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나.”
서른 줄에 접어든 네 남자가 6년 전 대학 시절 추억을 되짚으며 두 번째 러시아 여행을 계획한다. 그렇게 첫 책 ‘러시아 또 다른 유럽을 만나다’가 나왔다(2014년 7월 25일). 40일 뒤인 9월 4일에는 CF 촬영을 위해 다시 러시아로 날아갔고, 10월엔 보충 촬영을 하러 세 번째 러시아 여행을 했다. 드디어 올봄 네 남자 주연의 대한항공 CF가 TV와 전광판을 도배할 때 개정판 ‘러시아 여행자 클럽’(미래의창)이 세상에 나왔다. 모든 게 순식간에 이뤄졌다.
밤샘하다 나온 ‘직딩’ 6년 차 서양수(33·이하 별명 수스키), 우주인을 꿈꾸는 예비 치과의사 정준오(32·준스키), 인간 내비게이션 최진택(34·택형), 걸어 다니는 위키피디아 설영형(35·설뱀). 특별할 것 없는 외모의 이 네 남자를 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생겼다. 가까운 이들은 묻는다. “도대체 어떻게 광고에까지 나오게 된 거야?” 그럴 때마다 서양수는 농담처럼 “길거리 캐스팅됐다”고 대답한다. 사실 러시아 여행을 다녀와서 책을 썼고 그 책을 본 항공사 관계자가 섭외를 했으니 길거리 캐스팅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서양수, 정준오 두 사람이 쓴 ‘러시아 여행자 클럽’은 네 남자를 이렇게 소개한다.
우연의 연속 그러나 모든 게 인연
‘극도의 모험을 즐기는 대단한 담력가들도 아니고, 말이 통하건 말건 낯선 이들과 엄청난 친화력을 발휘하는 타입도 아니다. ‘그래, 떠나자!’ 하고 사표 던지고 배낭을 메는 무모함도 없을뿐더러, 시간만 난다면 어디든 떠날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여름휴가 한 번 가기 위해 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야근을 불사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대표 평범남들이라 할 수 있다.’
할배도, 청춘도 아닌 ‘레알 직딩’의 여행이기에 더 눈길이 간다. 바로 나, 우리, 그리고 당신 이야기 아닌가. 그것이 ‘러시아 여행자 클럽’의 매력이다.
네 남자의 첫 만남은 2008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이뤄졌다. ‘대학생 연해주 역사·문화탐방단’ 일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로 이동하는 여정이었다. 당시 4인실 침대칸을 함께 쓴 것이 인연이 돼 네 사람은 6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 만날 때는 모두 대학생이었지만 이젠 각자 길을 가고 있다. 서양수는 KT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며 “휴가는 직장인의 아편”이라 말하는 직딩이 됐고, 정준오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 최진택은 이 회사 저 회사를 거쳐 코스콤에 안착하면서 신입사원만 3년째고, 설영형은 연세대 의학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지금 아니면 안 돼”
어느 날 서양수가 정준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베리아 자작나무가 널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느닷없는 물음에 당황한 정준오에게 서양수는 말을 이었다. “우리 러시아 가자! 그때 그 멤버 그대로!” 갈 수 없는 이유를 대자면 열 가지도 넘었지만 “지금 아니면 안 돼”라는 서양수의 말에 넘어간 정준오. 좀 더 나이를 먹고 각자 생활에 더 바빠지면 다 함께 러시아를 여행할 기회가 어쩌면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정준오를 움직였다. “좋아, 가자!” 하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돈 없어서 못 가겠다고 버티는 설영형을 “여행 다녀와서 책을 내자. 네 화려한 입담이 책으로 나오면 얼마나 멋지겠느냐”는 말로 꼬시는 데 성공했고, 애초 이 여행 계획을 짠 최진택까지 네 남자가 다시 뭉쳤다.
“2008년 처음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뭔가 정제되지 않은 느낌 같은 게 좋더라고요. 겨울이었는데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였고 제가 선 자리에서 360도로 둘러봐도 눈이 시리도록 쭉 뻗은 지평선뿐인 거예요. 비현실적인 공간이 주는 힘에 완전히 매료됐죠.”
