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6

2015.09.21

밤이 길어져야 피는 꽃

  • 노은지 KBS 기상캐스터 ejroh@kbs.co.kr

    입력2015-09-21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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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길어져야 피는 꽃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가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선선해진 공기뿐 아니라 길가에 핀 국화와 코스모스로도 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식물은 계절 변화를 어떻게 알고 제때 꽃을 피우는 걸까요.

    식물이 꽃을 피우는 데는 정교한 원리가 있습니다. 바로 낮의 길이인 ‘광주기’입니다. 봄과 가을, 기온은 비슷하지만 봄에 피는 꽃과 가을에 피는 꽃은 전혀 다른데요. 봄과 가을의 광주기, 낮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봄에 피는 꽃은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져야 꽃을 피우는 ‘장일식물’이고요. 가을에 피는 꽃은 낮이 점점 짧아져야 꽃을 피우는 ‘단일식물’입니다. 요즘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국화와 코스모스는 대표적인 단일식물입니다. 단일식물은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질 때 꽃봉오리가 올라옵니다. 그래서 국화를 키울 때 꽃 피는 시기를 늦추고 싶으면 불을 밝혀주고, 꽃을 빨리 피우고 싶으면 낮에도 빛을 가려주는데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봄부터 소쩍새가 울어야 하는 게 아니라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져야 하는 거죠. 9월 23일은 추분 절기입니다. 추분이 지나면 낮보다 밤의 길이가 길어집니다. 낮이 짧아지는 게 아쉽긴 하지만, 낮의 길이가 짧아질 때에야 코스모스와 국화가 꽃봉오리를 틔운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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