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0

2023.03.10

“GDP 절반이 수출인 한국, 세계 교역 위축에 힘들 수밖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공급망 문제, 미·중 갈등에 잠재성장률 하락까지 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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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3-03-1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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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지호영 기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지호영 기자]

    “지난해 기준 한국 GDP(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의 비중은 45%입니다. 한국은 자유무역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로, 세계경제가 좋을 때 수출이 잘되면서 경제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 문제에 심화된 미·중 갈등으로 세계 교역까지 위축되니 경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구조적 문제인 잠재성장률 하락, 수축 국면으로 들어선 경기 사이클까지 더해지면서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위축된 가운데 내수도 둔화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대외 여건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으며, 지역별로는 대중(對中), 품목별로는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한 501억 달러(약 66조 원)를 기록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42.5% 급감하고, 대중 수출이 24.2% 줄어든 결과다.

    올해 초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에 가까울 것”이라면서도 “하반기에는 다양한 경기 개선 신호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에게 다시 현재 한국 경제 상황과 미래 전망에 관해 물었다. 하나대투증권 부사장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 등을 지낸 김 교수는 자신만의 주가 예고 지표를 바탕으로 2001년 9·11 테러 직전 주가 폭락과 그 후 반등, 2008년, 2020년, 2022년 경제위기를 연이어 맞힌 거시경제 전문가다.

    자유무역 쇠퇴와 함께 찾아온 경제위기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GETTYIMAGES]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GETTYIMAGES]

    한국 경제와 관련된 우울한 소식이 연일 쏟아져 나온다. 한국 경제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

    “그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단기적·중장기적 문제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우선 단기적으로 보면 경기 순환주기가 수축 국면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에 따르면 경기가 지난해 10월 정점을 찍고 수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11번의 순환주기를 보면 수축 국면은 평균 20개월이다. 이제 수축 국면 초기라는 거다. 실제 수출, 소비, 투자 등 모든 경제지표가 안 좋고 특히 제조업 경기가 나쁘다. 1월 통계에 따르면 제품 출하 대비 재고 비율을 나타내는 제조업 재고지수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노동, 자본, 생산성을 고려해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인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져, 현재 2%대에서 1% 후반대로 진입하고 있다. 2030년에는 1%, 그 후에는 1% 미만이 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데는 시기적으로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사태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한국은 수출 중심의 나라이다 보니 수출이 잘돼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2001년 미국 주도로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고 저임금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면서 미국과 중국 모두 자유무역으로 혜택을 봤고, 한국 역시 세계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나라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WTO 가입 당시 세계 GDP에서 비중이 2%였던 중국이 지난해 18%까지 성장하면서 미국이 중국을 때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무역전쟁을 거쳐 기술전쟁까지 온 상태다. 이제 미국은 각종 규제를 가하며 자유무역에서 가장 빨리 후퇴한 나라가 됐고 그 피해가 우리에게도 오고 있다. 미국이 자꾸 자기 나라에 투자하라고 하니 기업들이 미국으로 가는 상황인데,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우리나라는 일자리가 감소하고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만큼 격차가 줄어든 것인가.

    “2000년 전 세계 GDP에서 미국의 비중이 34%였는데 현재 24%까지 내려왔다. 반면 2001년 2%였던 중국은 18%까지 올라왔다. 이런 추세로 가면 2030년 전후 중국 GDP가 미국 GDP를 넘어선다. 이것이 미·중 패권전쟁의 본질이다. 이런 역전을 막기 위해 미국이 먼저 중국에 무역 규제를 가하고 기술전쟁을 하고 있는 거다.”

    美·中 GDP 역전 막을 길은 전쟁뿐

    그렇다면 현 한국 경제위기는 2018년 미·중 갈등이 시작됐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봐야 하나.

    “그렇다. 더욱이 한국은 지정학적 문제를 안고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기 혼자 유럽 정상들과 대화하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도 만났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 협조를 통한 중국 규제를 강조하다 보니 한국이 더 힘들어졌다. 최근 한국 정부가 내놓은 강제 징용 해법과 관련해 미국이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은 지금 재정적자가 엄청나다. 중국 견제에 쓸 돈이 부족하니 일본을 키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중국과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으나 지정학적 위기는 더 커져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

    “쉽지 않은 문제다. 지난해 기준 미국은 한국 전체 수출에서 16%를 차지하고 있다. 한때 12%까지 떨어졌다 많이 올라왔다. 반면 중국은 2018년 27%까지 올라갔다가 지난해 24%까지 내려왔다. 그럼에도 중국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절대적으로 수출 비중이 큰 나라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 통관 기준 무역수지 흑자의 91%가 중국에서 온 거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도, 미국도 멀리할 수 없다. 그런데 요즘 미국을 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전기차를 규제하고, ‘반도체 지원법’으로 반도체를 규제하겠다고 한다. 미국에 투자하면 보조금을 지원하겠다 해놓고 보조금을 받으면 미국 적대국(중국)에 투자 시 보조금을 환수하겠다, 초과이익도 환수하겠다 하니 깡패가 따로 없다. 아마 양국 사이는 남 탓을 하면서 더 나빠질 거다. 중국도, 미국도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5%로 제시했는데, 어떤 상황이라고 봐야 하나.

