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8

2016.05.18

사회

이종영 前 경희대 음대 학장의 ‘작은 승리’

법원, 교수 임용과정 비리 증언한 이 전 학장 징계 취소 최종 판결

  • 윤영호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입력2016-05-17 16: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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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1개월. 짧다면 짧다고도 할 수 있지만 자신이 몸담았던 학교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한 개인으로선 참으로 길고 힘든 시간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일부 사람이 ‘배신자’라고 비난할 때면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끝까지 가라”고 격려하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지원으로 버틸 수 있었다.    

    이종영 전 경희대 음대 학장이 2012년 3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와 경희대 재단인 경희학원을 상대로 낸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리했다. 1심에선 승소했으나 2심에선 뒤집히는 등 법정 공방은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마침내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2심 판결을 파기했고, 이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이 4월 7일 파기환송심에서 이 전 학장의 손을 들어준 것. 학교 측이 상고 제기 기한인 28일까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음으로써 이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애초 징계 자체가 보복성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사태 발단은 2009년 벌어진 경희대 음대 교수 채용 과정이었다(‘주간동아’ 788호 40쪽 기사 참조). 1차 심사 결과 지원자 중 성적이 1위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이승일 씨는 2차 심사에서는 아예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고, 결국 Y씨가 전임교원으로 채용됐다. 이 전 학장은 1차 심사 당시 음대 학장이었다.

    이 과정을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된 이승일 씨는 학교 측을 상대로 전임교원 임용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나중에 이씨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변경해 300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이 소송 과정에 이 전 학장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는 증언 대신 진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 전 학장은 2009년 전임교원 채용 과정에 관여하면서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을 적어 법원에 제출했는데, 학교 측은 이를 문제 삼아 2011년 9월 이 전 학장을 징계했던 것. 이 전 학장은 다음해 2월 정년퇴임했다.  

    이 전 학장은 “학교를 떠난 마당에 겨우 감봉 1개월 징계를 취소하라고 굳이 소송까지 하느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원칙의 문제였다. 중간에 학교 측이 잘못을 인정하고 정중히 사과만 했어도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갔다. 돈과 권력을 믿고 한 개인을 매도하는 데는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재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업무상 취득한 사실을 증언이나 진술서 형태로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비밀 유출이나 품위 유지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 대상이었는데 이번에 대법원은 그 내용이 진술에 부합하고 공익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징계할 수 없다는 새로운 판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 측은 아무런 할 말이 없는 듯했다. 학교 측 해명을 듣고자 오세윤 홍보실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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