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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이 춤을 추는데 어떻게 재건축 맡기나”

국토부 고밀재건축 발표에 대규모단지 반응 싸늘…“잦은 뒤집기로 신뢰 못해”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부동산 정책이 춤을 추는데 어떻게 재건축 맡기나”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후 매번 말을 바꾸니 재건축 정책도 믿을 수 없다.” 

은마아파트소유자협의회(은소협) 운영위원을 맡은 김모(73) 씨의 말이다. 대표적인 재건축단지인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국토교통부의 8·4 부동산대책 일환인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계획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은마아파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 조합은 “수익성도 문제지만 매번 부동산 정책을 뒤집는 탓에 정부를 도무지 신뢰할 수 없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춤추는 부동산 정책”

6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 재건축 지연 불만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6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 재건축 지연 불만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국토부는 10일 서울시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공공정비사업 TF’를 구성해 고밀재건축 계획에 시동을 걸었다. 고밀재건축은 LH와 SH가 민간재건축에 참여하는 대신 용적률과 층고 제한을 500% 및 50층까지 허가하는 정책이다. 현재 서울 제3종 일반주거지역 기준 용적률과 층고 제한은 각각 250%와 35층이다. 정부 당국은 용적률 증가분의 50~70%를 기부채납 받아 장기공공임대와 공공분양에 사용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고밀재건축으로 5년간 부동산을 5만호 이상 확보할 계획이지만 강남구를 비롯한 주요 대규모 재건축조합이 불참 의사를 알리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장은 “8·4 공공재건축 발표는 현재 상황과 전혀 맞지 않아 고려해볼 가치가 없다는 것이 주민 대다수의 의견이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은마아파트 외에도 송파 잠실주공5단지와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3구역(구현대아파트) 조합 주요 관계자 모두 신뢰 부족을 이유로 고밀재건축 사업에 우려를 보였다. 

이들 관계자는 정부의 잦은 말 바꿈과 부동산 정책 발표로 불신이 쌓인 상태였다. 은소협의 한 운영위원은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후 문제점이 나오면 땜질식으로 처리한다. 여론에 따라 정책이 바뀌기도 한다. 사업에 참여하더라도 이후 어떻게 내용이 바뀔지 모르니 신뢰할 수가 없다”며 “투기꾼으로 모는 경우도 많은데 은마아파트에서 30년 넘게 살았다. 수시로 말을 뒤엎는 정부를 어떻게 믿고 아파트를 맡기나”고 말했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사업종합설립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정부는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다. 급조된 정책을 발표한 후 비판이 제기되면 이를 수정하는 식이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며 정책이 춤을 추니 개별 정책을 신뢰할 수가 없다”며 “과밀재건축 계획 역시 강남 등 주요 지역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임대사업자 사태, 남의 일 같지 않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우)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에서 8·4 부동산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우)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에서 8·4 부동산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임대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입장 번복이 재건축단지 소유자들의 불신을 키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부는 7·10 부동산대책을 통해 비(非)아파트 장기임대 외 임대사업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임대사업자들은 “과거에 약속한 세제 혜택을 소급 말소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반발했다. 기획재정부가 7일 민간 임대주택 세제지원 보완조치를 발표하며 사태는 진정됐다. 기존 임대사업자가 의무 임대기간의 절반만 채우면 양도소득세 중과 등을 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은소협 관계자는 “정부에서 임대사업에 참여하라고 사람들에게 권해놓고 급작스럽게 혜택 철회를 발표하는 것을 보고 임대사업자가 아님에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정부를 믿고 부동산 정책에 참여하겠나”고 말했다. 

재건축 논의 백지화에 불안을 느끼기도 했다. 정문복 잠실주공5단지 조합장은 “사업 진행 중 기부채납 비율 재조정 압박 등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서울시와 진행하던 기존 재건축 논의를 무시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조합장은 “고밀재건축 사안과 별개로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서울시와 재건축 용적률을 400% 미만 적용하기로 어느 정도 협의가 됐다. 당시 조합원 절반의 동의를 토대로 협의가 진행됐는데, 고밀재건축의 경우 조합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요구한다. 고밀재건축에 참여하면서 기존 논의가 백지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당시 잠실역 사거리 부근과 접해있는 일부 지역에 한해 용적률을 400% 미만으로 적용하기로 어느 정도 이해가 됐던 부분이다“고 말했다.

전문가 ”정부가 조급함 보이는 것이 문제“

국토부는 발표에 따라 고밀재건축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불안을 일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밀재건축의 경우 기본적으로 조합원 동의가 필요하다”며 기존 안을 재확인하면서 “지자체에서 통상적으로 요구하는 재건축 허가 기준을 따를 계획이다. 조합 및 지자체와 논의해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잦은 정책 발표와 뒤집기가 부동산 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다고 지적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있어 조급함을 보이는 것이 문제”라며 “임대사업 논란 등 정부 스스로 정책의 일관성을 무너트리다보니 사람들이 섣불리 정부 정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예측 가능하도록 정책을 신중히 검토한 후 발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주간동아 1255호 (p40~42)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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