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히 벼르고 나왔다.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매국의 역사학’)에서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벼린 칼을 감추지 않았다. 그 칼끝은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사업을 겨누고 있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국민 세금 47억여 원을 들여서 만든 ‘동북아역사지도’가 중국이 동북공정을 위해 제작한 ‘중국역사지도집’을 그대로 베꼈고, 게다가 지도에서 독도를 제외해 일본 극우파의 침략사관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매국의 역사학’은 2015년 4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동북아특위) 현장 중계로 시작된다. 속기록을 그대로 옮겨온 부분이 많아 마치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다.
“왼쪽 지도가 편찬위원회에서 그린 한사군, 낙랑군 위치고, 오른쪽 지도가 중국에서 동북공정 차원에서 그린 담기양(譚其양)의 ‘중국역사지도집’인데 두 지도는 같은 지도입니다. 그러니까 중국에서 지금 이 지도를 가지고 북한 강역을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논리를 편찬위원회에서 그대로 따르고 있지요. 두 지도는 똑같이 패수를 청천강이라고 규정했고, 열수를 대동강으로 규정했습니다.”
‘동북아역사지도’를 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한국 고대사를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 증거로 담기양의 ‘중국역사지도집’을 제시했던 편찬위원회(편찬위) 측이 정작 ‘동북아역사지도’를 만들면서 문제의 중국 지도집을 통째로 베꼈다면 이런 코미디가 없는 셈이다.
또 이 소장은 ‘고구려의 성장 120~300년’ 지도에 고구려 국경선이 세로로 그어진 부분에 대해서도 “전 세계 인류 역사상 이렇게 큰 산맥을 두 개나 세로로 자르고 큰 강을 두 개나 세로로 자르면서 만들어진 국경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국경선은 중국에서 주장하는 만리장성선을 그대로 그려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편찬위 측은 “장성선이 아니라 경계선”이라는 궁색한 답변을 했을 뿐이다. 편찬위 측은 지도에서 독도가 누락된 부분에 대해서는 ‘실수’라고 인정했으나, 이 소장은 100장이 넘는 ‘동북아역사지도’ ‘한국편’에서 독도를 단 한 장도 그리지 않은 것은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지운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실제로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입증하는 자료와 논리가 아주 허술하고, 간도 영유권 주장이 허술하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지도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북한 강역을 중국에 넘긴 사람들, 한사군이 한국사의 축복이라는 사람들, 이병도의 위치 비정이 1차 사료라는 사람들, ‘삼국사기’를 가짜로 모는 사람들. 저자는 거침없이 실명을 공개하며 비판한다. 이에 대해 실증에 약한 재야사학자의 치기라고 외면하면 그만일까. ‘매국의 역사학’이 제시한 근거들을 뒤집을 사료와 근거를 제시하고 공개적인 토론이 이뤄지길 바란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바로 역사적 진실이기 때문이다.
빵과 벽돌
빌프리트 봄머트 지음/ 김희상 옮김/ 알마/ 348쪽/ 1만6000원
베를린, 런던, 도쿄 같은 대도시는 비축한 식료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고작 사흘. 먹고사는 문제에 취약한 대도시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할까. 13층짜리 유리온실에서 키우는 양배추, 28층 건물에서 일 년 내내 수확하는 쌀 등 ‘하이테크 농업’만 있는 게 아니다. 케냐 나이로비의 자루텃발처럼 땅 없이도 채소를 키울 수 있다. 저자는 ‘도시농업’이 식량위기에 직면한 인류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너 없이 걸었다
허수경 지음/ 난다/ 244쪽/ 1만3800원
‘걸어본다’ 시리즈 다섯 번째는 독일 뮌스터다. 저자가 시인, 소설가, 고고학자로 23년째 살고 있는 뮌스터를 천천히 걸으며 그곳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풀어낸다. 각 장마다 저자가 직접 번역한 독일 시인들의 시를 넣어 감상하는 맛도 좋지만, 시인 허수경을 기억하는 이들은 글 곳곳에서 시집 ‘혼자 가는 먼 집’과 ‘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의 흔적을 찾아낼 것이다.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이윤옥 지음/ 인물과사상사/ 252쪽/ 1만4000원
‘큰개불알꽃’은 일본말 ‘이누노후구리(犬の陰囊)’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한일문화 연구가인 저자는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갈고리’처럼 저속하고 불쾌하기까지 한 식물 이름들이 무책임한 일본어 번역의 결과임을 밝혀냈다. 그중에는 개나리, 개암나무처럼 번역자들이 ‘조선’ 대신 ‘개’를 붙인 것도 있다. 풀꽃 이름에 남은 식민 지배의 흔적을 지우고 아름다운 우리 이름을 돌려주기가 그리 어려운 일일까.
