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1

2018.03.28

풋볼 인사이트

수비진 보강을 어이할꼬

월드컵 대표팀 공격진은 날카롭지만 수비진은 답 안 나와

  • 입력2018-03-27 11: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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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3월 12일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3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설 23인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신태용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3월 12일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3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설 23인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러시아월드컵 전 마지막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3월 19일 인천국제공항에 집결해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날아갔다. 유럽파 선수도 현지에 속속 모여들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정예로 모이는 건 이번이 처음. 24일 북아일랜드, 28일 폴란드와 격돌한다. 

    이제 더는 시간이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3월 A매치 명단을 발표하면서 향후 일정도 함께 공개했다. 5월 최종 집결할 대표팀은 오스트리아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짧은 담금질 뒤 6월 12일 러시아에 입성한다. 이 과정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온두라스, 세네갈 등과 총 네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80% 이상 확정.” 3월 12일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축구회관에서 가진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신 감독이 한 말이다. 그는 부상을 변수로 꼽긴 했지만 “(선수 명단이)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급작스레 부임한 신 감독에게는 시간이 금이었다. 8~9월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부터 부랴부랴 소화해야 했다. 본선행이란 결과는 쥐었어도 내용은 부족했다. 10월 평가전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우려는 더 심해졌다. 

    반등은 11월부터였다. 안방으로 콜롬비아, 세르비아를 불러들였다. 4-4-2란 새로운 옷을 입은 대표팀은 콜롬비아를 2-1로 꺾고, 세르비아와 1-1로 비겼다. 촘촘한 라인으로 상대를 옥죄었고, 공격에선 손흥민과 이근호의 활약이 눈부셨다. 여론을 완전히 돌려놓은 신 감독은 4-4-2를 메인 카드로 잡았다. 지난해 말 치른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에서도 4-4-2로 치른 경기력이 가장 좋았다. 여기에 ‘선 수비-후 역습’ 전략은 객관적 전력에서 밀릴 본선에서도 맞춤형으로 쓸 만하다. 이제는 이를 얼마나 잘 다듬어 재현하느냐가 문제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주호(울산현대축구단)와 홍정호(전북현대모터스·왼쪽부터). [동아일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주호(울산현대축구단)와 홍정호(전북현대모터스·왼쪽부터). [동아일보]

    01 공격진 ‘지금 이대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최근 유벤투스와 치른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4경기에서 7득점, 1도움을 올렸다.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3월 13일 최근 5경기를 기준으로 선정한 파워랭킹에서 손흥민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1위에 올랐다. EPL 사무국이 선정한 랭킹은 8위였다. 신 감독은 “선수가 1년 내내 좋을 수는 없다. 월드컵 때 컨디션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된다”고 말했지만 행복한 엄살이다. 



    손흥민 말고도 공격진 라인업은 짱짱하다. 김신욱(전북현대모터스)은 머리로 매력을 발산 중이다. 측면에서 넘어오는 크로스를 족족 골로 마무리하고 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톈진 취안젠과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포함해 골 행진을 이어갔다. 장신 공격수로서 가치를 입증한 셈이다.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도 빼놓을 수 없다. UEFA 유로파리그에서 레알 소시에다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 만만찮은 팀을 상대로 경험을 쌓았다. 특유의 저돌적인 플레이로 페널티킥을 얻곤 했다. 여기에 이근호(강원FC)까지 변함없이 위협적. 부상으로 살짝 주춤한 석현준(트루아 AC), 독일 2부 임대로 돌파구를 찾은 지동원(SV 다름슈타트 98)도 대기 명단에 있다.

    02 수비진 ‘믿음직하지 않아’

    3월 12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어떤 부분이 가장 머리를 아프게 하는가”라는 물음이 나왔다. 신 감독은 망설임 없이 “수비 라인”이라고 답했다. 그는 “거듭 고민하는데 현실적으로 답이 잘 안 나온다”고 털어놨다. 현 대표팀은 수비진 8명 중 5명을 전북현대모터스 선수로 채워 넣었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 등 축구 전문가는 “K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전북 수비진을 그대로 옮겨놓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해왔다. 한 팀에서 오랫동안 발을 맞춘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개인 기량이 중요한 공격과 달리 수비는 서로를 메워가는 호흡이 무척 중요하다. 

    다만 그마저도 확신을 못 한다. 전북은 현재 4경기 연속 실점 중이다. 2승 2패를 거둔 가운데 11골을 내줬다. “스웨덴이나 독일은 우리보다 신체 조건이 월등히 좋다. 상대가 파워로 밀고 들어올 때 우리 수비진이 얼마나 견뎌줄 수 있을까 싶다”던 신 감독의 고민이 해결되려면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일단은 공격 라인, 미드필더 라인 모두 많이 뛰어 전방에서부터 위험 상황을 최대한 지워야 한다.

    03 나머지 20% “우리도 뛴다”

    신 감독의 80% 발언을 뒤집어보면 나머지 ‘20%’도 관심사다. 대표팀은 수비수 박주호(울산현대축구단), 홍정호(전북)를 다시 불러들였다. 둘 다 이전 소속팀에서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했다. 실전이 부족하니 대표팀 발탁과도 멀어졌다. 그랬던 그들이 월드컵을 앞두고 소속팀을 옮기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신 감독은 이들의 상태를 계속 살펴보겠다는 심산이다. 

    박주호는 쓰임새가 다양하다. 왼쪽 측면 수비가 기본이지만 중원까지도 맡을 수 있다. 과거 대표팀에서 기성용(스완지 시티 AFC)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짝을 맞춘 것도 큰 이점이다. 경기력은 신 감독도 흡족해했을 정도. 부상자 발생, 전술 변화 등 변수가 많은 본선 무대에서 멀티 플레이어의 존재는 쏠쏠하다. 홍정호는 불안한 중앙 수비진을 비집고 들어가려 한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한 김민재(전북)가 자리 잡은 가운데 장현수(FC 도쿄), 윤영선(상주상무프로축구단) 등과 경쟁할 운명이다.

    04 코치진 ‘새 전력분석관 영입’

    새로운 인물도 합류했다. 레알 마드리드에 오랫동안 적을 뒀던 가르시아 에르난데스 전력분석관이 들어온 것. 거스 히딩크, 조제 모리뉴, 지네딘 지단 등 명망 있는 감독을 보필한 전문가다. 

    전력분석관 영입은 FIFA가 이번에 새롭게 도입하는 벤치 내 전자기기 제도와 관련 있다. 벤치에서 헤드셋과 터치스크린 화면 등을 통해 경기 상황에 대한 실시간 분석을 받아볼 수 있다. 신 감독은 “우리가 준비할 카드는 카운터 어택 등으로 다양하지 않다. 반면 상대는 흐름을 파악해 대비할 수 있기에 우리에게는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번 A매치에서 경기 분석 내용을 에르난데스 분석관과 어떻게 소통할지 손을 맞춰봐야 한다.

    러시아월드컵까지는 100일이 채 남지 않았다. 평가전 6경기를 치른 후에는 바로 본선에 돌입해 스웨덴, 멕시코, 독일과 차례로 만난다. 신태용호는 3월에 뚜렷한 윤곽을 만들고자 한다. 현재 가장 큰 관건은 어떻게 후방 조직을 매만지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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