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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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2020년, 경기침체 온다

美 장·단기 채권금리 차이 꾸준히 감소 …  한국도 경기둔화 시그널 보여

  • 박종연 IBK연금보험 증권운용부장

    입력2019-04-08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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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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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국 국채시장에서 10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3개월짜리 국고채 금리를 한때 하회하며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3월 22일(현지시각)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3개월 만기 국채금리(2.453%)보다 낮은 2.428%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10년물 금리가 3개월물보다 낮은 것은 2007년 이래 처음이었다. 만기가 긴 채권의 금리는 원금상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만기가 짧은 채권의 금리에 비해 더 높게 마련이다. 그런데 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통적으로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은 향후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데 매우 뛰어난 지표로 여겨진다. 실제로 1950년대 이후 미국에서 장·단기 금리차가 총 9번 역전된 바 있는데, 1966년을 제외한 나머지 8번 모두 경기침체가 나타났다. 

    장·단기 금리차란 용어 그대로 만기가 긴 채권의 금리에서 만기가 짧은 채권의 금리를 뺀 스프레드(spread)를 말한다. 만기가 얼마 남았느냐에 따라 채권금리는 다르게 형성된다. 그리고 이를 연결한 선을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라고 한다.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는 경제상황에 따라 가팔라지기도 하고, 평탄해지기도 한다.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는 여러 이론으로 설명된다. 순수기대 가설(pure expectation hypothesis), 유동성프리미엄 가설(liquidity premium hypothesis), 시장분할 가설(market segmentation hypothesis), 사전기간선호 가설(preferred habit hypothesis)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순수기대 가설이다. 이 가설이 장·단기 금리차의 미래를 예측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임박한 건 아냐

    순수기대 가설에 따르면 ‘오늘의 장기금리’는 ‘현재의 단기금리’와 ‘미래에 예상되는 단기금리’의 평균치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만기 2년짜리 채권의 금리는 현재 만기 1년짜리 채권의 금리와 1년 뒤 만기 1년짜리 채권의 예상금리를 평균한 수준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만기 2년 채권의 금리가 만기 1년 채권의 금리보다 높다는 것은 현재 만기 1년 채권의 금리보다 1년 뒤 만기 1년 채권의 금리가 높아지리라는 예상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만기 2년 채권의 금리가 만기 1년 채권의 금리보다 낮다면, 이는 미래에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당장은 경제상황이 괜찮아 단기금리가 높게 형성되지만, 미래엔 경제상황이 나빠지리라는 예상이 커지면 장기금리가 먼저 낮아져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를 하회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됐다는 것은 미래에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된 결과다. 이는 향후에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미국 수익률 곡선으로 돌아와보자. 최근 미 국고채 10년 금리가 한때 3개월 금리를 밑돌았다는 것은 경기침체가 임박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필자는 경기가 완만하게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침체가 임박한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 

    통상 미 국채시장에서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는 과정은 이렇다. 유동성이 가장 좋은 지표채권인 국고채 10년 금리가 5년 금리, 2년 금리, 3개월 금리를 순차적으로 하회한다. 다시 말해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전반적으로 평탄해지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한다. 그리고 마침내 국고채 10년 금리가 3개월 금리까지 역전하는 데까지 이르면 장·단기 금리 역전은 그 어느 것보다 경기침체에 대한 강력한 시그널로 작용한다. 과거 미국에서는 국고채 10년 금리가 3개월 금리를 역전한 후 경기침체까지 1분기(3개월)에서 8분기(2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평균적으로는 5분기(1년 3개월)가 걸렸다. 

    자료 | 미국 재무부 [SHUTTERSTOCK]

    자료 | 미국 재무부 [SHUTTERSTOCK]

    하지만 현 수익률 곡선 역전은 과거와는 좀 다른 모습이다. 국고채 10년 금리가 3개월 금리를 역전하긴 했지만, 2년 금리보다 여전히 높다. 3년 이하 구간에서만 수익률 곡선의 역전이 발생하고 있다(그래프1 참조).

    美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에…

    이러한 일그러진 수익률 곡선은 무엇을 의미할까. 

    최근 수익률 곡선의 역전을 촉발한 원인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있다. 연준은 올해 두 차례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고했으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로 전망을 바꾸며 채권시장에서 급격하게 숏커버링(Shot Covering·환매수)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연준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로 연준이 시장이 모르는 경기침체 위험을 먼저 알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높아졌고, 이는 곧바로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연준의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이 반영되는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이상 인하될 가능성을 60%가량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빠른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기준금리 변경에 민감한 국고채 2년물 금리도 크게 하락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연준이 빠르게 금리인하에 나선다면 결국 경기침체도 심각하게 오지는 않을 것이고, 경기가 반등하는 시기도 빨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시장에서 생겨났다. 이것이 수익률 곡선이 2년물 이상 구간에서는 정상적으로 우상향 기울기를 유지하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현 수익률 곡선이 의미하는 것은 2년 이하 구간에서는 금리인하 시기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을 반영해 수익률 곡선이 역전돼 있고(우하향), 3년 이상 구간에서는 그러한 통화정책 변화로 경기가 침체까지는 이르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수익률 곡선을 우상향의 정상적 모습으로 유지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용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자료 |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자료 |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그렇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장·단기 금리차가 꾸준히 축소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그래프2 참조). 지금은 아니더라도 수익률 곡선이 본격적으로 역전될 날이 머지않았다. 

    일부 전문가는 미 정부가 단기채권 발행량을 늘리고, 해외 자금이 미국 장기채권을 선호하는 등의 원인으로 장·단기 금리차가 미래 경제를 예측하는 힘이 예전보다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며 장·단기 금리 역전을 무시했다 경기침체 충격을 받았던 사례는 무수히 많다. 

    대표적 예가 2006년이다. 당시 연준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저도 그것이 수수께끼입니다(It’s Conundrum)”라고 했을 뿐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추후 ‘아시아지역의 미국 장기채 수요 증가에 기인한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놨을 뿐, 경기침체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2년 뒤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그린스펀조차 장·단기 금리 역전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했다 금융위기를 피할 수 없었다. 

    최근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장·단기 금리차의 축소와 일부 구간의 역전은 향후 미국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경고등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과거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경기침체가 나타나기까지 평균적으로 1년 3개월이 걸렸음을 감안하면 대략 2020년을 전후해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내에서도 최근 국고채 3년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등 장·단기 금리 역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경기 둔화와 금리인하 가능성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무리한 투자나 사업 확장보다, 보수적인 경영 관리와 효율적인 조직 구조로 위기를 견뎌내며 장기적 성장동력에 사내 역량을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개인 입장에서는 경기둔화로 다시 저금리 기조가 재개될 수 있으므로 장기대출 시에는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유리할 것이다. 투자 대상으로는 고정적인 현금을 가져다주는 수익형 부동산이나 고배당주 주식이 유망하다. 경기둔화에 따른 금리하락기에는 신용도에 의해 대출금리가 더 크게 달라진다. 개인신용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박종연_ I BK연금보험에서 주식 및 채권 투자를 총괄하는 증권운용부장이자 중앙대 객원교수. 저서로 ‘금리는 경제의 미래를 알고 있다’가 있으며, 현재 유튜브 채널 ‘경제와 춤을 TV’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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