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4

2016.02.03

와인 for you

만두와 떡국 떡의 안주 변신

설음식이 남았을 때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6-02-02 0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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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을 쇠고 나면 냉동실이 남은 음식으로 가득 찬다. 그중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만두와 떡국 떡. 시간이 지날수록 골칫거리다. 그런데 이 음식들이 의외로 와인과 잘 어울리는 안줏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냉동된 만두를 가장 손쉽게 조리하는 방법은 찌거나 굽는 것이다. 이럴 땐 만두소에 따라 와인을 선택하면 된다. 다진 고기가 들어간 고기만두에는 메를로(Merlot)나 그르나슈(Grenache)처럼 타닌이 적당한 레드 와인이, 부추나 배추가 들어간 채소만두에는 푸릇한 향이 좋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 잘 맞는다.
    김치만두에는 스파클링 와인이 딱이다. 입에 남은 매운맛을 기포가 깔끔하게 씻어주기 때문이다. 만두와 묵은지가 들어간 김치만두전골에도 스파클링 와인이 잘 어울린다. 스파클링 와인을 고를 때는 비싼 샴페인보다 저렴하면서도 청량감이 좋은 스페인산 카바(Cava)나 이탈리아산 프로세코(Prosecco)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치의 강한 향이 샴페인의 섬세한 향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만두에 토마토소스와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 프라이팬이나 오븐에 구우면 만두그라탱이 된다. 만두그라탱처럼 치즈가 들어간 음식은 어떤 와인과도 무난하지만 이탈리아산 키안티(Chianti) 와인과 특히 궁합이 잘 맞는다. 키안티 와인의 강한 산도가 토마토소스의 신맛과 잘 어울리고, 까칠한 타닌은 치즈의 지방질과 만나면 훨씬 부드럽게 느껴진다.
    떡국 떡을 활용한 피자는 어떨까. 피자 도우 대신 프라이팬에 떡국 떡을 넓게 펴고 그 위에 토마토소스와 모차렐라 치즈를 올린 뒤 채소, 햄, 소시지 등 각종 재료를 토핑해서 굽기만 하면 된다. 이 요리 또한 키안티 와인과 잘 맞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떡국 떡으로 가장 자주 만들어 먹는 음식은 역시 국민 간식 떡볶이다. 남은 불고기를 넣은 뒤 간장양념을 하기도 하고, 해물에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하게 요리하기도 한다.
    고기가 들어간 간장떡볶이에는 남미나 스페인산 레드 와인 중에서도 오크 숙성을 거친 레제르바(Reserva) 등급을 선택해보자. 은은한 오크향이 간장떡볶이의 감칠맛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매콤한 해물떡볶이에는 독일산 리슬링(Riesling)이나 알자스산 게뷔르츠트라미너(Gewu¨- rztraminer) 와인이 제격이다. 와인의 감미로운 맛이 매운맛을 중화하고 와인의 과일향이 고추의 매콤함과 맛깔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구운 떡국 떡과 꿀. 스위트 와인에는 이보다 좋은 안주가 없다. 떡국 떡을 조청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스위트 와인을 곁들일 때는 꿀이 더 낫다. 꿀에서 나는 은은한 꽃향과 스위트 와인의 꿀향이 환상의 조합을 이루기 때문이다. 스위트 와인으로는 프랑스산 소테른(Sauternes), 헝가리산 토카이(Tokaj), 캐나다산 아이스와인(Icewine)이 대표적이지만 가격이 비싸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땐 이탈리아산 마르살라(Marsala) 와인을 선택해보자.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맛과 향도 비싼 스위트 와인 못지않다.
    주말 저녁 모처럼 남편이 나서서 설에 먹고 남은 만두나 떡국 떡으로 간단한 와인 안주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꽉 찬 냉동실을 비우고 명절 내내 수고한 아내와 와인도 함께 나누는 100점짜리 남편이 되는 길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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