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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악

‘철면피 금배지’에 침을 뱉으마!

‘개악’ 선거법 성난 민심에 밀려 재협상

‘철면피 금배지’에 침을 뱉으마!

‘철면피 금배지’에 침을 뱉으마!
“이게 개혁인가” “무엇이 뉴 밀레니엄 새 정치인가”. 여야의 선거법 협상이 철저한 나눠먹기에 따른 ‘밀실 야합’의 극치로 나타나면서 국민의 비난여론이 고조, 결국 재협상에 들어가게 됐다. 여야 3당 등 기존 정치권은 예상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범 국민적 저항에 부닥치자 크게 당황하는 모습. 여야는 결국 자신들의 합의안을 거둬들이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봉착했다.

그동안 협상내용을 꾸준히 보고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도 부랴부랴 재협상으로 방향을 바꿨다. 김대중대통령은 1월17일 이만섭총재권한대행 등 국민회의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선거법 내용의 전면 재협상을 지시했다. 청와대 박준영대변인은 “김대통령은 언론이 지적한 (선거법 개악)내용을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치변화, 지역구조 해소, 공명선거라는 3대 정치개혁 목표가 협상 과정에서 실종됐다는 것이 김대통령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대변인은 “최악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해 김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등의 초강경 조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 경실련에 의해 ‘공천 부적격자 명단’이 발표되고 무려 400여개가 넘는 시민단체들이 ‘낙선운동’을 전개하기로 한 데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철면피 개악’을 자행한 것은 결국 정치인들 스스로 유권자를 안중에 두지 않는 몰염치를 입증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정치개혁시민연대의 김석수사무처장은 “정치권에만 맡겨진 정치개혁 작업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라고 비난하면서 “이제 국민이 4월 총선에서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시민연대 이태호사무국장도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할 뿐 국민의 개혁요구는 철저히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선거법 개악이 낙선운동의 정당성을 알리는 계기라고 판단하고, 낙선 대상자를 늘리는 한편 규탄집회를 열 방침이다.(12쪽에 계속)

(11쪽에서 계속)그렇다면 이렇게 후안무치한 선거법 개악의 주역들은 과연 누구일까. 일단 선거법 협상을 총지휘한 사령탑들인 국민회의 박상천, 자민련 이긍규, 한나라당 이부영총무를 꼽을 수 있다. 국민회의 한화갑, 자민련 김현욱, 한나라당 하순봉사무총장은 막후대화를 통해 물밑거래를 성사시킨 장본인들. 이중 특히 자민련 이총무는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서천(7만8000명)을 살리려고 현행 인구 하한선을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현행 선거법에서 한 선거구의 인구 상-하원선은 30만~7만5000명. 이것도 인구 편차가 4대 1이나 돼, 위헌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즉 인구 7만5000명을 대표하는 금배지가 있는가 하면 30만명을 대표하는 의원도 있어 형평성이 심각하게 어긋나기 때문. 선진국에서는 이런 인구 편차를 줄여나가고 있으나, 우리 나라는 해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이번 협상에 서는 한 선거구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하한선 7만5000명에 미달되어 인근 선거구와 통합해야 마땅한 지역이나, 상한선 30만명에 미달해 갑-을로 나뉜 지역을 한 선거구로 통합해야 할 곳이 많았다. 하지만 각 당의 이해득실 차원과 해당 의원의 끈질긴 로비로 인해 12월이 아닌 9월 인구수(줄어들기 이전)를 적용하는 편법도 적용됐다. 이는 분명 현행 선거법의 명문 규정을 어긴 것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경남 창녕(노기태의원)과 부산 남갑(이상희의원)-남을(김무성의원)을, 국민회의도 전남 곡성-구례(양성철의원)를 구제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총무단은 민간인 5명과 국회의원 2명으로 구성하게 돼 있는 ‘선거구 확정위’ 구성도 생략했다. 처음부터 아예 기득권 수호를 위한 막가파식 행태를 보였던 것이다.

인구 25만 이상인 도농통합형 선거구의 분구를 또 인정하기로 한 것도 위헌 소지를 낳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인구 30만명이 안되는 시군구의 경우 선거구를 하나밖에 둘 수 없지만 4개 도농복합도시에 한해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이것은 원래 15대 총선에 한해 인정하기로 한 것. 그러나 한나라당이 “선거법 표결 처리를 물리적으로 막지 않는 대신 도농복합형 선거구 일부를 현행대로 분구해달라”고 요구함에 따라, 인구 25만~30만명의 도농복합형 선거구인 △원주갑-을(함종한 김영진) △군산갑-을(채영석 강현욱) △순천갑-을(김경재 조순승) △경주갑-을(김일윤 임진출) 등이 통합되지 않고 예외적인 분구 지역으로 인정됐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김영진 함종한 김일윤의원 등은 당 지도부에 압력을 넣었다. 그러면서도 △춘천갑-을(한승수 유종수) △강릉갑-을(황학수 조순) △안동갑-을(권오을 권정달) 등은 인구가 25만명이 안된다는 이유로 예외가 인정되지 않고 통합돼 해당 의원들의 극심한 반발을 낳고 있다.

또한 정치개혁특위의 3당 간사들인 국민회의 이상수, 자민련 김학원, 한나라당 신영국의원은 ‘선거기사 심의위’ 구성 등의 ‘독소 조항’을 만들었으며, 자민련과 한나라당은 서로 담합해 선거사범 공소시효를 관철시키는 등 그야말로 ‘제멋대로’ 협상을 벌였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이번 선거법 개정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당 장악권이 한결 강화돼 3김씨와 같은 ‘보스적 통제력’을 갖게 된다는 사실. 사실상 지역구 후보자에 대한 공천을 쥐고 있는 데다, 이중출마 후보에 대한 선정권마저 갖게 됨으로써 당내 중진들도 이총재의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는 이총재가 그토록 비판해 마지 않았던 ‘보스 정치’의 탈피나 당 민주화와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방향이다. 이총재 입장에서도 이번 선거법 타협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던 사실상의 이유다.

어찌 되었든 여야간의 선거법 재협상은 또 한 번의 요동을 치면서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회의는 △의원정수 축소 △인구 상-하한선 재검토 △4개 도농복합형 지역 특례인정 철회 △국고보조금 인상 철회 △전국 단일 비례대표가 아닌 8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관철시킨다는 방침이지만, 해당 의원은 물론 자민련과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에 부닥칠 것이 분명해 얼마나 새로운 타협안을 만들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 최악의 경우 일부 지역구만 조정한 채 현행대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자민련과 야당 또한 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의 분노를 거스르는 ‘만용’을 또 부릴 배짱은 없는 듯하기 때문에 권역별 1인2표 비례대표제를 제외한 다른 항목에서의 타협 가능성은 상존한다.



주간동아 219호 (p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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