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6

2022.02.11

세계경제 위축시킬 양적긴축, 美 연준 시간표대로 흘러갈까

관건은 인플레이션 완화… 긴축 경로 달라진 선례 있어

  •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

    입력2022-02-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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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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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주요국 증시가 새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는 1월 한 달 동안 10% 급락하며 1월 말 장중 한때 2600선을 하회했고, 코스닥 지수 또한 16% 넘게 급락하면서 800선대로 주저앉기도 했다. 한국만 최악 상황을 겪은 것이 아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국가지수 기준으로 선진국 -5.3%, 전 세계 -5.0%를 기록했는데 신흥국(-1.9%)보다 미국(-5.7%) 같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가 조정이 있었다. 1월 말 이후 미국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급반등이 이뤄지면서 시장이 한숨 돌린 듯 보이지만, 1월 주가 조정 유발 악재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양적긴축 우려가 불러온 전 세계 증시 폭락

    그 악재는 무엇일까. 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정책 변화다. 1월 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의사록 공개를 기점으로 연내 양적긴축 가능성이 증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과거 연준의 정책 정상화를 보면 ‘양적완화 축소(2013년 12월 시작)→금리인상(2015년 12월 시작)→양적긴축(2017년 10월 시작)’으로 이어지는 정책 변화 사이에 약 2년간 시차가 존재했다. 이번에도 시장은 연준의 금리인상 이후 양적긴축까지 최소 1년 이상 시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연준은 시장의 생각보다 빠르게 긴축 사이클에 돌입하려는 모습이다. 1월 말 FOMC에서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고용시장을 저해하지 않은 채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많으며, 회의 때마다 금리인상을 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언급하는 등 매파(긴축) 색채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연준이 3월 FOMC(15~16일)에서 50bp(1bp=0.01%p) 금리인상 단행 시나리오를 현실화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월 FOMC를 기점으로 주식시장을 포함한 전반적인 금융시장이 다시 한 번 격변 시기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인플레이션 해결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0%대 초반으로 지난해 취임 당시 50%대에서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이다(그래프1 참조).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도 1월 말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문제”라고 시인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논란이 있겠으나 연준이 예상을 뛰어넘게 매파적으로 변한 것도 바이든 행정부와 정책 공조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성격이 짙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인플레이션

    결국 금융시장 방향성의 키는 연준에 주어졌으며, 이들은 인플레이션 변화에 따라 정책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연내 6회 이상 금리인상을 단행해 주식시장은 약세장이 불가피하고, 세계경제도 위축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1970~1980년대 진행된 ‘고물가를 잡기 위한 빠른 금리인상’ 사이클 재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1979년 10월 당시 폴 볼커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자 한 번에 금리를 400bp 인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과거 폴 볼커 의장 재임 시절 공격적이던 연준은 다시 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와 현재는 물가상승 면에서 구조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탄력적 물가(자동차, 주유비, 중고차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와 비탄력적 물가(대중교통, 의료비 등 가격 변동성이 안정적 품목)를 살펴보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당시에는 탄력적, 비탄력적 물가 모두 폭등했지만 현재는 물류대란 및 공급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시적 수요 급증이 맞물리면서 탄력적 물가만 폭등했을 뿐, 비탄력적 물가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래프2 참조).



    미국 소비자물가 1~2분기 정점 찍을 가능성

    더 나아가 탄력적 물가 품목의 급등세도 진정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지난해 12월 데이터 기준으로 미국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은 7%대이며, 1월에도 7%대를 연속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고(高)인플레이션이 1~2분기 정점을 찍을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고인플레이션이 유발된 핵심 원인은 공급난이다. 제조업 지표 내 배송지수는 지난해 12월 정점을 찍었다. 서부항만 쪽 물류대란은 여전하지만 그 외 지역은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연말 소비 시즌이 끝나면서 공급난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은 추후 시차를 두고 인플레이션도 완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가정대로라면 연준은 연내 금리인상을 하겠으나, 그 속도와 강도는 1월 이후 현재까지 시장에서 우려하는 수준만큼 빠르고 강하게 진행되지 않을 전망이다.

    최악의 1월을 보내면서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의 정책 변화와 관련된 악재성 재료에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향후 공급난이 완화되고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진정된다면 연준은 시장이 현 체력으로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인상(약 3~4회)만 단행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미국 연준이나 한국은행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본격적인 유동성 회수 돌입을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하는 것이 적절하지만, 예상 긴축 경로는 결코 정해진 대로 가지 않는다는 역사적 선례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18년 말 연준은 2019년 연내 3회 금리인상을 예고했으나 실제로는 인플레이션, 고용 등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3회 금리인상이 아닌 3회 금리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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