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4

2022.01.21

설 연휴 1월 29일 로또 1000회 추첨, 다시 보는 대박의 꿈 이야기들

역대 최고 당첨금 407억 원… 통 큰 기부부터 가족 간 비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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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2-01-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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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한 복권 판매점(왼쪽)과 온라인복권 ‘로또 6/45’ 추첨기. [동아DB, 사진 제공 · 동행복권]

    서울 종로구 한 복권 판매점(왼쪽)과 온라인복권 ‘로또 6/45’ 추첨기. [동아DB, 사진 제공 · 동행복권]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영업부. 서울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5·6번 출구와 접한 이 건물로 향하는 누군가는 일확천금의 꿈을 이룬 주인공일 수 있다. 1월 29일 제1000회 추첨을 앞둔 온라인복권 ‘로또 6/45’(이하 로또) 얘기다. 6/45는 로또 추첨이 1부터 45까지 숫자 중 6개를 뽑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의미다. 로또 1등 당첨자는 당첨금을 농협은행 본점에서, 2·3등 당첨자는 각 지점에서 수령할 수 있다. 인터넷에는 ‘당첨금 수령 요령’도 떠돈다. “택시에 타서 ‘농협 본점으로 가자’고 하면 당첨 사실이 노출될 수 있으니 행선지는 인근 서대문경찰서라고 말하라” “농협은행 본점에 출입할 때 청바지 등 편한 차림이면 당첨자로 이목을 끌 수 있으니 정장을 입으라”는 식이다. 반면 “당첨자의 행동이나 옷차림은 세간의 예상과 달리 지극히 평범하다”는 게 복권 발행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로또는 2002년 12월 2일 처음 발매됐다. 로또와 같은 복권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복권법)에 따라 기획재정부(기재부) 복권위원회(복권위)가 5년마다 선정한 민간 수탁사업자가 발행한다. 현재 로또 수탁사업자는 ‘동행복권’이다. 당첨금 지급은 동행복권 측 의뢰를 받은 농협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복귄위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 판매액은 5조1371억 원으로 전년(4조7370억 원)보다 8.4% 증가했다(그래프 참조).

    지난해 로또 판매액 전년 대비 8.4%↑

    1등 당첨금은 평균 약 20억 원.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로, 10만 원 상당 복권을 3120년 동안 매주 사야 한 번 당첨될 수 있다. 이런 행운의 주인공이 누구이고 어떤 사연을 가졌는지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복권위 관계자는 “당첨자들이 자신을 드러내기를 극도로 꺼리고 복권위도 당첨자 개인정보를 별도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로또 1등 당첨자가 자기 신원을 공개해 인터뷰에 응하면 당첨금을 추가 지급하나,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다고 판단해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등 당첨자가 농협은행 본점 안내데스크에 용건을 말하면 직원이 같은 건물 3층 모처로 동행해 당첨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세금을 뺀 당첨금을 은행 계좌로 받을 수 있다. 5억 원 이하 당첨금에는 22%(소득세 20%+주민세 2%), 그보다 많은 금액에는 33%(소득세 30%+주민세 3%) 세금이 붙는다.

    역대 최고 당첨금은 제19회 추첨 때 나온 407억2295만9400원이다. 당시 당첨자는 강원도에 사는 30대 후반 경찰관 박모 씨였다. 당첨 후 경찰직에서 퇴직한 박 씨는 수도권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 자녀를 위한 ‘희망장학회’ 등에 30억 원을 쾌척했다고 한다.



    당첨금을 받아 기부금을 희사하지 않아도 로또 구입은 결과적으로 국가 재정과 각종 공익사업에 쓰인다. 복권위는 복권 판매 수익으로 ‘복권기금’을 조성한다. 복권을 1000원어치 구입하면 그중 410원이 기금 몫이다. 이렇게 조성한 기금은 법정배분사업(35%)과 공익사업(65%)에 각각 쓰인다. 법정배분사업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진흥기금, 문화재청 문화재보호기금 등 10개 기관에 기금이 배분된다. 공익사업은 임대주택 건설,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사업이 뼈대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의 이목은 이른바 ‘로또 명당’으로 쏠린다. 전국 곳곳에는 1등 당첨자가 여럿 나왔다며 복권 명당을 자처하는 판매점들이 있다. 1등 당첨자가 40명 넘게 나왔다는 서울 노원구 한 로또 판매점은 이름이 널리 알려져 인근이 ‘로또사거리’로 불리기도 한다. 1등 당첨자를 19명 냈다는 경기 용인시 한 판매점은 복권 구매자 행렬로 인근 교통 체증이 심할 정도다. 이에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판매점 인근 차로를 넓히기도 했다.

    로또 명당이 실재하느냐는 질문에 복권위 관계자는 “점포별 복권 판매액이나 1등 당첨 횟수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복권이 많이 팔리는 곳일수록 확률적으로 1등 당첨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국 로또 판매점은 약 7000곳이다. 로또 판매권 자체가 쏠쏠한 ‘로또’로 여겨지기도 한다. 로또 판매점 측은 판매액의 5.5%를 수수료로 챙기는데, 연간 수입은 대개 3000만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법에 따라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 장애인 등 ‘우선계약대상자’와 저소득층만 로또 판매점을 운영할 수 있다.

    “가벼운 재미로 접근해야”

    로또 당첨이 화(禍)를 부르기도 한다. 2019년에는 로또 1등 당첨자가 금전 문제로 다툰 끝에 동생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2007년 당첨금 17억 원을 받아 일부를 피해자 등 가족에게 나눠줬다. 그러나 당첨금을 밑천 삼아 시작한 사업이 실패하면서 동생 집을 담보로 빚을 낼 만큼 형편이 어려워졌다. 갈등이 극심해졌고 결국 언쟁 끝에 동생을 살해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이듬해에는 로또 1등에 당첨된 부부가 다툼 끝에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난과 즐길 거리 부족이 최근 로또 판매액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서민들이 로또 구입으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정부는 공익사업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은 순기능”이라고 말했다. 다만 설 교수는 “로또 구입은 어디까지나 가벼운 재미로 접근해야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부작용도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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