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4

2000.03.09

외국작가 16인의 ‘한국 찾기’

  • 입력2006-02-15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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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작가 16인의 ‘한국 찾기’
    우리 나라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소개되는 외국 작가들은 대개 다음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한다. 첫 번째는 ‘선진 문물’을 보여준다는 의미거나, 두 번째는 적극적인 판매를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어느 경우든 외국 작가 작품들의 전시를 기획하거나 감상하는 데는 우리 나라의 작가들이 뉴욕이나 파리의 외국 작가들에 비해 ‘후진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또한 우리는 작품을 감상한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2000’(3월30일까지, 일민미술관)전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일단 위의 두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기획자는 한국 작가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외국인 작가들을 선택했으며 전시의 목적은 한국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데’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2000’은 한국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8년 이상 체류하고 있는 16명의 외국인 작가들로 이뤄져 있다. 벨기에의 미희 나탈리 라므완(한국 출생)의 ‘호적’ 연작이나 미국의 케이트 허시 서(한국 출생)의 ‘친구에게’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가들이다.

    우르스 오델(스위스), 앤드루 오웬(캐나다)으로 오면 상황은 좀 복잡해진다. 두 사람은 각각 여행자의 시선, 혹은 스티커 기계의 눈으로 서울의 풍경을 찍었다. 그것은 서울인지, 도쿄인지, 로스앤젤레스인지 알 수 없다. 서울은 대량 생산과 소비와 찰나적 즐거움이 가득한 익명의 도시로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한국적인 것을 찾는 노력을 기울인다. 유타 오덴발더(독일)나 멜라니 반덴 호벤(캐나다)이 그들이다. 유타 오덴발더의 조각보에서 나타나는 색은 한국적인 것과 몬드리안적 컬러면의 경계 어딘가쯤에 있다.

    전시장 앞과 끝에 데이빗 켈로그(미국)라는 작가의 그림과 오브제가 있다. 이것들은 80년대 한국의 민중미술 작업과 매우 닮아 있다. 미국과 중국, 튀니지, 영국을 돌아 한국에 와있는 이 작가는 행적부터 심상치(?)가 않은데 그의 모든 작품에는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제3세계 민중의 삶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데이빗 켈로그가 같은 목적을 갖고 서울과 뉴욕과 베이징을 순례하는 것과는 또달리 메리 로튀거, 조지 매컬리 등의 참여 작가들에게 서울이 언제나 특별한 도시는 아니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이번 전시의 의미 중 하나는 이런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데 있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목적 중 하나는 전체 문화계에 ‘작가 거주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것이다. 다양성의 존중과 호혜라는 작가들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한 출발로서 아직도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기획이다.

    ‘그룹 오존’의 두 번째 프로젝트

    ‘전시장 안의 작은 공원’ 놀러오세요


    지난해 한강 둔치의 이동 화장실에 그림 그리기 작업을 했던 ‘그룹 오존’이 3월8일부터 14일까지 인사동 대안공간 풀(02-735-4805)에서 두 번째 프로젝트로 ‘공원’을 제작한다. ‘오존’은 실험적인 작업을 해온 작가 5명이 만든 모임으로 ‘대중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예술을 추구’한다.

    ‘공원’의 목적은 사람들이 쉬고, 감상하고, 노는 장소로서의 공원을 연출하는 것으로 전시 공간 안에 인공의 공원을 만들고 물건을 팔고 사는 행위, 연주, 사진촬영, 초상화 그리기 등 공원에서 있을 법한 요소들을 배치한다. 또한 벤치, 휴지통 등 공원설치에 쓰인 소품들을 판매함으로써 미술품을 사고 파는 행위를 유희적인 차원에서 보여줄 예정이다.이번 프로젝트에는 ‘오존’ 멤버이자 미술작가인 홍보라 오세원 등과 공연기획가 조윤석, 조명연출가 변창희, 인테리어 디자이너 서정연 등이 객원으로 참여한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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