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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저균 씻어낸 물 서해로 흘러갔나

오산기지 조사단, 세척작업 오염수 하수관로 유입 조사 중…“기지 밖 유출 없다”는 거짓말?

탄저균 씻어낸 물 서해로 흘러갔나

탄저균 씻어낸 물 서해로 흘러갔나

주한미군 탄저균 배송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한미합동실무단이 8월 6일 사고현장인 경기 평택 주한미군 오산기지 내 생물식별검사실에서 공동조사를 하고 있다.

5월 하순 불거진 주한미군 오산기지의 탄저균 탐지실험과 관련해 조사 중인 한미합동실무단이 탄저균 일부가 활성화된 상태로 하수관로를 통해 기지 밖으로 흘러나갔을 수 있다는 단서를 확보하고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체 하수처리시설이 없는 오산기지에서 흘러나온 하수는 경기 평택 장당동의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다른 생활오수와 합쳐져 서해로 흘러들어간다. 합동실무단이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그간 한미 양국이 강조해온 “활성화 상태든 비활성화 상태든 탄저균이 기지 바깥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은 제로”라는 공식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간 알려진 것처럼 문제의 탄저균은 완전히 비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유타 주 병기시험장 더그웨이 연구소에서 오산기지로 보내졌고, 주한미군은 오산기지 내 생물식별검사실(BICS)에서 5월 21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탐지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문제는 당시 실험요원들이 탄저균 일부가 활성 상태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 따라서 실험에 사용된 장비와 피복, 도구를 감염 위험이 없는 폐기물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실험장비를 세척한 물이 실험실 내 하수구를 통해 흘러나갔다는 게 최근 합동실무단의 핵심적인 우려사항이라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인체 위해 가능성 극히 적지만…

이러한 우려는 합동실무단의 한국 측 관계자를 통해 국방부 등 군 당국에 정식으로 보고됐으며, 관계부처와 협의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군 당국 관계자는 “국방부로서는 조사 결과 공식 발표 시점 전까지는 일일이 세부사항을 공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해당 사안에 대해 한국 측 담당자가 미국 측에 질의를 전달해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한 상태로, 조사 작업의 다양한 포인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이 문제가 합동실무단 공식 발표에 포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간동아’가 확보한 주한미군사령부 ‘환경관리기준(Environmental Governing Standards)’은 탄저균 같은 병원균의 경우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밀폐한 다음 소각 처리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장비나 도구 역시 같은 기준에 따라 처리한다. 그러나 문제는 사전처리 작업을 통해 감염 위험을 제거한 경우에는 일반폐기물에 준해 처분할 수 있다는 규정도 포함돼 있다는 점. 당초 더그웨이 연구소에서 보낸 탄저균 샘플이 사균(死菌)이라고 판단한 실험팀은 이를 이미 사전처리를 거친 걸로 분류했고, 따라서 실험에 쓰인 장비 등을 세척한 오염수 역시 일반 절차에 따라 하수구로 흘려보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게 합동실무단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산기지의 경우 자체 하수처리시설이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 발생한 하수는 관로를 타고 평택시가 관리하는 장당동의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흘러들어가 일반 생활오수와 함께 처리된다. 장당동 처리장에서 처분이 끝난 오수는 안성천을 타고 아산호를 거쳐 20km 남짓 떨어진 서해로 방류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탄저균이 살아남아 인근 하천이나 바다에서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탄저균 자체를 완벽히 소멸시킬 만한 별도 처리 과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폐수처리 전문가인 박종문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자체 생명력이 약한 탄저균의 생물학적 특성을 감안하면 먹을 게 많지 않은 하수처리 시스템 속에서 증식할 개연성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다른 미생물에 잡아먹힐 공산이 크다. 반면 하수를 재활용하지 않는 일반 하수처리장의 경우 저류 중인 오수의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와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만 확인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방류하기 때문에 인위적인 멸균 과정은 없다고 봐야 한다. 개연성은 극히 낮지만 절대 그럴 리 없다고 확신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당국자 역시 “탄저균 실험장비를 세척한 오수가 유출됐다 해도 그 밀도나 양을 감안하면 인체에 해를 미치기는 극히 어려운 수준”이라며 “오산기지 인근 주민들에게 건강상 위해를 가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초 주한미군 측이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던 것과 달리 미량이라도 빠져나갔다면 우리로서는 철저한 사실 확인을 요구해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는 것. 이 같은 분위기는 탄저균 문제가 불거진 후 쏟아진 여론의 강한 질타를 의식한 때문으로 보이지만, 7월 이후 진행된 조사 과정에서 미국 측 태도가 예상만큼 협조적이지 않았다는 측면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탄저균 씻어낸 물 서해로 흘러갔나

8월 18일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소속 방역요원들이 서울 서초구청 광장에서 열린 ‘전시 감염병 테러 대비 훈련’에서 살포된 오염물질 구간을 소독하고 있다.

“초기부터 이견 적잖았다”

7월 12일 구성돼 17일 첫 회의를 연 합동실무단은 △탄저균 샘플 취급 및 처리 절차 준수 여부 △탄저균 포자 잔류 여부 △탄저균 샘플 및 제독 폐기물 처리 방법과 결과 등을 확인해 9월 말까지 조사 결과를 종합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초 태도와 달리 미군 측 협조가 생각만큼 원활하지 않아 조사에 지연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9월 말로 예정됐던 결과 발표 역시 10월 중순 이후로 늦춰질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다. 합동실무단 활동 초기부터 한미 양측은 오산기지 내 자료 공개 범위와 증거 제출, 조사에 참여할 인원과 방법 등을 놓고 의견차가 적잖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문제의 탄저균 탐지실험 작업의 모체는 미 육군이 2011년 공식 입안한 주피터(JUPITR) 프로그램이다. 미 의회 보고자료는 4개년 프로젝트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의 핵심 목적에 대해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세균전 등 위기상황에 대해 이전보다 강력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탐지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프로그램 책임자인 피터 이매뉴얼 미 육군 에지우드 생화학센터 생명과학부문장은 2013년 전문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요 대상으로 선택된 것은) 주둔국 정부가 호의적이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어느 정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주한미군을 첫 실험장 삼아 확인된 성과를 바탕으로 이 프로그램을 다른 동맹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는 취지였다.



주간동아 2015.09.21 1006호 (p34~35)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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