서양수는 러시아의 매력을 이렇게 정리했다. ‘남들 다 아는 그런 흔해빠진 곳이 아닌, 약간은 베일에 싸인 곳,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숨도 못 쉬는 곳이 아닌, 한 발짝 떨어진 비밀스러운 곳, 그러면서도 예쁘고, 문화적으로도 반짝이는 가치를 숨겨둔 곳,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름휴가 내고 잠깐 다녀올 수 있는 곳.’
마피아 본고장, 보드카의 나라, 러시안룰렛으로 사람 잡는, 그래서 어느 보험사에선 여행자보험도 안 받아준다는 나라. 러시아에 대해 들려오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다 공포스럽다. 그러나 러시아에 한 발 딛는 순간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는 잊어도 좋다. 그 대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둘러싸인 대도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구 둘레의 4분의 1에 달하는 거리를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거리, 작품 하나를 1분씩 감상해도 모든 작품을 보려면 총 8년이 걸린다는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러시아의 베르사유라 불리는 여름궁전이 있다. 아마 러시아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서양수처럼 말할지도 모른다.
“나도 사실 러시아가 이렇게 좋아질 줄 몰랐다. 상상하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한 상상 이상의 즐거움!”
“네 명 색깔이 다 달라요. 각자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여행하는 방식도 다르고, 그래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지만 러시아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 된 것 같아요. 낯선 곳에서 우리는 각자 생존 필살기를 발휘하며 똘똘 뭉쳐 다녔죠.”
함께 떠나라, 그리고 책을 써라
특히 못하는 게 없는 척척박사 최진택은 ‘인간 내비게이션’이란 별명답게 꼭 필요할 때마다 동료들을 ‘푸른 초장과 쉴 만한 물가’로 안내해줘 나머지 셋은 마음 놓고 러시아 뒷골목을 누빌 수 있었다. 또 네 명이서 함께 다니니 무서울 것도 없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백야를 뚫고 러시아 클럽을 찾아 러시아 사람들과 섞여 몸을 흔들던 날 서양수는 이렇게 기록했다.
‘여행이란 그런 것 같다. 일탈을 꿈꾸며 조금 위험한 곳에도 가보고, 은근히 작은 소동이 벌어지길 기대해보는 것. 그러다 아무 일 없으면 살았다는 안도감에 더 유쾌해지는 것.’
‘러시아 여행자 클럽’이 여느 여행서와 다른 점은 문화유적이나 관광지에 대한 설명보다 그곳에서 네 남자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기록하는 데 충실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행이 길어질수록 결코 평범하지 않은 네 남자의 캐릭터가 뚜렷하게 그려진다. 또한 책을 쓰겠다는 목표가 없었다면 그냥 웃고 넘어가거나 다 잊어버렸을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생생하게 기억된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는 기회예요. 생각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반복되는 일상에 매몰되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관성에 따라 살게 되기 쉬워요. 그런데 여행지에선 늘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면서 자신도 몰랐던 자기 모습을 ‘훅훅’ 보게 돼요. 지갑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강도를 만나기도 하고, 말 한 마디 안 통하는 상황에서 그런 위기를 겪으면 그 순간 그 사람의 본질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고 또 위기를 돌파하면서 ‘아, 내가 사실은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알 수 있는 거죠. 여행지에서 천직을 발견하게 될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지, 그 모든 시작은 나에 대한 앎이라고 생각해요.”(서양수)
그러나 현실은 ‘모든 걸 뒤로한 채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나는’ 걸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너 휴가 가고 싶으면 일 다 끝내고 가”라는 팀장의 일침, 휴가 전날까지 폭풍 야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여행이 그리 만만한 목표는 아닌 것이다. 서양수에게 ‘과감하게 사표를 낼 수 없지만 용감하게 여행을 떠나는 법’에 대해 물었다.
“먼저 비행기 예약부터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어떻게든 가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직장에서 눈치를 봐야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을 충분히 감당할 만큼 여행은 가치가 있어요.”
