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 대통령에게 펀치를, 경쟁자에게는 러브샷을.’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문재인 대표의 최근 모습이다. 6월 중순까지 그가 처한 환경은 사면초가였다. 그가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다. 야당 대표로서 박근혜 정부를 강력히 견제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집권 비전을 뚜렷하게 보여주지도 못했다. 처음으로 ‘문재인 얼굴’을 앞세워 치른 4·29 재·보궐선거(재보선)에선 참패했다. 이후 당직 인선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이종걸 원내대표의 당무 거부로 이어졌다. 내우외환. 문 대표 상황이 바로 그랬다.
분노한 민심 대변한 메르스 특별성명
하지만 6월 후반과 7월 초 국면이 묘하게 달라졌다. 여권의 무능이 역설적으로 문 대표에게 기회가 된 것.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장기화하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여권 내홍이 심해지는 가운데 문 대표는 두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펀치’를 날리고 이종걸 원내대표에게는 다정하게 술잔을 건넨 것. 적은 고립시키고 친구는 늘리려는 그의 전략은 일부분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정연 지지율은 소폭이나마 상승했다. 문 대표 지지율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문 대표가 위기에서 벗어날 새 장(場)이 열릴 가능성이 보이는 셈이다.
당초 메르스 사태는 문 대표에게 또 다른 위기로 작용할 수 있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여당은 무능하고, 야당은 정쟁을 일삼는다는 ‘정치권 비판론’이 확산되면서다. 자칫하면 여당은 물론 새정연에도 민심의 분노가 쏟아질 분위기였다. 하지만 문 대표는 6월 22일 ‘메르스 특별성명’을 발표하며 분위기를 반전했다.
“국가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이 지금처럼 허술했던 적은 없다.”
“박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
“무능과 혼선만 드러낸 장관과 보건당국은 사태가 수습되면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성명은 여권에 실망한 민심과 맞물려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문 대표가 다양한 계파의 최고위원들과 공동성명을 내고, 위기상황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평이 나왔다. ‘대통령과 맞짱 뜨는 야당 대표’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이다.
‘반(反)박근혜 전선’이 조성된 것도 문 대표의 구심점을 일부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내부 비판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던 새정연 당내에서 메르스 사태와 가뭄, 대(對)청와대 전선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단합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로에게 향하던 화살은 여권으로 방향이 바뀌었고, 문 대표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여론의 관심으로부터 다소 멀어졌다. 결국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의 불길이 초기에 비해 잦아든 모양새가 됐다. 문 대표로서는 리더십도 강화하고, 실리도 챙긴 셈이다.
문 대표는 이 기회를 틈타 애매한 위치에 있던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6월 30일 경기 부천시 원혜영 의원 자택에서 이뤄진 대규모 의원단 회합에서 이 원내대표와 깜짝 ‘러브샷’을 하며 화해 장면을 연출한 것. 여권이 권력투쟁 소용돌이에 휘말린 상황에서 야당이 잠시나마 계파 벽을 허물고 단합을 도모한 모습은 큰 화제가 됐다. 이날 회동에는 의원 70여 명이 참석해 술잔을 기울이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하던 홍어, 전남 무안에서 올라온 낙지 등 안주도 흥을 돋웠다는 후문이다.
호남發 신당 움직임 변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문 대표는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메르스 국면에서 여권에 대한 민심이 악화돼 반짝 효과를 볼 뿐, 안정적인 지지를 구축하지는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머니투데이의 인터넷 정치 전문 사이트 더 300(the300)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7월 1일 발표한 ‘19대 대선주자 국가과제 실현 적합도 6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표는 지지율 23.5%를 획득,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제치고 후보자 10위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달 1위였던 김 대표는 4%p 하락한 18.8%를 기록하며 2위로 내려앉았다. 이는 메르스 사태 여파로 악화된 여론이 정부와 여당을 향했기 때문인 것으로 리얼미터는 해석했다.
다만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것은 문 대표 측 인사는 물론, 당내 의원들도 주시하는 대목이다. 박 시장 지지율은 지난달(7.9%)보다 2배 가까이 오른 15.1%로 집계됐다. 그가 6월 4일 심야에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정부와 전면 대치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주요인으로 해석된다.
박 시장의 부상은 문 대표만이 야권의 유일한 대통령선거(대선) 카드가 아니라는 인식을 당내외에 확산했다. ‘대선주자 문재인’ 앞에서 고개를 숙이던 의원들도 생각을 달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 대표가 당대표로서 다음 총선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지만, 역설적으로 선거와 공천 국면이 다가올수록 반대 계파의 결집 및 저항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밀리면 대선 국면까지도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이 문 대표에 대한 반대세력 결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
특히 ‘호남발(發) 신당 창당 움직임’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 사무총장 출신인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7월 1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신당론은 여전히 있다”며 “최악의 상태는 피해가는 것이 정치의 지혜일 텐데 자칫 잘못하면 최악의 충돌까지 가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호남을 근거로 한 신당 가능성’에 대해 “새정연이 어떠한 혁신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선 50%는 조금 못 되는 걸로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이 이른바 ‘비노(비노무현) 청산’으로 해석되거나 이를 최재성 사무총장이 집행할 경우, 의원들의 반발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천을 앞두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계파 갈등이 더 커질 경우 다음 총선에서도 야권은 내부 분열로 극심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문 대표가 최근 여권의 혼란으로 1차 위기에서 탈출했지만, 여전히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문재인 대표의 최근 모습이다. 6월 중순까지 그가 처한 환경은 사면초가였다. 그가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다. 야당 대표로서 박근혜 정부를 강력히 견제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집권 비전을 뚜렷하게 보여주지도 못했다. 처음으로 ‘문재인 얼굴’을 앞세워 치른 4·29 재·보궐선거(재보선)에선 참패했다. 이후 당직 인선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이종걸 원내대표의 당무 거부로 이어졌다. 내우외환. 문 대표 상황이 바로 그랬다.
