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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코로나 총선’ 현장을 가다

동영상으로 무장한 정치1번지, 구독과 재미로 2라운드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에서 더 세게 붙은 이낙연 vs 황교안 유튜브 선거전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동영상으로 무장한 정치1번지, 구독과 재미로 2라운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예비후보(왼쪽)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종로구 예비후보의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캡처. [유튜브 캡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예비후보(왼쪽)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종로구 예비후보의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캡처. [유튜브 캡쳐]

6만4900명 vs 5만4700명. 3월 13일 현재 유튜브 채널 ‘이낙연TV’와 ‘황교안오피셜’이 확보한 구독자 수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선거운동이 어려워지면서 유튜브 등을 통한 온라인 선거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서울 종로구에서 맞붙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도 대구에서 코로나19 대량 감염 사태가 발생한 2월 중순 이후 본격적으로 유튜브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황교안오피셜이 1분짜리 영상 ‘황교안이 주먹 인사를 한 횟수는??’으로 조회수 10만 회를 돌파하는 등 화제몰이에 성공했다면, 이낙연TV는 라이브 방송을 내세워 구독자 수를 무섭게 늘려가고 있다. 청년이 ‘60대 할배’를 사랑하도록 하는 ‘마법’을 부리는 이들은 누구며, 그 마법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낙연TV와 황교안오피셜을 만드는 사람들과 각각 하루씩 함께 지내봤다.


캠프 막내가 ‘황교안 유튜브’ 총감독

3월 11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의 황교안 후보 선거캠프에서 홍보팀 요원들이 콘텐츠 제작을 하고 있다(왼쪽).

3월 11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의 황교안 후보 선거캠프에서 홍보팀 요원들이 콘텐츠 제작을 하고 있다(왼쪽).

3월 1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의 황교안 선거캠프(황캠프). 남들보다 2시간 가까이 지각 출근한 박진우(27) 씨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대뜸 55인치 TV의 볼륨부터 줄였다. 황캠프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그가 ‘리모컨 권력’을 쥐고 있는 셈. 박씨는 홍보팀에서 유튜브 영상 제작을 총괄한다. 황교안오피셜에 올라가는 모든 영상이 그의 손에서 태어난다. 박씨는 “TV 소리가 동영상 편집일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된다”며 씩 웃었다. 그의 상사이자 11세 더 많은 국회 보좌관 출신의 최연우(38) 홍보기획실장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 친구 없으면 홍보팀은 아무것도 못 해요.” 

박씨를 포함해 2030세대 4명으로 구성된 홍보팀은 매일 두어 개의 유튜브 영상 및 카드뉴스를 만든다. 이날 미션은 ‘황교안 종로 혜화동 출근 인사’ ‘황교안이 마음으로 안아드리겠습니다’ 영상과 ‘이심전심’ ‘저 황교안, 코로나 완전 종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것. 홍보팀이 아이템을 제안하면 아침 간부회의 때 최종 결정된다. 



홍보팀 요원들은 따로 회의를 하지 않고 각자 책상에 앉아 촬영팀에서 찍어온 영상과 사진을 하나씩 확인하며 제작에 들어갔다. 12시 반 근처 식당에서 치즈돈까스로 점심을 먹고 온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바빠졌다. 황 후보의 법정 공보물에 사용할 사진 후보군을 선별하고, 황 후보가 주민들과 포옹하는 사진만 따로 모아 포토뮤비도 만들었다. 

책상과 책상 사이로 “이 발언은 꼭 살려보자” “이런 댓글은 좋은 지적이네” 같은 얘기가 수시로 오갔다. 황 후보의 공식 블로그에 올릴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이수지(30) 씨 주변으로 요원들이 쉴 새 없이 오가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자막 때문에 인물들이 단절된 느낌이 든다” “자막을 흐리게 해보자” “자막이 손을 가리잖아” “자막을 기울여보자”…. 

저녁 무렵, 느닷없이 “아깝다, 아까워!” 소리가 연신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홍보팀 요원들이 계속해서 돌려보는 것은 황 후보가 청년 면접관들 앞에서 면접을 보는 동영상. 면접이 끝나고 소감을 묻는 청년에게 황 후보는 “이따 밤에 이불킥(잠이 들 때쯤 오늘 한 부끄러운 행동이 생각나 이불을 덮은 채 허공에 발길질하는 행위)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급기야 이들은 ‘이불킥’ 발언을 살려서 면접 비하인드 영상을 따로 만들기로 했다. 