유령의 노래를 들어라
김근 지음/ 소나무/ 292쪽/ 1만5000원
‘한시의 비밀-시경과 초사편’(2008)에 이어 한(漢)의 부(賻:정통문학·사대부 문학)와 악부시(樂府詩:민중문학·속문학)를 통해 시(또는 노래)의 힘을 역설한 책. 삶은 생명 유지에 목적을 둔 유기체적 삶과 희망, 신명으로 살아가는 과잉적 삶으로 분열돼 있고, 과잉적 삶이란 상징계를 통해 실재계를 흡수하는 ‘유령적 삶’이라고 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주체들에게 유령적 삶의 힘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 엮음/ 교보문고/ 256쪽/ 1만2500원
25년을 한결같이 우리 마음을 촉촉이 적셔온 ‘광화문글판’ 모음집을 5년 만에 다시 엮었다. 사계절 변화처럼 일 년에 네 차례 옷을 갈아입는 광화문글판은 문안선정위원들의 추천작과 교보생명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민 공모작 가운데 투표와 토론을 거쳐 최종작을 선정한다. 지난봄 누군가의 가슴을 울렁이게 했던 함민복의 시 ‘마흔 번째 봄’ 전문도 수록돼 있다.
50년간의 세계일주
앨버트 포델 지음/ 이유경 옮김/ 처음북스/ 504쪽/ 1만6800원
안 가본 나라가 없다는 말이 딱 맞는 경우다. 유엔에 가입한 193개국과 대만, 바티칸시티, 코소보를 포함해 200개국 이상을 다녔다. 여행하는 동안 사라져버린 나라도 있다. 자동차로 적도를 도는 ‘횡단기록탐험대’, 알제리 지뢰밭 위에서 캠핑하기 등 패기로 여행하던 시절도 있지만 이제 노인이 된 그의 시선은 세계와 인간에게로 향한다. 왜 어떤 세상은 가난하고 어떤 세상은 사라지고 있는가.
유학자의 동물원
최지원 지음/ 알렙/ 360쪽/ 1만7000원
이덕무는 근본인 벌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고, 이익은 육식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으며, 박지원은 소나 말의 억울함을 들어주었고, 정약용은 오징어에게 비웃음을 당하는 고고한 백로 이야기로 자신의 위선을 고백했다. 조선 유학자, 특히 실학자들이 남긴 동물에 관한 기록. 그들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습성에 대해 고민하는 유학자였다.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
국립현대미술관 기획/ 돌베개/ 536쪽/ 4만5000원
1930~40년대 한국 화단에서 리얼리즘의 꽃을 피웠지만 1953년 월북한 후 이쾌대의 이름은 남한에서 금기가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해방기 우리 민족이 처한 현실과 예술가의 사명을 붓으로 끌어안았던 화가 이쾌대를 조명하는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펴낸 작품집. 1부는 작품의 특징과 예술적 성과를 담고, 2~4부는 작품 400여 점을 시기적으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매국의 역사학’은 2015년 4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동북아특위) 현장 중계로 시작된다. 속기록을 그대로 옮겨온 부분이 많아 마치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다.
“왼쪽 지도가 편찬위원회에서 그린 한사군, 낙랑군 위치고, 오른쪽 지도가 중국에서 동북공정 차원에서 그린 담기양(譚其양)의 ‘중국역사지도집’인데 두 지도는 같은 지도입니다. 그러니까 중국에서 지금 이 지도를 가지고 북한 강역을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논리를 편찬위원회에서 그대로 따르고 있지요. 두 지도는 똑같이 패수를 청천강이라고 규정했고, 열수를 대동강으로 규정했습니다.”
‘동북아역사지도’를 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한국 고대사를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 증거로 담기양의 ‘중국역사지도집’을 제시했던 편찬위원회(편찬위) 측이 정작 ‘동북아역사지도’를 만들면서 문제의 중국 지도집을 통째로 베꼈다면 이런 코미디가 없는 셈이다.
또 이 소장은 ‘고구려의 성장 120~300년’ 지도에 고구려 국경선이 세로로 그어진 부분에 대해서도 “전 세계 인류 역사상 이렇게 큰 산맥을 두 개나 세로로 자르고 큰 강을 두 개나 세로로 자르면서 만들어진 국경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국경선은 중국에서 주장하는 만리장성선을 그대로 그려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편찬위 측은 “장성선이 아니라 경계선”이라는 궁색한 답변을 했을 뿐이다. 편찬위 측은 지도에서 독도가 누락된 부분에 대해서는 ‘실수’라고 인정했으나, 이 소장은 100장이 넘는 ‘동북아역사지도’ ‘한국편’에서 독도를 단 한 장도 그리지 않은 것은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지운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실제로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입증하는 자료와 논리가 아주 허술하고, 간도 영유권 주장이 허술하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지도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북한 강역을 중국에 넘긴 사람들, 한사군이 한국사의 축복이라는 사람들, 이병도의 위치 비정이 1차 사료라는 사람들, ‘삼국사기’를 가짜로 모는 사람들. 저자는 거침없이 실명을 공개하며 비판한다. 이에 대해 실증에 약한 재야사학자의 치기라고 외면하면 그만일까. ‘매국의 역사학’이 제시한 근거들을 뒤집을 사료와 근거를 제시하고 공개적인 토론이 이뤄지길 바란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바로 역사적 진실이기 때문이다.