분노한 민심 대변한 메르스 특별성명
하지만 6월 후반과 7월 초 국면이 묘하게 달라졌다. 여권의 무능이 역설적으로 문 대표에게 기회가 된 것.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장기화하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여권 내홍이 심해지는 가운데 문 대표는 두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펀치’를 날리고 이종걸 원내대표에게는 다정하게 술잔을 건넨 것. 적은 고립시키고 친구는 늘리려는 그의 전략은 일부분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정연 지지율은 소폭이나마 상승했다. 문 대표 지지율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문 대표가 위기에서 벗어날 새 장(場)이 열릴 가능성이 보이는 셈이다.
당초 메르스 사태는 문 대표에게 또 다른 위기로 작용할 수 있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여당은 무능하고, 야당은 정쟁을 일삼는다는 ‘정치권 비판론’이 확산되면서다. 자칫하면 여당은 물론 새정연에도 민심의 분노가 쏟아질 분위기였다. 하지만 문 대표는 6월 22일 ‘메르스 특별성명’을 발표하며 분위기를 반전했다.
“국가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이 지금처럼 허술했던 적은 없다.”
“박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
“무능과 혼선만 드러낸 장관과 보건당국은 사태가 수습되면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성명은 여권에 실망한 민심과 맞물려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문 대표가 다양한 계파의 최고위원들과 공동성명을 내고, 위기상황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평이 나왔다. ‘대통령과 맞짱 뜨는 야당 대표’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이다.
‘반(反)박근혜 전선’이 조성된 것도 문 대표의 구심점을 일부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내부 비판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던 새정연 당내에서 메르스 사태와 가뭄, 대(對)청와대 전선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단합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로에게 향하던 화살은 여권으로 방향이 바뀌었고, 문 대표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여론의 관심으로부터 다소 멀어졌다. 결국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의 불길이 초기에 비해 잦아든 모양새가 됐다. 문 대표로서는 리더십도 강화하고, 실리도 챙긴 셈이다.
문 대표는 이 기회를 틈타 애매한 위치에 있던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6월 30일 경기 부천시 원혜영 의원 자택에서 이뤄진 대규모 의원단 회합에서 이 원내대표와 깜짝 ‘러브샷’을 하며 화해 장면을 연출한 것. 여권이 권력투쟁 소용돌이에 휘말린 상황에서 야당이 잠시나마 계파 벽을 허물고 단합을 도모한 모습은 큰 화제가 됐다. 이날 회동에는 의원 70여 명이 참석해 술잔을 기울이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하던 홍어, 전남 무안에서 올라온 낙지 등 안주도 흥을 돋웠다는 후문이다.
호남發 신당 움직임 변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문 대표는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메르스 국면에서 여권에 대한 민심이 악화돼 반짝 효과를 볼 뿐, 안정적인 지지를 구축하지는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머니투데이의 인터넷 정치 전문 사이트 더 300(the300)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7월 1일 발표한 ‘19대 대선주자 국가과제 실현 적합도 6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표는 지지율 23.5%를 획득,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제치고 후보자 10위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달 1위였던 김 대표는 4%p 하락한 18.8%를 기록하며 2위로 내려앉았다. 이는 메르스 사태 여파로 악화된 여론이 정부와 여당을 향했기 때문인 것으로 리얼미터는 해석했다.
다만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것은 문 대표 측 인사는 물론, 당내 의원들도 주시하는 대목이다. 박 시장 지지율은 지난달(7.9%)보다 2배 가까이 오른 15.1%로 집계됐다. 그가 6월 4일 심야에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정부와 전면 대치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주요인으로 해석된다.
박 시장의 부상은 문 대표만이 야권의 유일한 대통령선거(대선) 카드가 아니라는 인식을 당내외에 확산했다. ‘대선주자 문재인’ 앞에서 고개를 숙이던 의원들도 생각을 달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 대표가 당대표로서 다음 총선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지만, 역설적으로 선거와 공천 국면이 다가올수록 반대 계파의 결집 및 저항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밀리면 대선 국면까지도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이 문 대표에 대한 반대세력 결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
특히 ‘호남발(發) 신당 창당 움직임’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 사무총장 출신인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7월 1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신당론은 여전히 있다”며 “최악의 상태는 피해가는 것이 정치의 지혜일 텐데 자칫 잘못하면 최악의 충돌까지 가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호남을 근거로 한 신당 가능성’에 대해 “새정연이 어떠한 혁신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선 50%는 조금 못 되는 걸로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이 이른바 ‘비노(비노무현) 청산’으로 해석되거나 이를 최재성 사무총장이 집행할 경우, 의원들의 반발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천을 앞두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계파 갈등이 더 커질 경우 다음 총선에서도 야권은 내부 분열로 극심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문 대표가 최근 여권의 혼란으로 1차 위기에서 탈출했지만, 여전히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