☞ 네 남자의 여행 경로
△모스크바
붉은광장과 성 바실리 대성당→폭주족의 놀이터 참새언덕→우주박물관→볼쇼이 서커스→고리키 공원에서 만난 모스크비치들→고속열차 ‘삽산’을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성 이삭 대성당과 구세주 성당→에르미타주 미술관→여름궁전→미녀들과 함께 넵스키 대로→한밤의 클럽에서 맞짱 뜨기→핀란드 헬싱키로 가는 발트 해 크루즈
△핀란드 헬싱키
디자인의 도시 헬싱키→암석교회→다시 기차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서른 줄에 접어든 네 남자가 6년 전 대학 시절 추억을 되짚으며 두 번째 러시아 여행을 계획한다. 그렇게 첫 책 ‘러시아 또 다른 유럽을 만나다’가 나왔다(2014년 7월 25일). 40일 뒤인 9월 4일에는 CF 촬영을 위해 다시 러시아로 날아갔고, 10월엔 보충 촬영을 하러 세 번째 러시아 여행을 했다. 드디어 올봄 네 남자 주연의 대한항공 CF가 TV와 전광판을 도배할 때 개정판 ‘러시아 여행자 클럽’(미래의창)이 세상에 나왔다. 모든 게 순식간에 이뤄졌다.
밤샘하다 나온 ‘직딩’ 6년 차 서양수(33·이하 별명 수스키), 우주인을 꿈꾸는 예비 치과의사 정준오(32·준스키), 인간 내비게이션 최진택(34·택형), 걸어 다니는 위키피디아 설영형(35·설뱀). 특별할 것 없는 외모의 이 네 남자를 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생겼다. 가까운 이들은 묻는다. “도대체 어떻게 광고에까지 나오게 된 거야?” 그럴 때마다 서양수는 농담처럼 “길거리 캐스팅됐다”고 대답한다. 사실 러시아 여행을 다녀와서 책을 썼고 그 책을 본 항공사 관계자가 섭외를 했으니 길거리 캐스팅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서양수, 정준오 두 사람이 쓴 ‘러시아 여행자 클럽’은 네 남자를 이렇게 소개한다.
우연의 연속 그러나 모든 게 인연
‘극도의 모험을 즐기는 대단한 담력가들도 아니고, 말이 통하건 말건 낯선 이들과 엄청난 친화력을 발휘하는 타입도 아니다. ‘그래, 떠나자!’ 하고 사표 던지고 배낭을 메는 무모함도 없을뿐더러, 시간만 난다면 어디든 떠날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여름휴가 한 번 가기 위해 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야근을 불사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대표 평범남들이라 할 수 있다.’
할배도, 청춘도 아닌 ‘레알 직딩’의 여행이기에 더 눈길이 간다. 바로 나, 우리, 그리고 당신 이야기 아닌가. 그것이 ‘러시아 여행자 클럽’의 매력이다.
네 남자의 첫 만남은 2008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이뤄졌다. ‘대학생 연해주 역사·문화탐방단’ 일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로 이동하는 여정이었다. 당시 4인실 침대칸을 함께 쓴 것이 인연이 돼 네 사람은 6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 만날 때는 모두 대학생이었지만 이젠 각자 길을 가고 있다. 서양수는 KT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며 “휴가는 직장인의 아편”이라 말하는 직딩이 됐고, 정준오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 최진택은 이 회사 저 회사를 거쳐 코스콤에 안착하면서 신입사원만 3년째고, 설영형은 연세대 의학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지금 아니면 안 돼”
어느 날 서양수가 정준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베리아 자작나무가 널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느닷없는 물음에 당황한 정준오에게 서양수는 말을 이었다. “우리 러시아 가자! 그때 그 멤버 그대로!” 갈 수 없는 이유를 대자면 열 가지도 넘었지만 “지금 아니면 안 돼”라는 서양수의 말에 넘어간 정준오. 좀 더 나이를 먹고 각자 생활에 더 바빠지면 다 함께 러시아를 여행할 기회가 어쩌면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정준오를 움직였다. “좋아, 가자!” 하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돈 없어서 못 가겠다고 버티는 설영형을 “여행 다녀와서 책을 내자. 네 화려한 입담이 책으로 나오면 얼마나 멋지겠느냐”는 말로 꼬시는 데 성공했고, 애초 이 여행 계획을 짠 최진택까지 네 남자가 다시 뭉쳤다.
“2008년 처음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뭔가 정제되지 않은 느낌 같은 게 좋더라고요. 겨울이었는데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였고 제가 선 자리에서 360도로 둘러봐도 눈이 시리도록 쭉 뻗은 지평선뿐인 거예요. 비현실적인 공간이 주는 힘에 완전히 매료됐죠.”
