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37

2020.05.01

“마스크 쓰고 1.5m 못 지키면 등교 반대” 의견 확산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20-04-27 08: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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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초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교실에 앉아 있다. [뉴스1]

    지난 2월 초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교실에 앉아 있다. [뉴스1]

    “선생님, 마스크가 찢어졌어요.” “선생님, 쉬는 시간에 마스크 벗어도 돼요?” “에취!” “선생님, 얘 코로나예요!” “선생님, 코로나 걸리면 죽어요?”…. 

    인터넷에 떠도는 ‘등교 개학 이후 교실 상황’에 대한 농담 가운데 일부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10명 안팎으로 줄어들면서 등교 개학을 준비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도 5월 초 등교 개학 여부와 시기, 방식 등을 발표할 예정. 4월 21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정부가 5월 3일을 전후해 생활방역체계로의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것과 연계해 등교 개학 시기를 언제쯤으로 할 것인지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휴지통은 ‘뚜껑’ 있어야, 학용품은 빌려주면 안 돼

    등교 개학을 바라보는 학부모 심정은 복잡하다. 언제까지고 온라인학습만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교내 감염과 그로 인한 지역사회 확산 우려를 접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4월 17, 18일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가장 시급한 영역으로 초중고교 및 대학교(52.3%)를 꼽았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의 즉시 완화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63.3%)이 많았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언제든 재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66.2%). 초등생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장모(40·여) 씨는 “아이가 하루라도 빨리 학교에 가 교사,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를 돌봐주는 연로한 친정부모님이 등교 개학 이후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질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교내에서 마스크를 항상 착용해야 할까. 급식실의 공용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해도 괜찮을까. 손 씻기 등 위생수칙은 잘 지켜질까. 학교 문이 열린 뒤 ‘학교방역’이 철저히 이뤄질지도 학부모들의 주요 관심사. 3월 교육부는 중대본과 함께 ‘유·초·중등 및 특수학교 코로나19 감염예방 관리 안내(안)’를 마련해 발표했다(Tip 참조). 이 지침은 등교 개학 이후 학교방역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예정이다. 

    지침에 따르면 발열 체크는 등교 시 교실에 들어가기 전 가급적 실외에서, 그리고 점심시간 전 교실에서 시행된다. 반드시 비누와 물, 또는 손소독제로 손을 씻어야 하는 사례로는 △운동이나 쉬는 시간 후 △식사 전 △등교하자마자 △화장실 이용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스크 착용 전후가 꼽혔다. 교내 세면대에는 액체비누와 손세정제, 종이타월을 충분히 비치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학생 각자가 휴대용 휴지를 지참할 것을 권장한다.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사용한 휴지는 바로 ‘뚜껑 있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환기를 위해 교실 출입문과 창문은 가능한 한 항상 열어두고, 공기청정기는 가동해선 안 된다. 비말 배출이나 접촉이 발생할 수 있는 학습활동은 제한된다. 모둠좌석 배치나 수업자료 공동 사용도 자제 대상. 컵, 물병, 접시, 필기도구, 수건 등을 함께 쓰는 것도 금지된다. 또한 등하교 및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교차 실시하는 것이 권장된다. 

    한편 각 학교는 등교 개학 전 전문소독업체에 위탁해 학교 전체를 소독하고, 이후 사람들이 자주 접촉하는 시설·기구 등을 희석한 차아염소산나트륨(락스물)을 묻힌 천으로 매일 닦아 자체 소독을 실시해야 한다. 각 가정에도 역할이 부여된다. ‘가족 내 건강관리 기록지’에 매일 자녀의 체온, 호흡기 증상 여부, 휴일 여행 여부를 기록해야 한다.

    마스크 의무화? 학교 현실 모르는 소리

    지난 1월 말, 경기 수원시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문 앞에서 손소독제를 바르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월 말, 경기 수원시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문 앞에서 손소독제를 바르고 있다. [뉴시스]

