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선생 우정욱 씨가 문을 연 ‘수퍼판’의 음식.
이촌동에서도 이촌1동을 동부이촌동이라 부른다. 동부이촌동은 중상층과 외국인이 모여 살면서 이국적인 음식과 맛집이 아파트촌 가운데에 모여 있다. 오랫동안 동부이촌동의 성격을 대표하는 식당으로 스시집 ‘기꾸’를 빼놓을 수 없다. 화려하진 않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스시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우동 전문점 ‘보천’에선 한국화한 일본 우동을 맛볼 수 있다. 음식이 재료와 현지인 입맛에 따라 변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한강치킨’은 1980년대 이후 이촌동 주민의 영양 공급처였다. 영계에 가까운 작은 닭을 사용하는 대신 다리를 3개씩 주는 게 특징이다. 살은 깊은 맛이 적지만 부드러워 먹기 좋다.
동부이촌동은 최근 새로운 식당들이 등장하며 미식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이촌동을 대표하던 요리선생 우정욱 씨가 올 초 문을 연 ‘수퍼판’은 전통에 기반을 둔 새로운 형태의 한식을 제공한다. 강사 시절 인기 많던 레시피들이 ‘수퍼판’ 메뉴로 탈바꿈했다. 서리태 마스카르포네 스프레드는 검은콩에 마스카르포네(치즈)를 버무려 바게트에 발라 먹는 전채요리다. 음식 담당 기자 몇 명과 먹으며 감탄했던 메뉴다. 한우 업진살과 스지(사태고기에 붙어 있는 힘줄)로 구성한 수육도 맛있다. 유기농 청국장도 이 집이 자랑하는 메뉴고 일본화한 양식(洋食)인 햄버그스테이크도 맛볼 수 있다. 화려한 플레이팅은 없지만 음식이 입에 붙는다.
일본 가정식 이자카야 ‘이코이’의 치킨 가라아게와 연어구이.
간식으로는 흑설탕을 사용해 감칠맛이 많이 나는 떡볶이집 ‘이촌떡볶이’를 빼놓을 수 없다. 떡볶이 마니아 사이에서는 반드시 가봐야 할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촌동은 조선시대 얼음을 보관하는 동빙고(東氷庫)가 있던 곳이다. 여름이면 임금은 고위 관료들에게 귀한 얼음을 하사했다. 그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동빙고’는 단아한 팥빙수의 전형을 보여준다. 수많은 재료가 올라가는 보통의 팥빙수와 다르게 얼음, 연유, 팥, 떡만 들어간다. 요즘 유행하는 부드러운 얼음과 달리 적당히 사각거리는 물성을 지닌 얼음과 달콤한 연유, 팥빙수 맛의 8할을 결정하는 달콤한 팥과 쫀득한 떡이 적당히 자기 자리를 잡고 균형을 맞춘 팥빙수다.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한 후 팥빙수 한 그릇은 디저트로 완벽하다. 이 모든 식당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