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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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가는 길 “인연 참 묘하네”

대를 이은 승부서 문중대결까지 피말리는 싸움…금배지 다는 길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 입력2006-02-06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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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가는 길 “인연 참 묘하네”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는 스포츠경기가 아니다. 속성상 좀처럼 나눠먹기 힘든 권력을 나홀로 독차지하기 위해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싸움이다.

    이처럼 인정사정 볼 것 없는 혈투장인지라 후보들간에는 갖가지 기연(奇緣)과 악연(惡緣)이 많다. 후보자들 중에는 20년 가까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피 말리는 싸움을 계속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옛 정이냐 권력이냐’로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과거엔 동지, 오늘은 적

    강원 춘천에 출마하는 이민섭전의원(자민련)과 유종수의원(한나라당)은 85년부터 3년여 동안 민정당 춘천-춘성-철원-화천지구당의 위원장과 사무국장으로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다. 특히 이전의원이 92년 14대 총선에서 춘천-양구-인제에서 당선됐고 유의원은 93년 춘천 보궐선거에서 금배지를 달아 둘의 화목한 관계는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신한국당의 15대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둘은 적으로 돌아섰다. 이전의원이 공천장을 손에 쥐자 유의원이 탈당, 자민련후보로 맞섰다. 결과는 유의원이 2만69표 대 1만9659표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오는 ‘4·13총선’에서는 거꾸로 유의원이 한나라당으로, 이전의원이 자민련으로 재대결을 벌인다.



    경기 평택을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이자헌전의원과 자민련 허남훈의원도 꽤 오랜 악연을 갖고 있다. 지난 92년 대선 직전 당시 현역의원이던 이전의원이 반(反)YS 노선을 선언하고 민자당을 탈당하자 허의원이 지구당위원장직을 이어받아 3년간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이전의원이 95년말 신한국당(민자당의 후신)에 복당하자 허의원은 위원장직에서 쫓겨났다. 이에 분개한 허의원은 자민련으로 말을 갈아타고 15대 총선에서 이전의원을 꺾었다. 이전의원은 이번 재대결에서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충남 공주-연기에서는 대결구도가 2대째 이어져 관심이다. 6선의 정석모의원(자민련)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은 아들 정진석씨(전한국일보기자)가 출마하는 것.

    정의원은 민정당시절인 13대 총선 당시 이상재전의원에게 지역구를 내주고 전국구의원을 지냈다. 이후 JP를 따라 자민련에 참여한 정의원은 15대 때는 지역구에 직접 출마, 신한국당후보로 나선 이전의원을 누르고 고토(故土)를 회복했다. 그리고 이젠 그의 아들이 ‘공주-연기의 주인자리’를 놓고 이전의원과 한판승부를 벌인다.

    네 번째 대결

    대구 수성을의 이치호전의원(민주당)과 윤영탁전의원(한나라당)은 16대 총선에서 네 번째 대결을 벌인다. 13대 때는 이전의원이 민정당 후보로 나서 통일민주당 후보였던 윤전의원을 꺾었다. 14대 때는 통일국민당으로 말을 갈아탄 윤전의원이 민자당 공천을 받은 이전의원에게 설욕했다. 그러나 15대 때는 이전의원(무당파전국연합)과 윤전의원(신한국당) 모두 자민련의 녹색바람에 밀려 동반 낙선했다.

    선후배간 대결

    서울 은평갑의 손세일의원(민주당)과 강인섭전의원(한나라당)은 모두 동아일보논설위원 출신. 이들은 64년 신동아부에서 차장과 평기자로 함께 근무한 적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연거푸 피나는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

    15대 때는 당시 야당후보인 손의원이 신승했고 이번엔 강전의원이 야당후보로 설욕을 노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손의원은 부산, 강전의원은 전북 고창 출신이어서 ‘민주당=호남, 한나라당=영남’이라는 인식을 가진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연세대가 위치해 있는 서울 서대문갑에선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들간 한치의 양보도 없는 승부가 예상된다. 83년 연세대 학생회장을 지낸 이성헌 전청와대비서관은 한나라당 후보로 금배지에 재도전한다. 민주당은 ‘이에는 이’ 전략으로 87년 총학생회장으로 연세대의 6월항쟁을 주도했던 우상호씨를 내세웠다.

