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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 사건’ 막전막후

李 쫓던 檢 지붕 쳐다보기

박영수-홍준표씨의 추적기… 시민 제보에 목욕탕서 ‘엉뚱한 알몸’ 검거 해프닝

  •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李 쫓던 檢 지붕 쳐다보기



‘고문기술자’ 이근안전경감이 자수한 10월28일 밤 박영수 수원지검평택지청장은 다른 누구보다도 깊은 감회에 빠졌다. 11년전인 88년 12월 박지청장은 대검 중수부를 주축으로 구성된 ‘5공비리특별수사본부’에 파견돼 김근태씨 고문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았기 때문이다. 당시 법원이 고문경찰관들에 대한 재정신청을 받아들이자 검찰은 이미 무혐의처리했던 이 사건의 재수사에 나섰고 박지청장은 이때 이씨와 악연을 맺게 됐다.

박지청장은 당시 “설마 이씨가 도망가겠는가”하는 생각에 경찰에 신병확보를 맡겼다가 이씨를 놓쳐버린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당시 검찰수사는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지만 고문을 당해 생긴 김근태씨 발뒤꿈치의 상처 딱지를 상부의 지시로 교도관들이 빼앗은 사실을 밝혀내는 등 이씨를 언제라도 구속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했다.

98년 박지청장은 이씨 사건 전담부서인 서울지검 강력부의 부장검사로 부임, 10년만에 이씨 사건을 다시 접하게 됐다. 직접 해묵은 수사기록을 꼼꼼히 재검토해 봤으나 이씨 추적을 위한 새로운 단서를 찾아낼 수 없었다.

‘집에서 피신’은 공범보호용



검찰과 경찰의 이씨 추적은 ‘안잡나, 못잡나’라는 유행어가 뒤따라다닐 정도로 지지부진했다. 93년 서울지검 강력부 수석검사였던 홍준표변호사가 14명의 수사관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몇 개월 동안 이씨 추적에 나선 것이 사실상 추적작업의 마지막으로 기록될 정도다. 당시 이씨가 잠적한 지 5년이 지난 상황이어서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홍변호사는 아예 공개수사에 나섰다. 실제로 많은 제보가 들어왔고 이를 바탕으로 몇 개월 동안 전국 24곳을 뒤졌으나 모두 허탕을 쳤다. 한번은 서울 용산의 한 목욕탕에 이씨와 꼭 닮은 사람이 목욕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수사관들이 급히 출동했다. 목욕탕 안까지 쫓아들어간 수사관들은 얼굴생김은 물론 몸집까지 이씨와 비슷한 알몸상태의 50대 남자를 검거해 서울지검으로 연행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중년남자의 지문을 채취해 대조한 결과 이씨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검사가 직접 “정말 죄송하게 됐다. 전국민의 열망인 이씨 검거를 위해 그런 것이니 이해해달라”고 사과를 거듭해야 했다.

홍변호사가 이씨 사건에 집착하게 된 계기는 슬롯머신비리사건을 수사하면서였다. 당시 이 사건에 연루됐던 신길룡전경정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전경정의 수첩에 ‘경찰내에 이근안씨 비호세력이 있을 것’ 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한 것. 그러나 신전경정은 “내 추측을 적어놓은 것일 뿐 무슨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극구 부인했고 수사는 다시 장벽에 부닥쳤다.

또다른 에피소드 하나.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는 한동안 이씨의 사진을 입수하는 데 골몰하기도 했다. 그 당시는 물론 최근 이씨가 자수하기 직전까지 확보된 이씨의 사진은 딱 한 장뿐이었다. 88년 12월24일 이씨가 잠적할 당시 경찰 인사카드에 붙어있던 우표 크기의 소명함판 흑백사진이 바로 그것.

서울지검 강력부는 새로 수사에 착수하면서 이씨가 세인의 눈을 피하기 위해 변장했거나 성형수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씨의 얼굴이나 신체특징을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다른 사진을 확보 하려 했으나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낼 수 없었다. 오랫동안 대공수사 분야에서 근무한 탓에 이씨가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울지검 강력부의 추적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이후 이씨 추적은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돌연 나타난 이씨는 “11년간의 도피생활 중 10년 동안 집에 숨어 있었다”고 밝혀 그동안 이씨 추적을 맡아온 수사당국을 당혹케 했다.

이에 대해 박지청장이나 홍변호사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치밀한 성격의 소 유자인 이씨가 자신의 도피생활을 도와준 공범을 보호하기 위해 알리바이를 조작했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지적이다.



주간동아 208호 (p50~50)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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