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내자동 세양빌딩 1층 김앤장 법률사무소 로비.
김앤장은 그동안 국내 사업장 가운데 고액 소득자가 가장 많은 곳으로 유명했다. 일례로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운데 한 달 보험료 부과 상한액(230만 원·월소득 7810만 원 이상)을 내는 초고소득 직장인이 가장 많은 곳이 김앤장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김앤장이 148명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전자 62명, SK에너지 28명, 법무법인 광장 20명, 현대자동차 14명 순이었다. 그러나 최근 법률시장에 불어닥친 불황의 파고에 김앤장 역시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업무의 연속이 된 해외연수제도
현 정부 들어 장관급 후보자 물망에 올랐던 시니어 컨설턴트 A씨. A씨는 새해 들어 연봉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까지 연봉 기준으로 10억 원 가까이 지급받았지만 올해 6억 원 수준으로 대폭 떨어졌다고. 고위법관 출신으로 시급 100만 원 가까이 받던 B씨와 시급 60만∼70만 원 수준을 받던 검찰 출신 C씨도 시급이 20~30%가량 줄었다. 과거 김앤장은 변호사가 담당한 사건에 대한 시급을 청구액 기준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입금액 기준으로 바꿨다. 미수금이 발생할 경우 그 부담을 회사뿐 아니라 담당자도 함께 지는 구조로 달라진 것이다.
임금체계뿐 아니라 일정 연차 이상이 되면 회사에서 당연히 보내주는 것으로 여겨졌던 해외연수제도도 크게 바꿨다. 과거에는 미국 등 해외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로 연수를 떠나 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해외 자격증 취득을 위한 연수보다 해외 로펌 또는 기업에서 실무를 익히는 쪽으로 연수 방향을 틀었다.
과거 해외연수가 개인 역량을 높이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면 이제는 개인 역량 강화 외에도 조직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연수 취지가 달라진 것. 김앤장 출신 한 변호사는 “과거 해외연수가 재충전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업무의 연속선상에서 연수를 떠나게 됐다”고 평했다.
장차관 이상 고관급의 고문료를 줄이고, 변호사 등 전문직의 시급을 조정했을 뿐 아니라, 일반직원의 임금체계도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바꿨다. 한 직원은 “몇 해 전 차·부장급 직원의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바꾼 데 이어, 올해부터는 전 직원의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바꿔 충격이 크다”며 “고과에 따라 임금 인상률이 달라질 수 있어 직원들 불만이 높았지만, 회사 측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동의 서명을 받아갔다”고 말했다.
근속연수에 따라 휴가와 포상금을 주던 혜택도 대폭 축소하거나 사실상 없앴다. 김앤장은 그동안 일정 기간 근속하면 유급휴가와 포상금을 지급했다. 10년 차는 유급휴가 3일에 근속 포상금 200만 원, 20년 차 4일에 300만 원, 30년 차 5일에 500만 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김앤장은 이 같은 포상제도를 없앴다. 한 직원은 “직원 근속 포상금으로 한해 3억 원가량 지급됐는데, 포상금 제도를 없애 그만큼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달라진 법률시장, 고비용 구조 한계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한 변호사가 일에 몰두해 있다.
또 다른 대형 로펌의 파트너급 E변호사는 “김앤장은 그동안 ‘미래 성과’를 기대하며 거액의 고문료를 지급하고 고관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며 “그런데 법률시장이 더는 성장하지 않고 오히려 축소되면서 김앤장 역시 잠재수익을 염두에 둔 고비용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앤장에서 고문을 지낸 F씨는 “외국인의 대규모 투자가 줄고, 국내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굵직한 일거리가 줄어 김앤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김앤장만의 문제라기보다 경기 침체 여파가 법률시장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국내 법률시장은 2017년 완전 개방을 앞두고 있다. 지금도 굵직한 인수합병(M&A) 분야에서는 몇몇 외국계 로펌이 김앤장을 위협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군살을 빼고 비용을 줄인 김앤장이 외국계 로펌과의 정면승부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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