    경북 울진-봉화에서 무소속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박영무 아주대교수와 오한구전의원은 한 고향(봉화) 사람인데다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오전의원은 초등교 교장을 지낸 박교수 부친의 제자로 초등학교시절 박교수집에서 숙식했고 박교수의 친형은 15대 총선 때 출마한 오전의원을 도왔다. 현재 박교수는 적극적인 출마의사를 보이고 있으나 오전의원은 고심중이다.

    공천이 뭐기에

    초선인 임진출의원(경북 경주을)은 10∼11대와 13∼15대에 잇따라 출마해 4전5기의 신화를 일궈낸 인물. 그러나 유난히도 공천운이 없는 편이다.

    그녀는 신한국당 지구당위원장이던 95년 ‘6·27지방선거’에서 신한국당 후보를 경주시장에 당선시켰지만 그것이 화근이 됐다. 당시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나와 낙선했던 백상승 전서울시부시장이 15대 총선 공천장을 빼앗아간 것. 그러나 그녀는 무소속으로 출마, 백씨를 꺾은 뒤 다시 입당했다.

    16대에서도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경주갑-을 선거구 통합으로 임의원은 또다시 공천에서 탈락, 무소속으로 힘겨운 싸움에 나서야 할 처지가 된 것.

    진해고 선후배 사이인 자민련 배명국전의원과 허대범의원 역시 공천악연이 있다. 배전의원은 95년 ‘6·27 지방선거’ 당시 신한국당 진해시장후보 공천에서 허의원을 탈락시켰고 허의원은 그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하지만 허의원은 7개월만에 극적인 복수에 성공한다. 신한국당 15대 총선후보 공천에서 배전의원을 따돌리고 공천장을 손에 넣은 것. 그러나 허의원마저 한나라당 16대 공천에서 탈락함으로써 맨주먹으로 배전의원과 숙명의 대결을 펼쳐야 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함종한의원(강원 원주갑)과 김영진의원(강원 원주을)은 끈끈한 선후배(원주중)의 우정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들은 얼마 전 선거구 통합 과정에서도 우애를 잊지 않았다. 함의원은 “학교 선배인 김의원에게 지역구를 양보한다”고 물러섰고 김의원은 “함의원을 비례대표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함의원을 배려했다. 그러나 이회창총재측은 공천에서 이한동계였던 김의원을 탈락시키고 함의원을 낙점했다. 김의원은 한나라당이 비례대표 자리를 주지 않을 경우 신당에 참여해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장을병의원(강원 삼척)과 한나라당 최연희의원(강원 동해)은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 두 사람은 소속당은 다르지만 15대 국회에서 지역현안 해결에 완벽한 공조를 과시했다. 그러나 얄궂은 운명은 이들의 사이를 질투했다. 새 선거구 획정으로 삼척과 동해가 한 선거구로 통합된 것. 두 사람은 “선의의 경쟁”을 내세우고 있지만 선거전에 불이 붙어도 우애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문중 대결

    15대 때 옥천 조씨 문중 내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전남 순천의 경우 이번에도 비슷한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옥천 조씨는 과거 순천을 선거구의 최대 성씨로 선거 때마다 주요 변수로 작용해왔다. 15대 순천을 선거에서는 항렬이 가장 높은 조순승의원(당시 국민회의)이 조카뻘인 조동수씨(당시 자민련위원장)와 손자뻘인 무소속 조충훈 전JC중앙회장을 눌렀다. 조카뻘인 조동회씨는 출마를 포기했었다.

    이번에는 네 사람 모두 민주당공천을 신청했으나 순천갑 출신 김경재의원에게 모두 밀려났다. 조의원은 비례대표를 기대하고 있으나 나머지 3명의 조씨의 경우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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