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6

2016.05.04

사회

‘맞아도 될까?’ 자궁경부암 무료백신 논란

부작용, 효능 논란에 불안감 확산… 전문가들 “실보다 득이 커”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6-05-03 09: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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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부터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되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두고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일본에 이어 국내에서도 각종 부작용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자궁경부암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으로 발생하며 국내에선 유방암에 이어 여성암 발병률 2위(15%)에 올라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줄이고자 6월 1일부터 각 보건소 및 일부 병·의원에서 무료 예방접종을 시행키로 했다. 올해 접종 대상은 2003년 1월 1일에서 2004년 12월 31일 사이 출생한 만 12~13세 여아이며, 내년부터는 만 13세는 제외하고 12세 여자아이만 포함된다. 제공되는 약제는 제약회사 MSD의 ‘가다실’과 GSK의 ‘서바릭스’다. 두 약제는 각각 2007년, 2008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했고, 전 세계에서 출시된 자궁경부암 백신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13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만 12~13세 딸을 둔 부모는 무료 예방접종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주사는 백신 효과를 높이고자 되도록 성 경험 이전에 2~3회 맞아야 하는데, 1회 접종비가 10만~20만 원으로 적잖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딸(13)을 둔 정모(42·여) 씨는 “산부인과 의사들도 자기 딸에게 예방주사를 맞힌다고 들었다. 딸이 꼭 무료접종을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송모(45·여) 씨는 “접종비 부담을 덜어 좋다. 내년에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힐 것”이라고 말했다.



    부작용 속출, 국내 임상시험 결과 없어

    이런 기대와 달리 일각에서는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에 사는 A(38·여)씨는 “2014년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고 오히려 병을 얻었다”고 주장한다. 예방주사를 맞고 사흘 후부터 왼쪽 목과 어깨 중간 지점에 극심한 통증이 와 확인한 결과 임파선(림프샘)이 3.2cm 부어올라 있었다. 임파선비대증이었다. 임파선비대절제술을 받은 A씨는 병원으로부터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후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사료된다’는 진단서를 받았다. 하지만 제약회사는 끝내 “주사 약제와 부작용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A씨는 통증의학과, 유방외과 등을 다니며 4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다.



    B(52·여)씨도 2011년 예방접종 후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몸 전체가 접종 부위 방향으로 돌아가고 다리 쪽에 심한 통증이 생긴 것. 하지만 어느 의사도 B씨의 병명을 정확하게 진단하거나 예방백신과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B씨 가족 측은 “수없이 많은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의사는 대부분 ‘그런 부작용은 처음 듣는다’거나 ‘마음의 병’이라는 식으로 대응할 뿐이었다. 병명을 진단받지 못했으니 제약회사나 병원 측의 보상은 기대할 수도 없다”며 억울해했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안전성은 일본에서도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3년 앞선 2013년 4월부터 무료접종을 시작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 후 통증, 경련, 마비, 보행 곤란 같은 부작용 사례가 속출했고, 2013년 일본산부인과학회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을 권장하지 않는다. 접종의 유효성과 위험을 이해한 후 접종받게 하라”고 발표했다.

    2014년 4월까지 일본 후생노동성에는 총 2475건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고, 일본 도쿄의과대 의학종합연구소는 이 사례에 대한 연구를 주도했다. 연구팀은 “백신 부작용으로 뇌의 중추신경 및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광범위한 통증과 뇌 신경계 질환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 피해자의 모임이 결성돼 일본 정부와 제약회사를 상대로 공식 항의했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위험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4월 현재도 이 백신의 무료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한편 2014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백신안전성자문위원회는 “자궁경부암 백신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며, 대한산부인과학회 측 의견도 이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대한산부인과학회 측에 문의한 결과 자궁경부암 백신의 안전성 임상시험 결과는 외국에만 있고 국내에는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백신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본 의학계 일각에서 문제시한 백신 원료는 ‘수산화알루미늄’인데, 미 FDA와 WHO는 2012년 ‘백신에 함유된 알루미늄이 안전하다’고 발표했다”며 “일본을 포함해 미국, 유럽연합 국가 가운데 자궁경부암 백신의 위험성 논란으로 사용을 중단한 나라는 없다. 식약처의 공식 통계에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으로 발생한 부작용을 입증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70%만 예방, 유효성 논란

    백신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도 남아 있다. HPV는 현재 알려진 것만 약 150종류인데, 그중 MSD의 가다실은 4개 유형, GSK의 서바릭스는 2개 유형의 감염만 차단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들 백신으로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약 70%를 막을 수 있다. 나머지 30%는 예방 효과가 불분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MSD 관계자는 “현대의학에서 완벽한 백신은 없다. 현재로는 4가지 바이러스의 감염을 차단하는 가다실이 최선의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GSK 관계자는 “자궁경부암은 암 발생 이전 단계에 대한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서바릭스는 HPV 유형과 상관없이 자궁경부암 이전 단계에서 93.2%의 예방효과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HPV의 아형(subtype)바이러스에 대한 유효성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아형바이러스란 특정 유형의 바이러스 항원이 다른 항원과 조합, 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다. MSD 관계자는 “현재 사용되는 HPV 예방백신들은 백신에 포함된 HPV 유형 외 HPV 아형바이러스를 예방한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있다. 하지만 예방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아 임상 효과가 불분명하며, WHO도 백신의 HPV 아형바이러스 교차 예방 효과에는 임상적 한계가 있다고 명시했다”고 전했다.

    백신 관련 시민단체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무료접종은 연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인순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 사무국장은 “자궁경부암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부작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 예방접종 사업비 규모도 수백억 원이다. 이렇게 논란이 많고 세금이 많이 드는 사업을 공청회 한 번 없이 시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보건당국은 백신 무료접종 시행에 대한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그래도 맞는 게 낫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백신은 실보다 득이 많다”고 강조한다.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든 백신에는 부작용이 있지만, 부작용보다 질병 예방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엄 정책이사는 “자궁경부암 백신 피해자 단체에서 주장하는 수준의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은 기존 백신은 물론, 소아에게 시행하는 기본 접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백신 부작용 피해를 예방하고자 의료인은 환자의 적응증(연령, 성별, 기저질환 등)을 파악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접종해야 하고, 부작용의 위험성을 환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부 부작용 사례 때문에 백신에 대한 환자들의 불안이 지나치게 확산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은 세계적 추세이고 대체로 안전하다고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접종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한 후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의료소송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반인이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일채 법무법인 태신 의료전문 변호사는 “제약회사의 백신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혹은 병원 측이 투여 방법이나 시기를 부적절하게 택했는지를 검증해 제약회사나 병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한 의사가 ‘환자의 부작용은 백신 때문’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환자가 소송할 의지가 있다면 소 제기 후 백신 관련 연구소와 대학병원에 진료기록 및 신체 감정을 의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만약 백신 자체의 결함이 입증됐다면 질본이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의약품 관리 부실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본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확인 취재 결과 3월까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부작용 피해 보상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 확산되는 자궁경부암 백신의 유효성 논란과 관련해 의료계는 “모든 종류의 HPV에 완벽하게 작용하는 백신은 없다”고 주장한다. MSD 관계자는 “백신이 모든 HPV를 예방하지 못하지만 현재 상태에선 최선의 약제”라고 강조했으며, GSK 관계자는 “자사 제품은 HPV 유형과 상관없이 자궁경부암 전 단계에서 93.2%의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모든 유형의 HPV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백신 접종 후에도 정기적으로 진찰 및 부인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면서 “향후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도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의 임상시험을 시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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