서양수는 러시아의 매력을 이렇게 정리했다. ‘남들 다 아는 그런 흔해빠진 곳이 아닌, 약간은 베일에 싸인 곳,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숨도 못 쉬는 곳이 아닌, 한 발짝 떨어진 비밀스러운 곳, 그러면서도 예쁘고, 문화적으로도 반짝이는 가치를 숨겨둔 곳,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름휴가 내고 잠깐 다녀올 수 있는 곳.’
마피아 본고장, 보드카의 나라, 러시안룰렛으로 사람 잡는, 그래서 어느 보험사에선 여행자보험도 안 받아준다는 나라. 러시아에 대해 들려오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다 공포스럽다. 그러나 러시아에 한 발 딛는 순간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는 잊어도 좋다. 그 대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둘러싸인 대도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구 둘레의 4분의 1에 달하는 거리를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거리, 작품 하나를 1분씩 감상해도 모든 작품을 보려면 총 8년이 걸린다는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러시아의 베르사유라 불리는 여름궁전이 있다. 아마 러시아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서양수처럼 말할지도 모른다.
“나도 사실 러시아가 이렇게 좋아질 줄 몰랐다. 상상하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한 상상 이상의 즐거움!”
“네 명 색깔이 다 달라요. 각자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여행하는 방식도 다르고, 그래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지만 러시아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 된 것 같아요. 낯선 곳에서 우리는 각자 생존 필살기를 발휘하며 똘똘 뭉쳐 다녔죠.”
함께 떠나라, 그리고 책을 써라
특히 못하는 게 없는 척척박사 최진택은 ‘인간 내비게이션’이란 별명답게 꼭 필요할 때마다 동료들을 ‘푸른 초장과 쉴 만한 물가’로 안내해줘 나머지 셋은 마음 놓고 러시아 뒷골목을 누빌 수 있었다. 또 네 명이서 함께 다니니 무서울 것도 없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백야를 뚫고 러시아 클럽을 찾아 러시아 사람들과 섞여 몸을 흔들던 날 서양수는 이렇게 기록했다.
‘여행이란 그런 것 같다. 일탈을 꿈꾸며 조금 위험한 곳에도 가보고, 은근히 작은 소동이 벌어지길 기대해보는 것. 그러다 아무 일 없으면 살았다는 안도감에 더 유쾌해지는 것.’
‘러시아 여행자 클럽’이 여느 여행서와 다른 점은 문화유적이나 관광지에 대한 설명보다 그곳에서 네 남자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기록하는 데 충실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행이 길어질수록 결코 평범하지 않은 네 남자의 캐릭터가 뚜렷하게 그려진다. 또한 책을 쓰겠다는 목표가 없었다면 그냥 웃고 넘어가거나 다 잊어버렸을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생생하게 기억된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는 기회예요. 생각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반복되는 일상에 매몰되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관성에 따라 살게 되기 쉬워요. 그런데 여행지에선 늘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면서 자신도 몰랐던 자기 모습을 ‘훅훅’ 보게 돼요. 지갑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강도를 만나기도 하고, 말 한 마디 안 통하는 상황에서 그런 위기를 겪으면 그 순간 그 사람의 본질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고 또 위기를 돌파하면서 ‘아, 내가 사실은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알 수 있는 거죠. 여행지에서 천직을 발견하게 될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지, 그 모든 시작은 나에 대한 앎이라고 생각해요.”(서양수)
그러나 현실은 ‘모든 걸 뒤로한 채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나는’ 걸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너 휴가 가고 싶으면 일 다 끝내고 가”라는 팀장의 일침, 휴가 전날까지 폭풍 야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여행이 그리 만만한 목표는 아닌 것이다. 서양수에게 ‘과감하게 사표를 낼 수 없지만 용감하게 여행을 떠나는 법’에 대해 물었다.
“먼저 비행기 예약부터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어떻게든 가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직장에서 눈치를 봐야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을 충분히 감당할 만큼 여행은 가치가 있어요.”
☞ 네 남자의 여행 경로
△모스크바
붉은광장과 성 바실리 대성당→폭주족의 놀이터 참새언덕→우주박물관→볼쇼이 서커스→고리키 공원에서 만난 모스크비치들→고속열차 ‘삽산’을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성 이삭 대성당과 구세주 성당→에르미타주 미술관→여름궁전→미녀들과 함께 넵스키 대로→한밤의 클럽에서 맞짱 뜨기→핀란드 헬싱키로 가는 발트 해 크루즈
△핀란드 헬싱키
디자인의 도시 헬싱키→암석교회→다시 기차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