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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라면에서 프렌치까지, 전통과 현대의 공존

서울 삼청동 음식들

  •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라면에서 프렌치까지, 전통과 현대의 공존

라면에서 프렌치까지, 전통과 현대의 공존

황생가칼국수’의 만둣국.

서울 종로구 삼청동은 도교의 신인 태청(太淸)·상청(上淸)·옥청(玉淸)의 삼청성진(三淸星辰)을 모신 삼청전(三淸殿)이 있었던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삼청동은 청와대와 맞닿아 있고, 총리 공관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주변길이 개방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 곳이다. 주말이면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내국인과 관광객들이 많이 모인다.
삼청동에는 오래전부터 유명한 식당이 많았다. 청와대 인근에는 ‘우래옥’ 같은 명가 음식점이 있지만 오래전부터 고기를 판매해온 ‘팔판정육점’도 있다. 한때 장안 최대 쇠고기 공급지였던 ‘팔판정육점’은 여전히 좋은 고기를 취급하고 판매도 한다. 특히 안심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팔판정육점’ 근처에는 2010년 문을 연 ‘병우네’라는 생선 전문 식당이 있다. 전남 목포에서 20년간 생선식당을 하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을 거쳐 팔판동에 자리를 잡았다. ‘병우네’는 호남식 생선요리로 이름이 높다. 가장 유명한 요리는 커다란 병어로 만든 덕자병어 음식이다. 몸집이 크고 살이 두꺼운 덕자병어는 찜으로도 좋지만 크림처럼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회가 제일이다. 찜으로 먹으면 밀도가 높은 두툼한 하얀 생선살의 식감을 만끽할 수 있다. 겨울이면 홍어가 맛이 좋고, 여름이면 민어회나 민어탕 같은 제철 생선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게 이 집의 최대 미덕이다.
몇 년 전 ‘북촌’에 대한 고유 상표권이 인정되면서 그 이름으로 장사하던 식당들이 간판을 바꿔 다는 사건이 있었다. 만두와 만둣국으로 유명한 ‘북촌칼국수’도 이때 ‘황생가칼국수’로 이름을 바꿨다. 식당 이름에 칼국수가 들어가지만 이 집은 만두가 더 유명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직원 서너 명이 만두 빚기에 여념이 없다. 예전부터 줄 서기로 유명했는데 최근 방송에 소개되면서 줄이 더 길어졌다. 만둣국을 시키면 커다란 만두 다섯 점이 그릇에 풍성히 담겨 나온다. 양지 설렁탕 수육과 같은 색, 투명도를 가진 육수는 감칠맛이 강하고 천연의 단맛이 난다. 돼지고기, 두부, 배추, 당면이 들어간 만두 소도 은근히 단맛이 돌고, 잘 숙성된 피는 그윽하면서도 은근한 감칠맛을 뿜는다. 흠잡을 게 없는 세련된 만둣국이다.
아트선재센터 주변에는 라면 전문 식당 ‘라면땡기는날’이 있다. 이곳도 항상 줄이 늘어선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세가 나가지 않자 건물 주인이 직접 라면 가게를 시작한 이후 인기가 수직 상승했다. 10여 년 전 취재했을 때보다 지금은 대기 줄이 더 길어졌다. 인스턴트 라면으로 끓이지만 콩나물을 넣고 매콤한 맛을 살린 이 집 라면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미슐랭 가이드’의 한국 진출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미슐랭 가이드의 별을 얻을 만한 프렌치 레스토랑이 얼마 전 삼청동에 문을 열었다. ‘프라이빗 133’이 바로 그곳. 이 레스토랑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최상의

라면에서 프렌치까지, 전통과 현대의 공존

‘프라이빗 133’의 곡물 시리얼(왼쪽)과 숭어찜.

요리를 제공한다. 모던한 외관에 실내 공간은 아늑하다. 제일 처음 나오는 음식은 김가루를 넣은 버터와 감자구이. 간단하지만 한국적 해석이 가미된 맛으로 초장부터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재료에 대한 이해, 잘 다져진 프렌치 기본기, 여기에 창의력까지 더해진 ‘프라이빗 133’은 장경원이라는 젊은 셰프에 의해 창조된 공간이다. 메인 요리인 숭어와 쇠고기 채끝은 말할 것도 없고, 달달한 디저트까지 빈틈이 없다. 만약 필자가 미슐랭 가이드 심사위원이라면 반드시 별을 달아주고 싶은 집이다.








주간동아 2016.02.03 1024호 (p117~117)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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