    “중국도 중성장 혹은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다. 2008년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2009년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중국만 2009년 9%, 2010년 10% 성장했다. 10% 성장했다는 것은 중국 기업들이 엄청나게 투자해 생산 능력을 키웠다는 의미인데 이제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 왔다. 이는 곧 기업 부실, 은행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쳤듯 중국도 부실기업과 은행을 걸러내야 하지만, 중국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니 속도가 느려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5% 성장, 내수 부양을 얘기했는데 이는 투자보다 소비 중심으로 성장하겠다고 정책 방향을 바꾼 거다. 중국은 내수에 치중해도 14억 인구가 소비하기 때문에 5% 정도는 성장할 수 있다. 이렇게 중국 경제가 연 4~5% 성장을 지속하고 미국 경제가 2%씩 성장하면 2029~2030년에는 중국 GDP가 미국 GDP를 넘어서게 된다.”

    미국이 견제하는데도 그 상황을 막지 못하나.

    “미국이 막을 방법은 전쟁밖에 없다.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예정된 전쟁’에도 썼는데, 무역전쟁으로 시작해 금융전쟁을 거쳐 무력전쟁까지 간다고 본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 역시 같은 주장을 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 그 시작이 될 수 있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이 대만 통일이다. 군사력만 놓고 보면 미국이 절대적으로 우세하지만 미국 군사력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만큼 군사 전문가들도 대만만 놓고 붙을 경우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지금까지 전쟁은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 우연한 사건 같은 불합리성에 의해 일어났다. 현재 그런 것들이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이제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하나.

    “미국과 중국 이외에 유럽연합이나 최근 급성장 중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0%에서 지난해 18.3%까지 올라갔다. 인도까지 합치면 20%가 넘는다. 앞으로 5~10년이 지나면 아세안 비중이 중국 수출 비중을 넘어설 거다. 또 우리에게는 기술력이 있다. 2차전지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 D램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올 나라가 없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어떤 판단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미국에 가서 보조금을 받고 공장을 지을지, 보조금을 안 받고 중국 투자를 계속할지.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다. 미국도, 중국도 반도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만든다. 다들 반도체 공장을 짓고 직접 생산하겠다고 하지만 단시일 내 따라올 수 없다. 최근 삼성전자를 보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상황이 쉽지 않음에도 예정된 투자를 다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울 때 투자를 계속하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 지금은 반도체산업이 힘들지만 내년 어느 무렵에 사이클이 회복되면 더 앞서나갈 거다.”

    반도체와 2차전지 세계 최강 기술력

    현 위기를 넘기고 나면 또 어떤 위기가 찾아올까.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다. 최소한 동일 인구가 유지돼야 하는데 줄어들고 있으니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일본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

    그럼에도 지금 시기가 지나면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낙관하지 않나.

    “산꼭대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작은 언덕들이 있지 않나. 정점에서 내려오는 과정에서도 확장과 수축 사이클은 반복된다. 주가를 예측할 때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보는데 2021년 6월 정점을 찍은 선행지수가 3월 안에 저점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집계해 발표할 때까지 시간이 걸려 데이터상으로는 5월쯤 확인될 거다. 또 명목GDP도 보는데 주가는 장기적으로 명목GDP만큼 성장한다. 현재 주가는 명목GDP 대비 20% 정도 과소평가돼 있다. 지금 주식을 사도 좋다고 권하는 이유다.”

    경제를 알기 위해 살펴야 하는 경제지표가 있다면?

    “투자자라면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장단기 금리차, 일평균 수출금액 3가지는 알아야 한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통계청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하는데, 방향은 거의 같고 발표 시기만 OECD가 매월 둘째 주 화요일로, 매월 말에 발표하는 통계청보다 빠르다. 두 데이터 모두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할 수 있다. 장단기 금리차(국고채 10년물과 1년물 수익률 차)는 그동안 10년물 금리가 1년물 금리보다 낮아졌다가 2월 말부터 정상화되고 있는데, 이는 경기 회복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거래 증권사에서 매일 확인이 가능하고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과거 데이터를 다 볼 수 있다. 일평균 수출금액은 한국의 수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코스피와 상관계수가 가장 크다.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가 매월 1일 발표한다.”

    최근 금리인상이 멈추면서 집값 하락도 멈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주택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으로는 금리, 대출금액, 경기가 있다. 초기에는 금리나 대출금액이 주택 가격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기가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0월이 정점이었고 이제 하락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임금도 별로 안 늘어난다. 집 살 돈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앞으로 금리가 떨어지더라도 집값이 오르기는 어렵다고 본다. 물론 집은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에 돈이 있거나 원리금 상환 능력이 있다면 사는 것이 맞지만, 지금 비싼 집값과 하락 추세를 보면 좀 더 기다려도 좋을 것 같다. 그동안 부동산 사이클을 보면 하락이 2~3년은 간다. 지난해 6월 정점이었음을 감안하면 이제 8개월 지났을 뿐이다. 또 정부가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고 있지만 어떤 정책도 추세를 이기지는 못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최근 10가지 위기가 결합된 이른바 ‘초거대 위협’이 한꺼번에 오고 있다고 예견했다. 어떻게 보나.

    “부채 증가, 탈세계화, 미·중 갈등, 불평등 심화 등 대부분의 견해에는 동의하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이 우려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계가 부실해져 소비 여력이 별로 없다. 맥킨지 보고서도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자식 세대’라고 말하지 않았나. 지금 세계는 소비 차별화가 심화되고 중간 소득계층의 노후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수요가 줄어들면 결국 물가도 낮아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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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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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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