빵과 벽돌
빌프리트 봄머트 지음/ 김희상 옮김/ 알마/ 348쪽/ 1만6000원
베를린, 런던, 도쿄 같은 대도시는 비축한 식료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고작 사흘. 먹고사는 문제에 취약한 대도시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할까. 13층짜리 유리온실에서 키우는 양배추, 28층 건물에서 일 년 내내 수확하는 쌀 등 ‘하이테크 농업’만 있는 게 아니다. 케냐 나이로비의 자루텃발처럼 땅 없이도 채소를 키울 수 있다. 저자는 ‘도시농업’이 식량위기에 직면한 인류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너 없이 걸었다
허수경 지음/ 난다/ 244쪽/ 1만3800원
‘걸어본다’ 시리즈 다섯 번째는 독일 뮌스터다. 저자가 시인, 소설가, 고고학자로 23년째 살고 있는 뮌스터를 천천히 걸으며 그곳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풀어낸다. 각 장마다 저자가 직접 번역한 독일 시인들의 시를 넣어 감상하는 맛도 좋지만, 시인 허수경을 기억하는 이들은 글 곳곳에서 시집 ‘혼자 가는 먼 집’과 ‘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의 흔적을 찾아낼 것이다.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이윤옥 지음/ 인물과사상사/ 252쪽/ 1만4000원
‘큰개불알꽃’은 일본말 ‘이누노후구리(犬の陰囊)’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한일문화 연구가인 저자는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갈고리’처럼 저속하고 불쾌하기까지 한 식물 이름들이 무책임한 일본어 번역의 결과임을 밝혀냈다. 그중에는 개나리, 개암나무처럼 번역자들이 ‘조선’ 대신 ‘개’를 붙인 것도 있다. 풀꽃 이름에 남은 식민 지배의 흔적을 지우고 아름다운 우리 이름을 돌려주기가 그리 어려운 일일까.
유령의 노래를 들어라
김근 지음/ 소나무/ 292쪽/ 1만5000원
‘한시의 비밀-시경과 초사편’(2008)에 이어 한(漢)의 부(賻:정통문학·사대부 문학)와 악부시(樂府詩:민중문학·속문학)를 통해 시(또는 노래)의 힘을 역설한 책. 삶은 생명 유지에 목적을 둔 유기체적 삶과 희망, 신명으로 살아가는 과잉적 삶으로 분열돼 있고, 과잉적 삶이란 상징계를 통해 실재계를 흡수하는 ‘유령적 삶’이라고 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주체들에게 유령적 삶의 힘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 엮음/ 교보문고/ 256쪽/ 1만2500원
25년을 한결같이 우리 마음을 촉촉이 적셔온 ‘광화문글판’ 모음집을 5년 만에 다시 엮었다. 사계절 변화처럼 일 년에 네 차례 옷을 갈아입는 광화문글판은 문안선정위원들의 추천작과 교보생명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민 공모작 가운데 투표와 토론을 거쳐 최종작을 선정한다. 지난봄 누군가의 가슴을 울렁이게 했던 함민복의 시 ‘마흔 번째 봄’ 전문도 수록돼 있다.
50년간의 세계일주
앨버트 포델 지음/ 이유경 옮김/ 처음북스/ 504쪽/ 1만6800원
안 가본 나라가 없다는 말이 딱 맞는 경우다. 유엔에 가입한 193개국과 대만, 바티칸시티, 코소보를 포함해 200개국 이상을 다녔다. 여행하는 동안 사라져버린 나라도 있다. 자동차로 적도를 도는 ‘횡단기록탐험대’, 알제리 지뢰밭 위에서 캠핑하기 등 패기로 여행하던 시절도 있지만 이제 노인이 된 그의 시선은 세계와 인간에게로 향한다. 왜 어떤 세상은 가난하고 어떤 세상은 사라지고 있는가.
유학자의 동물원
최지원 지음/ 알렙/ 360쪽/ 1만7000원
이덕무는 근본인 벌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고, 이익은 육식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으며, 박지원은 소나 말의 억울함을 들어주었고, 정약용은 오징어에게 비웃음을 당하는 고고한 백로 이야기로 자신의 위선을 고백했다. 조선 유학자, 특히 실학자들이 남긴 동물에 관한 기록. 그들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습성에 대해 고민하는 유학자였다.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
국립현대미술관 기획/ 돌베개/ 536쪽/ 4만5000원
1930~40년대 한국 화단에서 리얼리즘의 꽃을 피웠지만 1953년 월북한 후 이쾌대의 이름은 남한에서 금기가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해방기 우리 민족이 처한 현실과 예술가의 사명을 붓으로 끌어안았던 화가 이쾌대를 조명하는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펴낸 작품집. 1부는 작품의 특징과 예술적 성과를 담고, 2~4부는 작품 400여 점을 시기적으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