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1

2018.03.28

법통팔달

변호사 유사직역 폐지는 아전인수

로스쿨의 신기루

  • 입력2018-03-27 11: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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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앞에서 진행된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를 위한 대한변호사협회 삭발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국회 앞에서 진행된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를 위한 대한변호사협회 삭발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출범한 지 10년이 넘었다. 로스쿨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다. 실제 로스쿨이 초래한 문제가 적잖게 나타났다. 법학이 전반적으로 쇠퇴일로에 있다. 특히 법학의 기반인 법철학, 법제사 등 기초법학이나 국제법학은 몰락 직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학비는 여전히 높고, 부모 세대 사회적 부와 지위의 세습이 로스쿨을 통해 좀 더 용이해졌다는 점에서 공정성 실현 측면에 의문을 낳고 있다. 

    이렇게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할뿐더러 결함도 많은 제도가 10년 넘게 개선되지 않은 채 여전히 존속한다는 것이 기이할 뿐이다. 책임 있는 정책 당국자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은 채 둔중한 침묵이 무겁게 누르고 있을 뿐이다. 

    로스쿨 교과과정을 학생 중심으로 바꾸고, 대학 내 법학부를 부활하며, 실무교육을 강화하는 과정을 신설하는 등 조치를 취하면 로스쿨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다른 나라처럼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작은 문을 열어두면 로스쿨에 대한 광범한 적대의 불길을 잡을 수 있을 테다. 왜 이처럼 손쉬운 로스쿨 개선 방안을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로스쿨 학생들에게 로스쿨 안착을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 물어봤다. 뜻밖에도 학생들은 변호사 유사직역을 없애고 로스쿨 졸업과 함께 치르는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바꿔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노무사, 공인중개사 등을 법조계에선 변호사 유사직역이라 부른다. 이 직종들을 없애는 것이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를 대량 배출하는 법의 취지에 맞다고 한다. 그리고 자격시험이라는 말이 상당히 애매하긴 하나, 변호사시험에 관한 한 이 용어는 원칙적으로 응시자 전원을 합격시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변호사 유사직역이라는 말 자체가 차별적 용어다. 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과 직원, 가족에겐 불쾌한 용어다. 또 해당 직종마다 고유한 책임을 수행하며 우리 사회에 기여해왔다는 자부심을 안고 있다. 그런데 이 직종들을 없애버린다? 아무리 로스쿨이 훌륭한 제도라 한들 어찌 이것이 가능하겠는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대로 하락해 로스쿨 교육이 일그러졌다고 주장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 로스쿨 교육과정 자체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큰 결함을 안고 있는 것이 주 원인이다. 미국의 변호사시험(Bar Examination) 합격률도 50% 전후에 그친다. 부실한 로스쿨 교육과정의 희생자이긴 하나, 주관식 시험을 거의 백지로 내는 학생에게도 변호사자격을 주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일까. 

    변호사 유사직역 폐지와 변호사시험 전원 합격은 로스쿨이 가지는 신기루다. 오아시스는 로스쿨이 초래한 여러 부정적 현상을 시정하는 데 있다. 허공에 뜬 신기루를 틀림없는 오아시스라 외치며 그쪽으로 가야 한다고 방향을 오도하는 무책임한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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