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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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은하 발견... 우주역사 다시 쓴다

  • 김학진 동아일보 정보산업부 기자 jeankim@donga.com

    입력2007-02-22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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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로 행운이었습니다.”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새로운 은하를 발견해낸 이영욱교수(연세대 천문우주학과·38)는 지난 2년간 가슴졸였던 수많은 순간들을 생각하면서 “연구팀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저를 따라주었고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하늘이 도왔다”고 말했다.

    이교수팀이 찾아낸 산타우루스 오메가은하는 지구 남반구에서만 관측되는 천체.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다. 칠레 호주 등의 천문대에서 수십년간 수백명의 천문학자들이 이 천체를 관측했으나 ‘우리 은하에서 가장 큰 성단(星團)’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아무도 ‘은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교수는 수십년간 베일에 가려 있던 이 천체에 도박을 걸었다. 당시 연구비 1500만원을 쪼개 이수창박사 (32)와 주종명연구원(30) 2명을 파견하기로 한 것이다. 칠레까지 왕복항공료만 500만원. 체재비와 숙식은 각자 호주머니를 털었다. 칠레의 안데스산맥에 위치한 세로톨로로 미국립천문대에 도착했을 때 날씨는 청명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당신들은 운이 좋다. 이곳에서도 이처럼 하늘이 투명한 날은 1년에 며칠 안된다”고 말해주었다.

    이박사와 주연구원이 수백장의 디지털 사진을 찍어왔으나 이를 분석할 장비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연구팀은 또다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생기는 법’. 이교수의 연구과제가 과학기술부의 창의적 연구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돈걱정은 사라졌다. 이때부터 연구는 급진전됐다. 때마침 이교수팀이 미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외선우주망원경 계획인 ‘은하진화탐사선’ 프로젝트가 이번 연구에 도움을 주었다. 연구팀의 일원인 손영종박사(36)가 자외선우주망원경을 위해 개발한 관측자료 분석프로그램이 칠레에서 찍어온 디지털 사진을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난 9월 영국의 세계적인 권위의 과학잡지 ‘네이처’에서 “심사결과 이교수의 논문을 기존 은하형성 이론을 뒤집을 새로운 증거로 비중있게 다루겠다”는 연락이 오면서 이교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교수는 “우수한 관측장비를 갖춘 세계 유수의 연구팀들이 이 천체의 신비를 밝혀내려고 노력했으나 모두 실패했는데 우리가 성공한 것은 기적”이라며 “관측 당시 청명한 날씨, 우수한 분석소프트웨어, 자료를 해석하는 능력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자랑한다.



    이교수가 찾아낸 산타우루스 오메가은하는 100억년전 우리 은하와 충돌한 뒤 대부분의 별들은 우리 은하에 산산조각 흩어지고 100만개의 별로 구성된 핵부분만 남아 있다. 이 은하는 태양계로부터 1만5000광년 떨어져 현재까지 발견된 은하 중 가장 가깝다.

    이교수의 연구는 새로운 은하형성 이론에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했다. 종전에는 우리 은하가 120억년전 거대한 가스구름(성운)의 중력수축을 통해 생성됐다는 설이 우세했으나 최근 우리 은하가 수십개의 왜소은하들과 충돌, 병합을 통해 생성됐다는 새 가설이 등장하면서 두 이론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그런데 이교수팀이 이번에 산타우루스 오메가은하를 발견함으로써 새 이론을 지지할 결정적인 원군을 얻은 셈. 94년 영국 천문학자들이 궁수자리 왜소은하를 발견했으나 이 은하는 7만8000광년 떨어져 이번에 발견된 은하보다 태양계에서 멀다.

    이영욱교수는 연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천체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93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97년부터 미국 NASA의 자외선우주망원경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국내 과학자 가운데 해외 과학기술저널에 논문인용빈도(SCI)가 가장 많은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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