저녁 8시까지 이튿날 오전에 공개할 카드뉴스 기획안을 마무리한 후에야 이날 당번인 박진우 씨를 제외하고 모두 퇴근. 박씨는 사무실 구석의 자기 책상에서 급히 만들기로 한 ‘이불킥’ 영상(‘황교안, 면접 보다! 황교안이 취준생이 된 사연?’) 편집에 몰두했다. 최연우 실장 역시 “드디어 캠프가 조용해졌다”며 공보물 문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먹악수’ 영상으로 10만 조회수 돌파

3월 11일 황교안 후보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낙산공원 일대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3월 11일 황교안 후보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낙산공원 일대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황교안오피셜은 황교안 대표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2019년 1월 개설됐다. 1년 넘도록 영상 대부분이 조회수 ‘2000회’ 벽조차 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2030세대로 구성된 홍보팀이 꾸려지면서 달라졌다. ‘1만 조회수’ 정도는 가뿐히 넘기기 시작했다. 가장 큰 히트작은 ‘황교안이 주먹 인사를 한 횟수는??’(2월 21일). 지지를 호소하거나 공약을 설명하는 내용이 아닌, 종로 충신시장에서 주민들과 ‘주먹인사’를 나눈 부분만 편집해 이어 붙였다. 주먹인사 장면마다 게임을 연상케 하는 시청각 효과를 넣어 젊은 세대를 공략했다. 3월 13일 현재 해당 영상은 10만8000여 명이 시청했다. 황교안오피셜 역대 최다 조회수다. 이낙연TV는 첫 개국 영상을 제외하고 10만 조회수를 돌파한 영상이 아직 없다. ‘편집이 신선하고 영상이 짧아 마음에 든다’ ‘주먹악수를 할 때 ‘띠롱’ 소리가 재밌다’ 등 댓글 반응도 좋다. 

황교안오피셜에서 토론회와 연설회 영상은 차츰 구석으로 밀려나는 중이다. “간담회 영상은 쓸 만한 게 별로 없어”라는 말이 사무실에서 어렵지 않게 들린다. 박진우 씨는 “TV 뉴스에서는 간담회 화면이 중요하겠지만, 영상이 정적이라 유튜브에서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 편집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구독자 수 179만 명의 ‘대도서관TV’을 즐겨보며 참고한다. 그는 황 후보의 자서전을 읽고 감명받아 선거캠프에 자원했다고 한다. 

최연우 실장 역시 젊다면 젊은 38세다. 하지만 국회 보좌관으로 일한 13년의 경력이 오히려 영상 기획에는 방해가 된다고 여긴다. 그는 홍보팀 요원들에게 일을 지시하기보다 이들의 작업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격려의 말을 건넨다. 그는 “젊은 친구들이 ‘이거 해보고 싶다’며 가져오는 기획안이 신선할 때가 많다. 그래서 되도록 이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해준다”고 말했다. 

어느덧 밤 10시. 박진우 씨와 함께 어둑한 광화문 거리로 나섰다. “내일 올릴 영상을 90%가량 완성했다”며 활짝 웃는 그에게 기자는 “고생했다, 고지가 멀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서늘한 말이 돌아왔다. “맞아요. 새벽 2시에는 마무리하고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낙연 캠프의 유튜버는 ‘영 앤드 스마트’

 3월 12일 서울 종로구 종로6가에 위치한 이낙연 후보 선거캠프에서 유튜브팀 팀원들이 오전 회의를 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3월 12일 서울 종로구 종로6가에 위치한 이낙연 후보 선거캠프에서 유튜브팀 팀원들이 오전 회의를 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정치를 하겠다고 결정한 이유?” “좋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다.” “인사할 때 양손을 흔드는 게 보기 좋다는 시청자 의견도 있다.” 

서울 종로6가의 이낙연 선거캠프(이캠프) 유튜브팀은 오전 10시 회의로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한다. 기자가 찾아간 3월 11일 회의 주제는 이날 저녁 7시 30분에 있을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후보와 함께하는 합동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준비. 사전에 이낙연TV 구독자들로부터 받은 질문 가운데 어느 것을 고르는 게 좋을지에 대한 의견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유튜브팀을 총괄하는 이캠프의 양재원(43) 부대변인은 “영상 제작에는 기술적인 면이 중요해 경력 및 관심사에 주안점을 두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고 말했다. 5명으로 구성된 이캠프 유튜브팀의 평균 연령은 28.4세로 매우 젊은 편이고, 엔터테인먼트사 PD부터 예술단체 대표까지 출신도 다양하다. 팀 분위기는 수평적. 양 부대변인이 한껏 무게를 잡으며 “항상 마지막 콘텐츠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자”고 다독이자 돌아온 반응은 “종말론적 시각 같은 소리…”라는 싸늘함(?)뿐이었다. 

이낙연 후보는 유튜브 무대에서는 후발주자다. 이낙연TV는 지난달 22일에야 첫 개국 인사 영상을 업로드하며 활동을 개시했다. 황교안(2019년 1월), 홍준표(2018년 11월), 이재명(2014년 5월) 등 주요 정치인과 비교할 때 늦은 편. 양 부대변인은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선거운동이 어려워져 유튜브팀을 만들었다”며 “막상 유튜브를 시작해보니 유권자와 폭넓게 접촉할 수 있어 새로운 기회의 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늦은 출발이지만 이낙연TV의 성장세는 매섭다. 채널 개설 30일 만인 3월 10일 구독자 5만4000여 명을 넘어서면서 황교안TV 구독자 수를 역전했다.


