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한국 보수세력 연구

  •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

    입력2020-04-02 16: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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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시욱 지음/ 나남/ 2005년 초판, 청미디어/ 2011년 증보판, 청미디어/ 2020년 제2증보판

    남시욱 지음/ 나남/ 2005년 초판, 청미디어/ 2011년 증보판, 청미디어/ 2020년 제2증보판

    한국 정치와 사회를 ‘보수 대 진보’의 구도로 파악하는 일이 일상화된 오늘날 보수는 무엇이며 진보는 무엇인가를 알기 쉬우면서도 선명히 설명해주는 책으로 남시욱의 ‘한국보수세력 연구’와 같은 저자의 ‘한국진보세력 연구’를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한국보수세력 연구’는 2005년 처음 출판된 때부터 판을 거듭하더니 이번에 수정증보를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됐다. 

    모두 4부로 구성된 ‘한국보수세력 연구’는 우선 그 양이 방대하다는 사실부터 언급해야 할 것이다. 752쪽에 이르는 이 책은 시대 구분을 제1부 개국과 일제 시기, 제2부 건국과 전쟁 시기, 제3부 산업화와 민주화 시기, 제4부 좌파정권 등장 시기로 설정하고, 각 부 아래 2개의 장을 둬 모두 8장으로 구성했다. 


    1945년 12월 1일 임시정부 요인 환영회에 참석한 이승만(왼쪽)과 김구. [동아일보]

    1945년 12월 1일 임시정부 요인 환영회에 참석한 이승만(왼쪽)과 김구. [동아일보]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한국 보수세력의 기원을 구한말에서 찾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그 뿌리를 조선왕조가 개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유민권사상과 근대화운동에서 찾음으로써 우리 시야를 훨씬 더 넓혔다. 그러나 이 책의 주제와 관련해 제1부는 훨씬 더 압축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또 1948년 8월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파악했다. 이는 저자가 대한민국 ‘건국’을 언제로 봐야 하는가라는 논쟁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힌다. 

    다음으로 저자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저자는 1959년 동아일보사 수습기자 공채 1기로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실장에 이어 문화일보사 사장으로 봉직하는 등 40년에 걸쳐 저널리스트로서 일관된 길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걸었다. 이후 고려대 석좌교수와 세종대 석좌교수로 자신의 현장경험을 바탕 삼아 학계에서 언론정보학 분야의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였다. 




    1971년 4월 25일 대선 유세장에서 인사하는 박정희 후보 부부. 
[동아일보]

    1971년 4월 25일 대선 유세장에서 인사하는 박정희 후보 부부. [동아일보]

    언론계와 학계에서 저자의 이러한 경험은 책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학계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언론계에서는 사실 확인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추론보다 사실에 근거한 서술이 저널리즘의 생명이라고 하겠는데, 저자는 수많은 자료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6하 원칙에 바탕을 둔 글로 주제에 접근했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어떤 사안의 시작과 끝을 명료하게 알게 하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더해, 학계에서 성립되고 개발된 이론을 자신의 저널리스트적 관찰에 접목함으로써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훨씬 더 넓은 조망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주의의 ‘심화(深化)’, 그리고 ‘공고화(鞏固化)’라는 정치학 개념으로써 제6공화정부터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에서 전개된 ‘민주화’ 과정을 설명하거나 비판한 부분이 그 한 보기라 하겠다. 

    언론계에서나 학계에서나 역사적 사실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자세는 객관성의 유지다. 자신의 특정한 가치관을 내세워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보수주의자’인 저자는 한국 보수세력의 지도자들을 평가하면서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1982년 12월 19일 전두환 대통령(왼쪽)이 청와대에서 노태우 정무제2장관으로부터 주요 업무 계획을 보고받고 있다. [동아일보]

    1982년 12월 19일 전두환 대통령(왼쪽)이 청와대에서 노태우 정무제2장관으로부터 주요 업무 계획을 보고받고 있다. [동아일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모두에 대해 빛과 그림자 또는 공과 과를 엄격히 가려 평가한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지난날 우리나라가 걸어온 길을 훨씬 더 공정하게 돌아볼 수 있게 됐다. 

    21대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저자는 보수세력이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한 뒤 보수세력의 역사적 공과를 논한 데 이어, 보수세력이 ‘무엇을 지켜야 하나’라는 물음을 던졌다. 저자가 제시한 답 가운데 하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다. 저자의 답이 독자들로부터 폭넓은 호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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