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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울상 짓는 동네의원들

“의사 월수 40만원 병원 문 닫고 싶소”

약값 정상화 이후 존폐 기로… “차라리 이민가겠다” 탈출 러시

“의사 월수 40만원 병원 문 닫고 싶소”

“의사 월수 40만원 병원 문 닫고 싶소”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가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A원장(37). 월급의사로 일하다 개원한 지 5개월째인 그는 요즘 월 100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하루에 진료하는 환자는 30~40명 선. 개업 초기치고는 많이 보는 편이고 날로 환자가 늘고는 있지만 병원 문을 열었던 10월보다 수입은 떨어졌다고 한다. 지난해 11월15일 이후 약가마진이 없어졌기 때문.

개원할 때 빚 7000여만원을 얻어 병원을 차렸다는 그는 “요즘 같아서는 의사일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뿐이지만, 배운 거라곤 이것밖에 없어 전직도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직원들 월급 마련을 걱정하고 집세 독촉에 시달리는 게 요즘 개원의들의 형편”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서초구 서초동 Y의원의 한달 수익계산서도 거의 적자선을 오간다. 이 병원의 하루 평균 진료환자수는 60여명. 이 병원 L원장은 “한달 900만원 수입에 운영비가 750만원 선인데, 의원개설에 드는 비용에 대한 감가상각비와 의료사고에 대비한 보험료 등을 제하면 월 40만원 정도가 의사의 순수익으로 남는 정도”라고 말한다.

배탈이 나거나 감기에 걸리면 제일 먼저 찾게 되는 동네의원들. 작은 공간에 의사 1명, 간호사 1~2명으로 운영되는 동네의원 개업의들의 요즘 형편은 과거 ‘의사’라는 직업에 따라다니던 후광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약값 의존도가 높았던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과 등은 지난해 11월15일의 약가정상화 조치 이후 존폐의 기로에 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열악한 사정은 의사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지난 2월17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벌어진 ‘잘못된 의약분업 바로잡기 전국 의사대회’에는 3만여명의 의사들이 병원 문을 걸어잠그고 참석해 정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도대체 동네의원들이 얼마나 어려워졌기에 의사들이 거리로 나서는 걸까.

대한가정의학회 개원의협의회 오창석학술이사가 분석한 동네의원들의 평균수지현황을 잠시 들여다보자. 이 내용은 대한가정의학회 개원의협의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공동으로 연 포럼에서 발표돼 개원의들 사이에서 ‘공인’을 거친 것이다.



98년 기준으로 한국 동네의원의 평균 진료환자수는 56.2명. 그러나 상위 30%의 의원이 전체 환자의 70%를 진료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보통 동네의원들은 하루 평균 50명 이하를 진료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와 약가마진을 없앤 덕에 이들의 수입구조는 거의 투명해진 상태. 따로 이윤을 취할 여지가 거의 없다.

우선 투자비. 전세보증금 3000만원, 인테리어와 기본 설비비를 최소한으로 계산해 1억원으로 잡는다. 운영비는 총 660만원. 간호사 급여와 임대료, 수도광열비 전화사용료 의료소모품비와 사무용품비, 세금과 보험금에 투자비에 대한 대출이자까지 포함한 액수다. 여기에 인테리어와 의료기기 설비비에 대한 감가상각비가 월 117만원. 이걸 종합하면 동네의원 하나를 운영하는 데 드는 총비용으로 월 777만원이 나온다.

다음은 수익. 11월15일 이후 약가 이윤이 전혀 없어졌으므로 동네의원들의 수입은 절대적으로 진료비에 의존한다. 진료수가는 1인당 약 6500원 선. 평균 진찰료에 주사비, 약품보관료, 평균 투약-처방료를 모두 합친 것이다. 이중 3200원은 환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의료보험관리공단에 청구해 받는다. 월 25일간 하루 50명을 진료한다면 한달 수익은 812만5000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812만5000원에서 777만원을 뺀 액수가 의사 개인의 수익. 의사몫으로 돌아오는 돈은 월 35만5000원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된다.

약가마진을 통한 수입이 확보되던 11월15일 이전은 어땠을까. 그에 대한 계산도 있다.

보험환자 50명에 하루 2, 3명의 일반환자를 진료한 동네병원의 98년 평균 연수입은 1억7800만원(진찰료 7500만원, 검사비 등 1000만원, 약제비 8500만원, 일반검진료 800만원) 선. 연 지출은 1억2300만원(운영 및 검사비 8100만원, 약제비 4200만원)이었다. 순수익이 연간 5500만원. 여기서 감가상각비와 세금을 제외하면 연간 3700만원이 의사 개인의 몫으로 떨어졌다. 월수 300만원 수준이다.

오창석이사는 “지금의 수익구조로는 동네의원이 하루 100명 이상 진료해야 병원운영비와 의사 개인의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의사 한명이 하루 100명을 본다는 것은 곧 부실진료를 의미하게 된다는 것.