이낙연 아재개그에 스태프는 쓰러지고…

3월 12일 서울 종로구 신영동 일대에서 선거운동 중인 이낙연 후보를 촬영하는 이낙연 선거캠프 유튜브팀 소속 염시진 씨. [지호영 기자]

3월 12일 서울 종로구 신영동 일대에서 선거운동 중인 이낙연 후보를 촬영하는 이낙연 선거캠프 유튜브팀 소속 염시진 씨. [지호영 기자]

채널 성장세를 견인하는 핵심 콘텐츠는 라이브 방송. 개업 효과로 10만 조회수를 올린 첫 영상을 제외하면, 이낙연TV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모두 라이브 영상이다. 특히 전 청와대 대변인인 고민정 후보와 함께 출연한 3월 11일 영상은 13일 기준 3만3000여 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첫 영상을 제외하면 조회수가 가장 많다. 황교안TV는 아직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바 없다. 

처음에는 라이브 방송에 대한 걱정이 적잖았다. 생방송이다 보니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 상황을 통제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캠프 유튜브팀의 한 30대 요원은 “이낙연 후보가 라이브 방송에 익숙지 않다 보니 말이 빨라지기도 한다”며 “그래도 시청자들이 이 후보의 진솔한 소통 의지를 알아주고, 이 후보가 날것 그대로 반응하는 것에 많이 호응하기 때문에 좋은 시도라 본다”고 말했다. 

12시 반부터 30분간 재빨리 점심을 먹은 후 양 부대변인과 이캠프 유튜브팀 염시진(32) 씨는 부암동주민센터 건설 부지에 대해 알아보는 이낙연 후보를 촬영하고자 택시를 타고 홍지동으로 이동했다. 유튜브팀이 촬영한 사진의 일부는 이 후보에게 전달된다. “부지를 알아보려는 것이니까 땅이 많이 나온 사진이 좋다”는 염씨 의견대로 땅이 많이 등장한 사진이 이 후보에게 전송됐다. 이 후보는 평소 본인이 직접 사진을 선택해 짧은 글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한다. 이 후보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어는 12만7000여 명. 각 게시물에는 수천 개의 ‘좋아요’가 달린다.


3월 1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이낙연 후보가 고민정 후보와 합동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3월 1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이낙연 후보가 고민정 후보와 합동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라이브 방송 준비는 방송 1시간 반 전부터 시작됐다. 이캠프 유튜브팀은 오후 6시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고민정 후보 선거캠프 사무실에 도착해 장비 체크에 나섰다. “안녕하세요, 이낙연입니다.” 잠시 이 후보가 돼 마이크 울림도 체크.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돌발 상황을 고려해 대비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법. 

“인도 넷을 합쳐야 인도네시아가 된다.”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고 30여 분이 지난 무렵, 이 후보 입에서 아재개그가 나왔다. 옆자리에서 함께 방송하던 고 후보는 “밤에도 생각날 것 같다”며 급당황. 이 위기를 모면하게 한 건 카메라 뒤에 서 있던 유튜브팀으로, 숨죽이며 키득거리는 이들을 보고 고 후보가 놀라워하며 “아재개그가 청년층에 통하네요!”라는 멘트로 상황을 부드럽게 마무리한 것이다. 

하지만 위기가 다시 닥쳤다. 신이 난(?) 이 후보가 아재개그 2탄을 꺼내 들었다. “EU(유럽연합) 대사가 만나자고 하면 만나야 합니다. 이유가 있으니까요.” 불의의 일격에 고 후보는 “아재개그 때문에 시청하던 50명이 (방송을) 나갔다”는 시청자 댓글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저녁 8시 반, 최고 동시접속자 수 1565명을 기록하며 이낙연×고민정의 라이브 방송은 끝났다. 이 후보는 이캠프 유튜브팀에게 “수고 많았다”며 인사했다. 이캠프 유튜브팀은 ‘팬 모드’로 돌변, “인증샷 찍자” “사인해달라”며 고 후보에게 몰려갔다.


광화문광장보다 더 큰 무대

이낙연, 황교안 선거캠프 모두에게 유튜브는 광화문광장 이상의 무대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비대면 선거운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캠프는 이 후보의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황캠프는 황 후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재미’ 코드를 얹어 보여주겠다는 전략. 황캠프의 최연우 실장은 “코로나19 이슈와 관련해서는 너무 가벼워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사태가 진정되면 유권자를 좀 더 즐겁게 해주는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캠프의 양재원 부대변인은 “이낙연 후보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해오는 국민들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기획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면 종로구의 명소나 숨은 맛집을 알리는 콘텐츠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20.03.20 1231호 (p20~23)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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