    이러한 교육부의 학교방역 지침은 비교적 상세하게 잘 짜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 학교가 지침을 잘 따른다면 대만처럼 등교 개학을 하더라도 교실발(發) 지역사회 감염 확산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3월 초 개학한 대만은 교내에서 하루에도 수차례씩 발열 체크 및 손 씻기를 실시하고 리코더 불기 같은 ‘비말 배출’ 수업을 하지 않음으로써 교내 감염을 성공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방역 지침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상당수 안고 있다. 일례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내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교육부는 전국 학원에 ‘모든 학생과 강사, 직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는 지침을 내렸지만(‘학원 내 코로나19 감염예방 관리 안내’), 학교에 대해서는 마스크 의무화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코로나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위원(대한감염학회)인 강철인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두세 시간 머무는 학원과 달리 아침부터 오후까지 생활하고 점심식사를 하며 체육수업도 하는 학교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쓰라는 것이 실현 가능한 지침이 아니라서 교육당국의 고민이 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감염예방 차원에서 의료계 권고는 최소 일회용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는 것. 강 교수는 “하지만 초등 저학년까지 마스크를 내내 쓰고 있으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지침이기 때문에 차라리 등교 개학을 더 뒤로 미루든가, 마스크 외 방역 수단을 통해 교내 감염을 차단하기로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정부가 일상적 경제·사회 활동을 영위하면서 감염예방도 병행하고자 ‘생활 속 거리두기’ 체계로의 전환을 준비하며 마련한 기본수칙 가운데 하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 두 팔 간격 거리두기’다. 이에 따라 교육부도 각 교실에 적용할 ‘두 팔 간격 거리두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 교실에서 30명 남짓한 학생이 1.5~2m 간격으로 떨어져 앉기는 어렵기 때문에 현 온라인수업을 병행하면서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등교하거나, 학년별 순차 등교를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당장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고3과 중3부터 등교 개학을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는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단계적 이동제한 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초중고교, 음식점, 술집, 쇼핑몰 등 각 기관·시설의 위험도를 평가한 뒤 위험도가 낮은 곳부터 이동제한을 해제하라고 조언했다”며 “우리도 학교마다 각기 다른 여건을 반영해 위험도를 평가한 뒤 순차적으로 등교 개학을 하는 등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생 간 거리를 1.5m 이상 유지할 수 있는 학교부터, 혹은 코로나19 감염 비중이 낮은 연령부터 먼저 등교 개학 해 감염 확산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점검해보자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4월 22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0~9세는 138명(1.29%), 10~19세는 583명(5.45%)이다.



    의료계 내 의견 분분…교육부 ‘결심’ 쉽지 않을 듯

    4월 21일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대구 중구의 한 초등학교를 방역하고 있다. [뉴시스]

    4월 21일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대구 중구의 한 초등학교를 방역하고 있다. [뉴시스]

    감염예방 차원에서 학교 시설을 보완할 필요도 있다. 교육부의 학교방역 지침에 따르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하루에 적어도 5번 이상 손을 씻어야 한다. 창문도 수업 중에는 닫고 쉬는 시간에는 열어야 한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 교수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손 씻으러 화장실로 몰려가는 것도 문제”라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교실이나 복도 여러 곳에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를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세정제는 물과 비누로 손을 씻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내지만 피부가 상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반복 사용을 권할 수 없어 의료계는 물과 비누로 손 씻기를 더 권장한다. 기 교수는 “학교 창문은 초등 저학년이 쉽게 열고 닫을 수 없는 구조라 이를 도와줄 방안도 미리 마련해놔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중대본은 정부, 의료계, 경제·사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생활방역위원회를 통해 생활방역체계를 논의한다. 교육부는 이러한 방역당국의 생활방역체계를 기초로 등교 개학 관련 사항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의료계 내에서도 등교 개학의 여부, 시기, 방식 등에 대한 이견이 존재해 과연 교육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철인 교수는 “지역사회 일일 확진자가 한두 명에 그치는 수준이 유지된다면 등교 개학을 해도 된다고 본다”며 “다만 등교 후 학교에서 한두 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습권을 위해 산발적 감염 위험은 감수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기모란 교수는 “교내 감염은 단순히 의료적 문제가 아니라, 학생이나 교사에게 ‘코로나19를 퍼뜨렸다’는 낙인찍히기를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문제라 등교 개학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할 사안”이라며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0명인 상황이 2주 이상 유지될 때부터 등교 개학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번 학기는 온라인수업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Tip> 교육부 학교방역 주요 내용

    • 손 씻기 상시화: 운동이나 쉬는 시간 후, 식사 전, 등교하자마자, 화장실 이용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스크 착용 전후 반드시 손 씻기 

    • 발열 체크: 등교 시 교실에 들어가기 전 가급적 실외에서, 점심시간 급식실 이동 전 교실에서 

    • 기침·재채기가 날 경우: 휴지나 옷소매로 입을 가리는 기침 예절 지키고, 사용한 휴지는 바로 뚜껑 있는 휴지통에 버리기 

    • 환기: 교실 출입문과 창문은 가능한 항상 열어두며, 공기청정기는 가동하지 않기 

    • 수업 활동: 비말 배출이나 접촉이 발생할 수 있는 학습활동 제한, 모둠좌석 배치나 수업자료 공동 사용 자제 

    • 생활 관련: 컵, 물병, 접시, 필기도구, 수건 등 함께 사용 금지, 등하교 및 쉬는 시간, 점심시간 교차 실시 권장 

    • 소독: 등교 개학 전에 전문소독업체에 학교 전체 소독 위탁, 이후 자주 접촉하는 시설·기구 등을 매일 자체 소독 

    • 가정: 자녀의 체온, 호흡기 증상 여부, 휴일 여행 여부 매일 기록

    자료∥‘유·초·중등 및 특수학교 코로나19 감염예방 관리 안내(안)’, 교육부, 2020.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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