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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봄철 알레르기 질환

‘꽃가루 불청객’ 싫다! 싫어

풍매화 꽃가루 4, 5월 절정…기침 3주 이상 지속 땐 검사받아야”

‘꽃가루 불청객’ 싫다! 싫어

‘꽃가루 불청객’ 싫다! 싫어
회사원 이모씨는 오늘도 아침 내내 고생을 했다. 주체할 수 없이 콧물이 줄줄 흐르다가 어느 순간엔 코가 막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가 돼 출근까지 미뤄야 했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도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늘 그래왔듯이 ‘알레르기성 비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타왔을 뿐이다. 병원을 나서는 이씨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 내내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는 꽃피는 춘삼월이 기대되겠지만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봄은 고통의 계절이다. 홍역, 볼거리, 수두 같은 것은 한 번 걸리고 나면 다시는 걸리지 않는다는데 왜 알레르기는 해마다 같은 원인으로 반복되는 것일까.

알레르기는 과민면역반응

알레르기(Allergie)는 ‘변형된 반응’(Allos)이라는 그리스 단어에서 유래한다. 정상적인 반응에서 벗어난 과민반응이라는 말이다. 면역기능을 갖춘 우리의 몸이 자기 것과 이물질을 구별해내면서 조금 과민하게 반응한다고도 할 수 있다.

사람의 몸 속에는 면역글로불린E(IgE)라는 물질이 있다. 이것은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세포를 자극해 일정한 증상을 반복해 나타내도록 한다. 꽃가루가 코 점막을 자극할 때마다 콧물이 나오는 것은 바로 면역글로불린E 때문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와 면역글로불린이 결합하면 세포 내부의 히스타민이 방출된다. 이것은 기관지를 수축시키고 모세혈관을 팽창시키면서 분비샘을 자극한다. 기침과 콧물이 나오는 이유다. 알레르기성 비염에 사용하는 항히스타민제가 바로 히스타민의 역할을 억제시키는 것이다.



봄철 알레르기로 불리는 꽃가루 알레르기. 봄꽃이라고 하면 흔히 개나리 진달래 장미 백합 같은 꽃들을 연상하지만 이들은 모두 충매화(蟲媒花)로 꽃가루를 날리지 않는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풍매화(風媒花)의 꽃가루들로 3월말에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4, 5월에 절정을 이루는 오리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개암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삼나무 등이다. 하지만 버드나무 현사시나무 플라타너스 등에서 나온 솜털뭉치 같은 부유물은 꽃가루가 아니다. 실제로 꽃가루는 지름이 30미크론(1미큰론은 1000분의 1mm) 내외로 작기 때문에 눈으로는 볼 수 없다. 꽃가루의 크기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기관지까지 전달되기에는 크다. 따라서 대부분의 꽃가루는 코에서 걸려 재채기, 콧물, 코막힘을 동반한 비염 형태로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또 꽃가루가 기관지까지 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간접적인 천식의 원인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1차적인 방법은 꽃가루와 접촉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방문과 창문을 꼭꼭 걸어두고 살 수도 없는 일. 이상일교수(삼성서울병원 소아과)는 “꽃가루가 날리기 2~4주 전에 예방 약물을 먹거나 코에 흡입하고 눈에 넣음으로써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면 된다”고 설명하면서 “알레르기성 질환은 만성 염증을 유발해 점차 상황을 악화시키므로 이런 예방 치료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 꽃가루에 노출됐을 때는 증상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원할 때는 면역치료를 택할 수도 있다. 면역치료는 소량의 원인물질을 반복적으로 주사해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상일교수는 면역치료 방법에 사용되는 시약의 안정성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는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꽃가루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사람들 대부분은 동시에 여러 알레르기 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다. 본인을 ‘알레르기 백화점’이라 부르는 회사원 김모씨. 그는 어렸을 때 아토피성 피부염이 심했고 배탈을 자주 앓았다. 초등학교 때는 남들보다 더 자주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안과에 다녔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때 조금 나은 것 같았으나 그 후 천식으로 감기만 걸리면 고생했다. 그리고 지금은 알레르기성 비염이 그의 화려한 알레르기 병력에 한 종목을 추가하고 있다. 사실 김모씨가 앓은 질병은 모두 이름만 바뀐 알레르기 질환이다.

알레르기로 병원을 찾은 사람들의 과거도 이와 비슷하다. 이것이 바로 나이에 따라 증상이 변하는 ‘알레르기 대행진’(Allergy March)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었다가 사라지면 좋아할 일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알레르기 질환이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예측해야 한다는 말이다. 신체적인 기능이 좋은 청년기에 잠시 알레르기 반응이 억제될 수는 있으나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어린 시절에 알레르기를 앓았다면 꾸준히 관리해야 과민반응을 조기에 억제할 수 있고, 심각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

흔히 알레르기성 비염을 콧물 감기로, 천식을 기침 감기로 알고 오랫동안 감기약만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침이 3주 이상 계속되거나, 콧물이 특별한 원인 없이 반복적으로 흐른다면 혈액검사나 피부반응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사람 5명 중 1명은 한 가지 이상의 알레르기 질환을 갖고 있다. 실내 생활이 증가하고 환경오염 등으로 각종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많이 생기면서 알레르기는 현대인을 따라다니는 현대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알레르기는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닌 평생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불치병도 아니다. 미리 예방하고 원인 물질을 조심한다면 얼마든지 보통사람들과 똑같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평생 관리 필요한 만성질환”

집안 자주 환기시키고 침실 온도 낮춰야


1. 알레르기는 한 번에 치료되는 것이 아니다. 평생 동안 관리해야 하는 병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알레르기는 유전적인 요인에 환경적인 요인이 부가돼 일어난다.

3. 알레르기의 1차적인 치료법은 원인물질을 제거해주는 것. 하지만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예방 약물을 사용해 증세를 완화시키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4. 알레르기를 계속 방치하면 증세가 점점 악화된다. 또 알레르기는 계속 형태를 바꿔 진행한다. 예를 들어 아토피성 피부염에서 비염, 그리고 천식으로 이어진다.

5. 집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원인은 집먼지 진드기다. 이것은 카펫, 직물로 된 소파, 침대 매트리스, 베개, 오래된 책에 서식한다. 알레르기 환자가 있다면 이들을 치우거나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다.

6. 알레르기로 비롯되는 비염, 피부염, 천식 등의 질환을 예방하려면 집안을 자주 환기시키고 침실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7.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3대 식품은 콩, 우유, 달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 속에 들어있는 단백질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단백질일수록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특정한 식품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개인에 따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주간동아 228호 (p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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