7월1일 시행될 의약분업을 앞두고 동네의원들이 갖는 초조감은 대단하다. 서대문구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K원장은 “지금도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안주면 돈을 안내고 가려는 환자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의료보험에 올리면 건당 500원이 나온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과연 환자들이 진찰만 받으러 동네의원을 찾을지 걱정”이라고 말한다. 약가마진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클 수밖에 없었던 내과의 경우 의약분업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전망. K원장의 얘기. “동네 내과를 찾는 당뇨병이나 성인병 환자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진단은 한 달에 한 번뿐이지만 약을 팔아서 수입을 보전해 왔다. 그런데 의약분업을 하게 되면 내과는 한 달에 한 번 진료를 통한 관리를 해주고나면 할 일이 없어지고 약판매에 대한 이윤은 약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네의원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하다. “저 집이 망하지 않으면 우리가 망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것. 정릉동에서 20년간 소아과를 운영하다 문을 닫고 얼마 전 의정부로 병원을 옮긴 Y원장은 “근처에 새로 내과의원과 가정의학과 의원이 문을 여니 더 이상 지탱이 안되더라”고 말한다. 그는 또 “앞으로 동네의원도 상업광고를 하게 된다면 이제 광고전까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고 우려한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서는 왜곡된 진료행위도 싹트고 있다. 정릉의 가정의학과 K원장의 얘기. “환자가 왔는데 배에 멍이 들어 있었다. 어찌된 일이냐고 했더니 주사맞은 자국이라고 했다. 그 병원에서는 아픈 자리에 주사를 놔주는데, 효험이 있어서 환자들이 줄을 선다는 얘기였다”고 전한다.

사정이 이렇듯 열악해지자 의사직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의사들도 나타난다. 이민을 준비중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P씨(36)도 그런 경우. 한 차례 개원했다가 파산의 쓴잔을 들이킨 뒤 남의 병원에 고용의사로 취업한 그는 “호주 이민신청을 하며 직업이 의사라 했더니 ‘또 의사냐’며 오래 걸릴 것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캐나다로 방향을 바꿨다”고 전한다. P씨는 “여기서 의사로 일하는 것보다 이민해서 슈퍼마켓 하는 게 더 인간적일 것”이라며 씁쓸하게 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형편은 더욱 나빠질 전망. 90년대 이후 의대생 수효가 급증해 동네의사들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매년 전국 30여개의 의대에서 쏟아져 나오는 새 의사는 3400여명. 현재 6만5000명선인 한국의 의사 수는 10년 뒤면 10만명에 육박한다. 이같은 의사의 급증은 의사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개업의의 경우 상위 30%가 전체 수익의 70%를 가져갈 거라는 게 개원의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의사들의 장래가 이렇다 보니 요즘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이제 의사들의 시대는 갔다”는 말이 유행이다. 최근 의대에 여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도 이런 암담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 한 개원의는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의사가 더이상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게 된 현실을 입증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성북구 정릉동에서 가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K원장은 “의사들은 30대까지 부모나 처가에 손을 벌려야 하는 마마보이로 전락했다”고말한다. “의사들은 대학진학 때부터 높은 커트라인을 뚫고 들어갔다. 예과 2년, 본과 4년, 인턴1년, 레지던트 4년을 거치면 11년이 훌쩍 지나간다. 대학 때부터 의대 등록금은 일반학과보다 높다. 등록금도 6년이나 냈다. 인턴 레지던트 기간 중에는 쥐꼬리만한 봉급을 받으며 하루 20시간씩 일했다. 그렇게 해서 전공의 자격증을 따고 보니 앞길이 이런 식이다. 어떻게 억울하지 않겠는가”라는 얘기다.

전에 없이 어려운 상황에 빠진 의사 사회에서는 요즘 자성의 목소리도 드높다. 그간 의사들이 비교적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려온 데 비해 사회적 기여도는 적었다는 반성이다. 의사들의 폐쇄통신망인 대한 의사협회 CUG에는 “자정노력 없이는 정화당한다”는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들이 많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을 이렇게 만드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도 적지 않다. 한 개원의의 얘기. “나도 의사지만 의사들이 싫다. 이기적이고 장사꾼 기질도 있는 집단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다른 개원의도 “의사들이 불친절하다는 여론이 높지만 빨리 약줘서 보내고 다음환자를 받지 않으면 운영이 어렵게 돼있는 구조인 것을 어쩌겠는가”고 항변한다. “제도권에서 유통되는 의료비가 3분의 1이라면 보약이나 강장제 등 비제도권에서 유통되는 의료비가 3분의 2를 차지하는 현실”이라며 분개하는 한 개원의는 “의사들 사이에서는 ‘4000만명이 의사’라는 자조적 얘기들이 오간다”고 전한다.

그렇다 해도 개원의들 사이에서 의약분업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듣기는 어렵다.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는다는 대의명분에 반대할 도리가 없기 때문. 그러나 예정대로 7월1일 의약분업이 시작될 경우 그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제기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부분. 의료보험 제도 자체가 의료행위의 공익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정부의 부담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동네의원 살리기 운동본부 임동규회장은 “우선 의료행위를 공익적인 것으로 볼 것인지, 개인의 경제행위로 볼 것인지부터 정립돼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측은 의료보험 수가를 올려 달라고 하면 의료보험료가 올라서 안된다며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사들이 참으라고 한다. 그러나 그토록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국가에서 의대생들의 학비를 한 푼이라도 보태줬는가. 개업할 때 세금혜택이라도 한 번 준 적이 있는가.”

정부재정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약분업에 적극 찬성해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우석균기획국장도 마찬가지 입장. 그는 “정부 재정지원이 더 늘어야 하고 의료전달 체계도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구조조정 시대의 구호로 알려진 ‘실력있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식의 구호가 의료계에도 적용된다면 실력보다는 편법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작지 않다.

의사들은 3월2~4일 또다시 집단 휴진을 예정하고 있다. “착잡하다. 가족 같은 환자들 얼굴을 생각하면 정말 휴진하기 싫다”는 한 개원의는 “그래도 의사들이 모두 망하고 나면 환자는 누가 보겠는가 생각하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집단 휴진이나 의사들의 시위를 ‘배부른 자들의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생존위기에 몰린 의사들의 자구책으로 봐달라는 얘기다.



주간동아 224호 (p6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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