계, 대중의 ‘의식화 수준’에 따라 각각의 방법은 적합할 수도 있고 부당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킹 목사와 체 게바라 두 사람의 상이한 투쟁 방식은 그들이 지닌 ‘절대적 가치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당시 처한 전장(戰場)의 상황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전술’을 선택한 결과는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최근 나란히 발간된 두 사람의 전기는,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한 이들이 도대체 어떤 맥락에서 폭력과 비폭력이라는 상이한 투쟁방식을 선택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마틴 루터 킹의 ‘자서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바다출판사)는 정확히 말하자면 자서전이 아니다. 킹 목사는 생전에 자서전을 쓴 적이 없다. 이 책은 킹 목사의 미망인 코레타 킹 여사가 역사학자 클레이본 카슨에게 의뢰한 ‘킹 목사 문헌편집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카슨은 방대한 킹 목사 관련 자료 중 자전적인 내용만을 추려내 이 책을 펴냈다. 편집자가 글의 취사 선택 과정에만 개입되었을 뿐 첨삭과 윤문이 전혀 가해지지 않은, 그래서 킹 자신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흔히 킹 목사를 흑인민권운동가로서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베트남전 반대운동, 빈민구제 운동 등 다양한 인권-평화활동을 펼친 킹 목사의 진정한 모습을 이 책에서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작가 장 코르미에가 펴낸 ‘체 게바라 평전’(실천문학사)은 숱하게 쏟아져 나온 체 게바라 전기 중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결정판’으로 꼽히는 책이다. 체 게바라 전문가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장 코르미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체의 아버지를 비롯, 생전에 체와 함께 활동했던 많은 이들을 쿠바 현지에서 직접 인터뷰했다.

체 게바라는 쿠바인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출신. 안정된 미래가 보장된 의학도 출신의 이 엘리트 청년은 남미를 여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질병치료보다 빈곤과 불평등을 타파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고 쿠바혁명에 뛰어든다. 평생의 동지 카스트로 형제와 함께 혁명에 성공한 체 게바라는 젊은 나이에 쿠바 국립은행 총재, 공업장관 등을 역임하지만 65년 그 모든 자리를 내놓고 아프리카 통고 혁명전쟁과 볼리비아 게릴라전에 참전해 총격전 현장에서 사망한다.

혹자는 ‘사회주의가 실패한 이념으로 증명된 이 시점에서 웬 무장 공산혁명가 이야기?’라고 일축할는지 모르나, 체 게바라라는 개인의 매력과 깊이는 혁명의 성패 여부를 떠나 여전히 유효한 게 사실. 지난 97년에는 서구에 체 게바라 열풍이 불어닥쳐 그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액세서리들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기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킹 목사나 체 게바라가 사후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고 각광받는 것은, 어쩌면 이 시대에 ‘살아있는 영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만 해도 과거 민주화 운동의 투사로 많은 이들의 추앙을 받았다가 늙어가면서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대중을 실망시키는 노추(老醜)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클레이본 카슨 지음/ 이순희 옮김/ 바다출판사/ 496쪽/ 1만5000원

‘체 게바라 평전’/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실천문학 펴냄/ 668쪽/ 1만2000원



주간동아 228호 (p10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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